지역과 교류로 살아나는 '포괄적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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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교류로 살아나는 '포괄적 돌봄'
일본 토치기생협의 후레아이코프 사례 소개
  • 2022.05.18 23:55
  • by 정화령 기자
04:23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도 생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했다. 긴 역사 안에서 필요와 요구가 달라짐에 따라, 생협의 사업과 활동 범위도 변화했다. 계속 심해지는 저출생, 고령화, 핵가족화 역시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실정이다. 조합원들의 고령화에 따라 관심이 점차 안전한 먹거리에서 복지, 돌봄으로 옮겨가 생협이 복지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곳이 많다. 

또한 '지역포괄케어'를 필두로 내가 사는 지역에서 돌봄을 받으며 일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복지 정책의 기조도 비슷하다. 이런 배경에서 일본의 생협이 지역 안에서 공동체와 유기적으로 어떤 돌봄을 펼치고 있는지 사례를 살펴보았다.

 

■ 지역포괄케어, 화분 모델은?

복지 정책으로 '커뮤니티케어'와 '지역포괄케어'라는 단어를 주로 접하게 된다. 일본은 2025년에 지역포괄케어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이상적인 형태로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가 '화분 모델'이다. 나이가 들어 돌봄이 필요한 상태에서도 외딴 시설이나 병원에 몸을 의지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지역에서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지역포괄케어의 핵심이다. 

 ▲ 화분모델 설명 그림. ⓒ일본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 화분모델 설명 그림. ⓒ일본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의료와 돌봄, 질병 예방, 주거 지원까지 다방면으로 제공하여, 지역마다 고령화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 적절한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여, '나다운 삶'을 살아가고 존엄성을 유지한다는 점은 한국과 일본 정책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화분모델은 '본인의 선택과 본인‧가족의 마음가짐'이라는 밑받침 위에 '생활, 생활방식'이라는 그릇을 두고, '질병 예방과 생활지원'이라는 토양에 씨앗을 심어 '돌봄, 재활, 의료‧간호, 보건‧복지'라는 잎을 틔우는 구조이다. 고령자가 살아가기에 여러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돌봄 당사자의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역사회와 공존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 생협에서 시작한 포괄적 노인 돌봄 사례

후레아이코프(ふれあいコープ)는 2000년 일본 토치기현(栃木県) 우츠노미야에 있는 토치기생협의 노인 대상 복지 활동에서 시작하여, 2006년에 법인을 분리했다. 노인 돌봄의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 현재는 ▲데이 서비스(주간 보호) ▲방문요양 ▲재택돌봄 지원 ▲소규모 주거 요양시설 ▲단기 거주시설 ▲그룹홈 ▲정기 방문형 간호 ▲보육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특별한 서비스 중 하나는 '오타가이사마 활동'이다. 오타가이사마(お互い様=서로서로)는 지역에서 서로 돕자는 취지로, 처음에는 지역의 어려운 분들을 돕고 싶다는 조합원의 목소리로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오타가이사마 활동은 자원 활동이지만 비용을 지불하며, 일본의 돌봄 제도인 '개호보험'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 부분에서도 유연하게 활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단순 외출이나 취미 활동, 위험하지 않도록 지켜보는 일 등 복지의 여러 창구 중에 어디에 해당하는지 몰라 지원받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하기에, 이용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 후레아이살롱 활동 사진. ⓒ후레아이코프 홈페이지
 ▲ 후레아이살롱 활동 사진. ⓒ후레아이코프 홈페이지

그리고 다양한 세대가 교류할 수 있는 '후레아이살롱(ふれあいサロン)'이 있다. 인근의 우츠노미야대학 학생과 협력하여 '특별 돌봄 노인홈'안에 여러 세대가 어울릴 장을 마련했다. 사라진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자, 세대를 뛰어넘는 '도움과 협동 만들기'를 지역 안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 살롱은 노인뿐 아니라 어린이, 장애인과 지역 주민 모두가 편하게 모이는 장소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1인당 100엔의 참가비를 내고 참여하며, 간식과 함께 각자 관심 있는 취미 활동을 즐긴다. 

활동을 통해 노인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장애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활동이 어려웠던 부분을 극복하기도 한다. 후레아이코프 홈페이지에는 "나는 중국인 엄마로 혼자 하는 육아가 힘들어 매일 눈물을 쏟았는데, 보건소에서 후레아이를 소개해주었다. 육아 경험이 풍부한 스태프가 가사와 육아를 서포트해주고, 또 상담할 수 있는 상대가 생겼다는 게 너무 든든했다"는 후기를 전하고 있다.  
 

▲ 후레아이살롱 활동 사진. ⓒ후레아이코프 홈페이지
▲ 후레아이살롱 활동 사진. ⓒ후레아이코프 홈페이지

후레아이코프는 생협에서 조합원의 요구로 만들어진 만큼 많은 조합원과 지역 주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일본 정부 후생노동성 조사에서도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관점에서 조합원 니즈에 따라 사업을 전개한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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