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은 특별함이 있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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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은 특별함이 있는 카페
파란동그라미협동조합,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갤러리힐링 카페' 운영 중
  • 2021.05.26 23:54
  • by 전윤서 기자

복지부의 통계('19년 말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1%가 장애 인구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것보다 높은 수치이다. 장애인에게 노동은 생존권과도 같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장애인에게 노동은 단지 돈벌이의 수단을 넘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자부심을 느끼는 중요한 틀거지가 된다. 이들은 노동을 통한 일상으로 비장애인과 연결되기도 한다.

여기 마을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결고리를 잘 보여주는 협동조합이 있다. 엄마들의 돌봄이 일자리를 만들어내 이들의 자립과 자아실현을 돕고 마을 전체가 돌봄의 장(場)이 되는 장소를 소개한다.

▲ 파란동그라미가 운영하는 '갤러리힐링 카페'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일하는 공간이다. ⓒ라이프인
▲ 파란동그라미가 운영하는 '갤러리힐링 카페'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일하는 공간이다. ⓒ라이프인

손님들로 북적이는 카페 안. 커피 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직접 담근 생강 청을 꺼내고, 비율에 맞춰 음료를 만들어내는 손. 분주하게 움직이는 바리스타들의 손에서 노련함이 보인다.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 1층에 자리한 '갤러리힐링 카페'의 풍경이다. 파란동그라미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이 카페의 바리스타들은 발달장애인이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주문한 음료가 '진짜로' 손님 앞에 나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파란동그라미협동조합은 발달장애아동을 둔 엄마들의 모임인 '노원성장부모회의' 시작되었다. 2007년 12명의 엄마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삼삼오오 종잣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크고 적은 돈이 10년 정도 되니, 1억이라는 금액이 모였다. 마침 노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협동조합과 관련된 아카데미를 수강해 사회적경제에 대해 알게 된 엄마들은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한다. 이렇게 자폐를 상징하는 '파랑'과 모나게 말고 둥글게 같이 살자는 의미를 합쳐 파란동그라미협동조합이 탄생하게 된다. 

현재는 엄마 1명, 장애인 자녀 1명으로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으며 총 41명(20가족)이 참여하고 있다. 조합은 10명의 자녀를 채용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인 바리스타, 제빵사, 디자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모은 1억 원은 아주 유용한 사업 여윳돈이 되었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 2관에는 파란동그라미 베이커리 사업장이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베이커리&키친 사업은 도시락, 베이커리를 만들어 어린이집, 재활용센터, 행사장 단체 급식과 답례품으로 납품하고 있다. 

▲ 능숙하게 커피를 내리는 박민영 씨. ⓒ라이프인
▲ 능숙하게 커피를 내리는 박민영 씨. ⓒ라이프인

갤러리힐링 카페는 2017년부터 파란동그라미협동조합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공간이다. 4명의 장애인 바리스타와 비장애인 매니저가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갖춘 전문가들이다. 자신이 만든 핫초코를 손님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박민영 씨는 "바리스타 이론도 배웠어요. 공부하면서 커피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라며 맡은 일에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파란동그라미협동조합의 가장 큰 목적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정미 씨는 다재다능한 인재이다. K-POP 댄서로 활동하고 있고 바리스타는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몇 해 전 영국 정신의학저널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이 비장애인보다 평균 수명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중학교 때 학교에 상담을 간 적이 있다. 신체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아이이다. 선생님께 '고등학교 졸업 이후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나를 의아하게 보면서 '고등학교 졸업 후 집에서 쉬다 보면 노화가 빨라져서 단명한다'고 말했다."라며 오금란 이사장은 실제로 겪은 일화를 털어놓았다. 장애인들에게 일터는 생계를 위한 수단을 넘어 삶의 활력을 찾는 곳이다. 

▲ 바리스타라는 꿈을 이룬 정미 씨. K-POP 댄서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라이프인
▲ 바리스타라는 꿈을 이룬 정미 씨. K-POP 댄서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라이프인

더구나 자신의 노동으로 번 돈은 더욱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작지만 부모에게 보탬이 되기도 하고, 아끼는 동생에게 자신이 받은 월급을 자랑하며 피자를 한턱내기도 한다. 자신이 번 돈을 직접 관리하기도 한다. 정미 씨는 마음에 드는 옷을 샀다며 동료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험한 생애 첫 자립과 독립은 소중했다. 오 이사장은 카페나 베이커리 작업장에서 하는 일이 체험으로 인식되지 않게 빵이나 음료를 무료로 가지고 가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 이들이 ‘직장’으로 인식할 수 있게 각별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일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아이, 좋아하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응원해줘야겠네.’라고 말하며 돌아간 엄마들도 많다고 한다. 

오 이사장은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는 곳"이라며 카페를 소개했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과일 청과 쿠키, 샌드위치는 부엌에서 직접 만든 것이다. 곳곳에는 장애인 디자이너들이 직접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한쪽에는 이 작품들로 만든 상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페는 이미 주변 직장인들에게는 맛있고 친절한 바리스타가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 친화력이 좋은 고재웅 씨는 손님들이 가장 잘 기억하는 직원이다. ⓒ라이프인
▲ 친화력이 좋은 고재웅 씨는 손님들이 가장 잘 기억하는 직원이다. ⓒ라이프인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손님은 단골인 듯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며 인사를 주고받다 정미 씨는 그만 물을 쏟아버렸다. 그러자 손님은 "아이코~ 어떡해."하며, 내 일처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런 실수들이 불편하진 않으냐고 물어보니 "가끔 이렇게 실수도 하시는데, 그건 어느 카페나, 누구나 하는 실수니까요. 웃어넘겨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자리를 5년 동안 지키니 특별한 바리스타는 동네에서 인기스타이다. 엄마들의 돌봄이 마을로 전파되기라도 한 듯 말이다. 특히, 고재웅 씨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손님들에게 잊지 못할 인상도 심어주고 있다고 한다.

2017년 카페가 생겼을 때부터 함께 한 바리스타들은 동료애도 생겼다. 오 이사장은 초창기 아이들이 서로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걱정도 무색하게 조직 안에서 나름의 규칙도 생기고 동료의식이 생겨났다고.

"붓으로 털어내야 하는데, 규칙대로 안 해요. 사고 쳐요."
"응! 똑바로 할게!"

정미 씨의 따끔한 충고에 동갑내기 동료 재웅 씨는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이 케이크 보세요. 멋있죠?" 오 이사장이 보여준 케이크 사진은 달콤한 생크림 위에 초콜릿 조각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모양새가 마치 작품처럼 보였다. 누가 봐도 훌륭한 만듦새로 보이는 이 모양에는 사연이 담겨 있었다. 바로 비장애인도 완벽하게 하기 힘든 매끈한 생크림 바르기를 다른 방식으로 고안해낸 것이다. 케이크에 꼼꼼히 생크림을 바른 후 초콜릿을 쟁반에 얼려 톡톡 깨트린 다음 얹는 방식으로 50% 정도 베이커리 공정 작업에 참여하는 장애인 제빵사들이 쉽고 재밌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방법이다. 그들만의 방식을 찾아가자 창의적인 케이크가 완성된 것이다. 

이외에도 세제 양을 조절이 힘들어 물에 희석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었고 일정한 커피 맛을 내기 위해 자동으로 원두량을 조절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등 카페에서도 그들만의 방식을 찾아갔다. 오 이사장은 "엄마니까, 아이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 특성을 고려해 대안을 생각해내는 것이 가능했어요"라고 설명했다. 

▲ 카페에는 발달장애인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제작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라이프인
▲ 카페에는 발달장애인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제작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라이프인
▲ 카페에서 도보로 5분거리의 경춘선 숲길에는 파란동그라미협동조합 발달장애인 화가들이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라이프인
▲ 카페에서 도보로 5분거리의 경춘선 숲길에는 파란동그라미협동조합 발달장애인 화가들이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라이프인

지난해 코로나19 팩데믹으로 어려운 시기를 거쳤지만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사업개발지원, 네이버 해피빈 가볼까 이벤트 진행 등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그 결과 주변 카페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카페가 되었다. 

파란동그라미협동조합은 20명의 발달장애인 직원 채용을 목표한다. 더 나아가 완전한 독립을 위해 장애인이 함께 모여 사는 주거 독립 타운을 꿈꾸고 있었다. 오 이사장은 이제 배턴을 넘겨줄 차례라며 그동안 활동해온 노하우를 기꺼이 전수해주겠다며 젊은 발달장애엄마들과의 연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실수가 있는 곳, 조금 서툶이 창의적인 것으로 재탄생 하는 곳, 노동과 돌봄이 자부심으로 바뀌는 곳. 이곳이 바로 특별하지 않은 특별함이 있는 곳이다. 무더운 더위가 시작되기 전 갤러리힐링 카페로 특별한 나들이 다녀오는 것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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