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양극화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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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양극화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장하준 캐임브리지대학교 교수 초청포럼
  • 2018.07.26 17:38
  • by 전세훈 인턴기자

지난 24일 장하준 캐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초청 포럼이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세계 경제 대전환과 한국 경제 : 복지국가와 산업정책, 경제민주화'이다. 이날 행사는 새경제규칙포럼(준),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주관했다.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

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고전적 자유주의는 사유재산권과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했다. 신자유주의는 여기서 사유재산권에 대한 불가침을 말한다. 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하는 것"으로 본다.

신자유주의는 오히려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자유는 부패경험이 많은 국가에서는 귀가 솔깃한 얘기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식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망가뜨린다. 국민연금, 통화정책 등의 부작용을 정부가 고치려고 해도, 오히려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점은 완전히 무력화시킨다고 표현한다. 사회주의 노선을 채택하든지 아니면 국가 개입주의를 썼다. 국가 개입주의는 우리나라만 했던 게 아니다.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이런 나라들이 국가 개입주의를 썼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의 최대소득세율은 92%였다. 지금 기준으로는 아예 공산주의였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 그랬다. 이후 레이건 대통령은 조세감면 정책을 밀고 나가 개인 소득세율을 50%에서 28%로, 법인세율을 46%에서 34%로 인하했다. 주요산업의 국유화 투자에 대한 규제, 적극적인 산업정책, 적극적인 제정정책 등을 통해서 완전히 경제 체제를 바꿔버렸다. 개입주의 시기가 오히려 더 많이 했다는 것이 장 교수의 주장이다. 개입주의 시대의 세계경제 전체 성장세를 보면 2.8%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1.3~1.4%다. 정부가 개입을 안하지 않아야 성장을 한다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정책 노선은 잘못된 것이라고 그는 비판을 했다.

단기이익에만 매달리는 금융정책

기업 투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 원인은 금융시장의 자유화와 산업정책의 폐기다. 장 교수는 특히 두 번째에 초점을 맞췄다. 그럼에도 금융시장 자유화로 인해 단기투자가 늘어나고, 제조업 투자가 줄었던 점을 지적했다. 주주자본주의가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들의 입김이 강해졌다는 것이 장 교수의 기본적인 주장이다.

본래 은행은 설비 투자를 중점적으로 한다. 그러나 설비투자 대신에 단기적인 주식투자가 증가하다 보니 이런 금융투자가 줄어들었다. 예전에 총투자의 40%였던 투자가 25% 선으로 떨어져 버렸다. 이러다 보니 투자의 질이 떨어지게 되어 버린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15년간 주식시장은 들어온 돈 보다 나간 돈이 3배가량 많다. 장 교수 표현에 의하면 주식시장이 '현금자동인출기'가 된 것이다. 결국에는 장기적인 투자를 안 하는 방향으로 갔다. 산업에 관한 투자가 떨어지고, 거기에 더해서 산업정책을 통해서 신산업을 개발을 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산업정책은 신자유주의의 '종주국'도 하고 있다

한국의 또 다른 문제는 산업정책이 폐기된 것이다. 이날 강의의 핵심은 이때 산업정책이었다. 장 교수에 의하면 산업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현재 한국은 산업정책이 없기 때문에 신산업 개발이 더뎌지고 있다. 지금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이 산업정책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부를 얻고 있다. 과거보다 지금 오히려 이런 산업정책 투자가 필요하다고 장 교수는 말하고 있다. 기술이 단순했던 시대인 19세기에는 한 명의 천재적인 발명가나 비전 있는 사업가가 산업을 창조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산업이 복잡한 시대에 들어서서는 달라졌다. 산업정책 투자로 키웠던 조선산업은 이미 2011년에 중국에 1위 자리를 뺏겨 버렸다. 이제 조선과 자동차마저도 뺏길 위험에 있다.

신자유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조차도 산업정책에 개입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의 고도의 보호무역은 그만뒀지만, 대규모 정부자금과 연방정부 연구기관들을 통해서 실패위험이 높은 기술을 개발하여 민간에 이전하고 있다. 1950~80년대 사이에 미국 정부는 연구개발비에 50~70%를 대주었다. 지금 미국이 가지고 있는 선진기술인 컴퓨터, 인터넷, 반도체, 생명 공학 등은 이렇게 나왔다.

그런데 현재의 한국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은 산업정책이 군부독재의 산물이라고 본다. 대표적인 게 금융에 관한 분리다. 군사정권 시절 관치금융 등으로 인해서 중앙은행을 분리하기도 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 진보주의자들의 산업정책의 아이디어는 오히려 유럽 우파정부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와 더 유사하다. 우리는 지금 다시 한번 더 적극적 산업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복지는 소비가 아니라, 생산의 담론

한국은 현재 비정규직 비율이 최고 수준이고, 정규직도 역시도 고용 안정성이 낮다. 문제는 복지 비중도 선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른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사실상 가장 낮은 복지지출을 하고 있다. 우리보다 밑이라면 멕시코뿐이다. 그러나 멕시코는 우리와 국내총생산(GDP)에서 두 배 차이일 뿐 아니라, 미국과 가까운 지리적인 이유로 인해서 OECD에 들어온 점이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OECD에서 한국은 가장 저발전된 복지국가다. 하다못해 신자유주의 모범생인 칠레마저도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은 11%이다. 미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은 19%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는 재앙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40대 이후는 치킨집, 편의점 등으로 흘러 들어간다.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25.5%로 OECD 국가 중 제일 높다. 미국은 6%, 독일은 10%, 일본은 11%밖에 안 된다. 이러다 보니 극한상황에 몰려서 자살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지난 십 몇 년 동안 OECD 1위를 기록했다. 자살률이 OECD 평균의 3배다. 50대가 자살률은 OECD 평균의 4배가 넘는다. 40~50대에서 생계형 자영업에서 파산됐을 때, 자살을 많이 한다. 다 기억을 해야 할 숫자들이다.

문제는 우리 복지국가 정책이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흔히 보수층은 '형편에 맞는 복지국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맞는 말이 아니다. '선별적 복지' 등의 말은 폐기되어야 한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이다. 세금을 모두가 내고 있기 때문에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저소득층은 다른 나라의 저소득층보다 보다 세금을 많이 낸다. 간접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간접세 비중이 OECD 회원국은 평균 40%인데 우리나라는 50%가 넘는다. 복지국가는 시민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것이 '경제 민주화'라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장 교수는 세금과 복지에 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몇 년 전 논란이 됐던 무상급식 등으로 예를 들었다. 이때 당시 논란은 '이건희 손자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해야 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언뜻 보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건희 손자는 세금 더 많이 낸다. 돈만 내고서 하나도 받지도 못하면 복지를 안 하려고 할 것이다. 선별적 복지를 하면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은 2등 시민, 이런 인식이 강화돼 중산층이 복지를 피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시민권을 고민하여 복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세부담'이라는 이름으로 복지를 안 하려고 한다. 복지를 부담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진짜 세금이 부담이라면, 소득 최고율 10%인 파라과이에 가서 살고, 모든 기업은 법인세 10%인 마케도니아에서 사업을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나라에 가지 않는 이유는, 세금이 낮은 대신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낮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조세부담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정적자 역시도 적정한 때의 재정적자가 필요하다. 재정균형을 매년 달성할 필요까지 없다. 시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장 교수가 복지 지출에 관해서 한 설명이었다.

복지에 더 적극적이어야

복지는 '투자'의 요소가 있다. 예를 들어서 탁아, 학교 급식 등은 장기적으로 노동의 질을 높이게 한다. 또한 장애인 혹은 노인을 돌보는 복지 체계는 이미 직장이 있는 사람들을 더욱 생산적으로 일하게 해주는 요소다. 아울러 신기술이 도입되어 구조조정이 일어나도 복지제도를 통해서 제기할 수 있다면 신기술 도입에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이 노조 조직률이 70%가량 되어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파업이 거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한국이 가지고 있는 양극화, 산업정책의 악화, 신자유주의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복지정책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과거 정부보다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앞서 재정적자 등에 대한 너무 많은 염려를 하기보다는 복지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설명했다. 기업도 너무 빚 안 지고 소극적인 기업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연구개발하는 기업이 잘 되는 경우가 많다며 말이다.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말로 장 교수는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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