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시민학교...학교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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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시민학교...학교협동조합
박인범(수지고 교사, 전 현암고 사회적협동조합 '두레바우' 교원이사)
  • 2018.05.08 16:14
  • by 라이프인
지난 4월 18일 현암고 사회적협동조합 '두레바우' 정기총회가 열렸다. 세번째 총회를 준비하면서 조합원들은 한 걸음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4월 중순 현암고 학교협동조합 '두레바우'에서 제2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2016년 창립총회 이후 매년 4월 셋째 주 수요일에 학생, 교사, 학부모 조합원이 모여 지난 1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1년을 맞이하며 힘찬 출발을 다짐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였다.

총 세 번의 총회를 준비하며 느낀 것은 총회야말로 협동조합의 민주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합원의 동기 부여가 생기고 결속력이 다져진다는 것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첫발을 함께 내딛기 위해 조합원들은 총회를 준비하며 협동을 배우고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2016년 현암고에서 학교협동조합 설립을 담당한 이후 나는 일상의 적지 않은 부분이 학교협동조합과 관련된 활동, 연구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을 만나며 소통하고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기에 늘 궁금하고 새롭다. 그런데 가끔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학교협동조합이 왜 필요합니까? 그리고 뭐가 좋은 거예요?"라고..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물론 앞으로도 경험적 사고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학교협동조합에 대해 굳이 정의를 내리자면 '더불어 사는 시민학교'라고 얘기하고 싶다. 민주적 의사결정, 문제 해결, 공동체 형성, 연대 의식, 갈등 관리, 셀프 리더십, 공감 및 수용 등을 몸소 체험하며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따로 없다. 누구한테든 배울 점이 있다. 이처럼 매력적인 변화가 기대되는 학교협동조합이지만 배움을 얻기까지 평탄한 과정만 있는 것은 아니며 운영도 말처럼 쉽지 않다. 독립된 조직이지만 학교와의 공조 관계가 아주 중요하며 자율성과 민주성이 보장되지만,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는.. 어찌보면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며 뭐라고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이러한 모호함 때문에 학교 여건에 맞는 다양한 학교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획일화되지 않은 실험적 행동이 나타나게 되는 듯하다.

2018 두레바우 정기총회를 준비하는 학생들

교사 입장에서 학교협동조합의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활동의 기회를 통한 학생들의 내적 성장이다.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다 보니 뭔가 해보려고 도전하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해 좌절하거나 사기가 꺾이는 경우도 있고, 주어진 책임을 완수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리더십이 부족하여 임원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학교협동조합은 모두가 주인이고 동등한 주체이기에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학생 임원은 탈락했지만 협동조합에 필요한 분과를 만들고 조직에 필요한 역할을 찾아가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리더만이 조직원을 대표하고 이끌어가는 여느 조직과는 다른 경험을 하며 스스로를 발전시킨다.

학교협동조합을 경험한 학생들은 협동의 정신을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멋진 청년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창업을 준비하기도 한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적경제 조직을 공부하기를 원한다. 교대에 진학한 학생은 학생 자치 활동에 관심을 갖고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졸업생은 자신의 경험을 사람책(휴먼라이브러리) 프로그램을 통해 독자에게 알리기도 한다. 학창 시절의 소중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선배로서의 멘토 역할은 기본이다.

그런데 이 학생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학교협동조합 활동이 너무 즐거웠다고 하는 것이다. 어찌 신나는 일만 있었겠느냐마는 때로는 힘겹고 고독할 때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가 필요한 부분을 능동적으로 개척하고 조합원의 협력에 의해 실행하는 과정에서 더불어 함께 하는 저력을 느꼈던 모양이다. 앎과 삶이 이어지는 교육은 이런 것이다.

학부모님과 지역주민들도 학교협동조합에서 교육공동체를 경험하며 아이들의 훌륭한 인생의 길잡이로 거듭나게 된다. 이웃과 학교에 의미 있는 행동을 하고 싶어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함께 공부하고 활동하시면서 내 아이만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의 아이들과 만나고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세상을 위한 나눔을 실천한다는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신다.

때로는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기 어렵고 학교와의 이해관계로 인하여 갈등이 있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열린 마음으로 함께 품고 나아가려고 노력하게 된다. 교사도 나만이 교육전문가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교육의 무대를 학교로 한정하지 않고 지역으로 넓힌다. 학교가 단순한 직장, 아이가 다니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터전이 되는 것이다.

며칠 있으면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사회의 변화로 인하여 스승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변화할 수 없는 것은 학교란 학생이 교육활동을 통하여 성장하는 곳이며 어른은 학생으로부터 신뢰받는 스승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협동조합이 신뢰받는 교육의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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