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노동자 1명 사망할 때 하청은 7명 사망, 왜?...'공감격차'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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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노동자 1명 사망할 때 하청은 7명 사망, 왜?...'공감격차' 줄여야
2018 노동자 건강권 포럼 26-27일...노동안전보건 부정의(不正義)에 응답하라!
  • 2018.01.31 12:03
  • by 공정경 기자
지난 26일에서 27일 2018년 노동자건강권포럼이 열렸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이 '화학물질 알권리 추진현황과 과제'를 발제하고 있다.

2012년 처음 문을 연 ‘노동자 건강권 포럼’이 올 해로 7번째를 맞았다. 올 포럼은 지난 26일에서 27일 이틀에 걸쳐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진행됐다. 노동자 건강권 포럼은 ‘안전할 권리’에 대한 인식을 사회 저변으로 확장하고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해서 사회에 문제를 던진다. 올해 슬로건은 ‘노동안전보건 부정의(不正義)에 응답하라!’이다. 갈수록 양극화되는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를 드러내고 앞으로의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총 10개 세션으로 구성했다.

▲[여는 세션] 화학물질 알권리, 추진현황과 과제 ▲[전체 세션] 노동안전보건 부정의에 응답하라 ▲더디지만 진화하는 잔재판례 알아보기 ▲‘을 중의 을’ 이주노동자의 안전보건 ▲바보야, 진짜 문제는 과로야 ▲ 경찰보다 위험한 청소노동자 안전보건, 그 대책을 묻다 ▲온전한 노동안전, 마음치유가 필요해! 그뤠잇! ▲소방 현장의 유해물질 노출실태와 직업안전 ▲ 혈압 자주 재면 떨어질까? 검진 자주하면 건강해지나? ▲직장갑질 119-직장 앞에서 멈춘 촛불, 노동자들의 자화상

여는 세션은 김신범 실장(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이 맡았다. 2010년 이후 지역 주민이 주체로 등장해 화학물질 감시 지역운동이 본격화됐다. 화학물질 안전관리 알권리 조례 제정과 더불어 환경부도 지역감시 운동에서 모든 리더쉽은 주민에게 있다는 원칙을 세웠다. 화학물질 지역사회 알권리 운동은 커다란 성과를 이루고 있다. 김 실장은 이제부터 시민사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민간 DB 구축을 제안했다.

화학물질 위험정보 제공을 위한 디비화 작업 시작해야...시민주도 안전기준 제시 필요

“가습기살균제의 영향으로 기업들은 생활화학제품의 전성분을 공개하기로 했다. 기업이 정부에 제출한 정보도 시민사회로 가져올 수 있는 통로도 만들었다. 이제 시민사회는 지역사회 공장들의 화학물질 정보, 생화학제품 화학물질 정보, 1만3천개 정도의 산업용 제품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종합하면 어떤 발암물질이 어디에서 생산돼 어떤 경로로 소비자, 노동자, 주민에게 도달되는지 알 수 있다. 화학물질의 위험을 어디에서 차단하면 되는지 알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기회가 온다는 의미다. 정부의 정보와 시민사회가 만든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해서 온 국민을 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근본이 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민간의 안전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생리대를 한 번도 관리해본 적 없는 식약처가 아무런 유해성이 없다고 발표하는 나라는 창피한 나라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그게 안전하다는 말이냐’라고 반박할 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생리대의 안전기준을 만들어서 공표하면 된다. 그리고 이 기준을 지키는 기업을 칭찬하는 운동을 하면 된다. 우리가 원하는 최고의 안전기준을 세상에 보여줄 필요가 있고, 실질적으로 화학물질 사용이 줄어들도록 집중해야 할 때가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간 DB와 안전기준을 시민사회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이 '노동안전보건 부정의(不正義)에 응답하라'를 발제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윤근 소장(노동환경건강연구소)은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은 왜 화장실이어야 하는가? 힘들고 해로운 일은 왜 하청노동자가 해야 하는가? 왜 노동안전보건에서 부정의, 불평등 문제가 나타날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전체 세션을 시작했다.

작업장 산재위험도, 원청 4.5% vs 하청 84.3%...사고 사망자, 원청 1명 vs 하청 7명

부정의(不正義)이란 쉽게 말해 불평등이다. 환경적으로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권리가 침해받는 상태를 말한다. 부정의의 결과는 2014년 산재 위험직종 실태조사(국가인원위원회)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작업장 내 산재위험 정도를 보면 원청노동자가 4.5%지만 하청노동자는 84.3%가 위험에 노출돼있다. 작업 중 산재 경험자의 산재보험처리 여부를 보면, 산재보험 처리가 원청비용으로 7.2%, 공상처리가 4%, 하청비용으로 공상처리가 56%, 개인부담으로 의료보험처리가 28%다. 사고사망자 수도 원청이 1명일 때 하청은 7명이다.

왜 부정의가 발생하는가를 보면 '공감격차', 즉 노동자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 사업주, 정책결정권자뿐 아니라 산재 판결을 하는 판사까지 노동자, 재해자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의지나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부정의가 발생한다.

이 소장은 “위험한 작업장, 비위생적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면서 ‘저 노동자는 저곳에서 일해도 좋은가? 나는? 내 자녀는?’이라고 이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공감격차를 줄일 수 있다. 김신범 실장처럼 전문가가 현장을 뛰어다니면 공감격차가 줄어든다”고 말하며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노동안전보건 정의의 개념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회에는 신민주(알바노동자), 임선재(서울교통공사 안전업무직), 정혜미(화섬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사무장)이 참여했다.

신민재 씨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정당하게 산재를 요구할 수 있다며 자신의 산재 신청 경험을 발표하고 있다.

신민주 씨는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에서 끓인 물에 화상을 입었다. 당장 손님을 받아야 해서 응급처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매장에는 화상연고도 없었다. 퇴근 이후 상태가 악화되어 급기야 새벽에 응급실에 갔다. 병원에서는 되도록 일을 쉬는 것이 좋겠다고 했으나 당장 일을 쉬면 해고될 것 같아서 다친 팔로 다음날도 출근했다. 며칠 후 매장에 다친 것을 알리고 산재신청을 하겠다고 하니 사장이 ‘어디서 당당하게 산재 신청을 하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계속되는 ‘그만두라’는 말에 못 이겨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됐다. 일하다 다쳐서 정당하게 산재신청을 요구했다는 점 하나로 버릇없는 알바가 돼버렸다.

'어디서 당당하게 산재 신청 하나'....노동자 안전보건, 비정규직 이유로 곳곳에서 차별 심각

“알바노조와 방송사 기자 덕분에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가장 불안정하고 비정규직인 알바 노동자들은 사실상 산재를 신청하기조차 어렵다. 내가 일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산재 신청한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정당하게 산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다. 앞으로 많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되찾길 바란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일하는 임선재 씨는 3월 1일 자로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지금은 야간작업으로 바꿨지만, 이전에는 스크린 센서 교체작업을 주간에 했다. 보통 작업시간이 20~30분 정도 걸리는데 선로에서 3~4분 작업하다 지하철이 오면 빠져나왔다가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 형태다. 구의역 참사도 이런 작업형태 때문에 발생했다. 온수역 사망사고도 야간에 해야 할 배수로 칸막이 작업을 야간 수당 안 주려고 주간에 작업을 시키다 발생한 경우다.

차량검수 업무직은 쇠붙이, 중량물 등을 다루는 업무라 안전화가 필수로 지급돼야 한다. PSD 업무직(승강장 안전문 유지관리)도 안전모나 안전조끼 등 기본 안전 장구류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입사 3개월이 넘도록 안전 장구류가 지급되지 않았고, 현장 작업 시 안전 장구 없이 작업하거나 동료들 간에 돌려쓰는 상황이 발생했다. 안전 장구 지급 요청을 하면 ‘입찰 중이다, 발주 넣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필수용품인 방진복, 마스크도 정규직보다 저품질의 용품이 지급됐고, 샤워장도 간이 샤워실을 이용하게 하는 등 노동안전보건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했다.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서 보장받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이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다.”

정혜미 사무장은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직업환경과 산재 실태를 발표했다. 파리바게뜨 제빵, 카페기사 391명 중 328명(83.9%)이 주 50시간 이상 근무하고, 이 중 175명(44.8%)은 60시간 이상 근무한다. 휴게시간도 전체의 77%가 10분 이내거나 휴게시간이 따로 없다. 전체의 91.3%가 근무 중 다친 적이 있고, 업무상 부상 사유로는 조리 중 화상(25.2%)과 칼이나 용기에 의한 자상(21.1%)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상 시 처리 방법은 산재 처리가 7.3%, 개인보험 및 비용처리가 62.2%다. 산재 관련 교육도 전혀 없고, 본사와 관리자는 ‘일하다 다치는 건 산재가 아니다. 그냥 일반적 일’이라고 말한다. 작업장에서 다치면 본인부담이 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가 됐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B씨는 임신 중 작업장에서 하혈했다. '병원에 가야 한다'고 얘기하자 관리자는 '주말이라 사람 없는 거 알잖아. 좀 참고 일해 봐!'라고 말했다. 유산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참고 일하라는 말이 가당키나 한가? 하혈이 참는다고 참아지는 문제인가? 3시간 반 후 대체인력이 와서 인수인계까지 마치고 병원을 찾았지만 배 속의 아기를 구하기엔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다.”

26일 포럼은 전체 세션에 이어 눈여겨봐야 할 산재판례와 내국인 노동자들보다 산업재해 발생률이 6배 높은 이주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 계속해서 사망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청소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다뤘다.

노동자 건강권 포럼은 일과건강,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주최했고 세션 주관단체로는 과로사OUT공대위, 노동건강연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직업환경의학실, 노동환경연구소 화학물질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산재팀,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통통톡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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