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로운 돌봄] 아이들이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경험'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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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로운 돌봄] 아이들이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경험' 할 수 있도록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 임혜숙 이사 인터뷰
  • 2023.05.05 12:30
  • by 노윤정 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가족 구성원들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다. 누가, 어떻게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 공동체인 가정을 보호하고 있는가. 갈수록 복지 욕구는 다변화되고 돌봄 수요는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다.
돌봄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사각지대를 살피고 사회에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도 있다. 라이프인은 가정의 달을 맞아 '사람을 중심에 둔' 사회적경제 방식의 돌봄에 주목하고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각 생애 주기의 사람을 돌보는 주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로컬농장에 방문한 아이들의 모습.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
▲ 로컬농장에 방문한 아이들의 모습.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몇몇 장면들이 있다. 좁은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뛰어놀고, 지나가는 동네 어른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그러다가 창문을 열고 '저녁 먹게 들어 와'라고 외치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리면 내일을 기약하며 친구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기억이고, 누군가에게는 매체를 통해서만 접했을 '마을'의 한 모습이다. 아이들에겐 함께 어울릴 친구와 보살펴 줄 어른들이 있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겐 이웃에게 잠시 아이를 맡기는 것이 자연스럽던 공간. 그런 의미에서 마을은 '장소'의 개념이 아니다. 사람들이 만나고 서로를 돌보는 무형의 모든 행위들이 어우러져 비로소 '마을'이 된다.

10년 전인 2013년, 대전 유성구 신성동 주민들이 모여 만든 상상협동조합(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의 전신)도 '마을'에 대한 욕구에서 출발했다. 아이들을 함께 키워 보자는 마음도 있었고, 대덕연구개발특구(舊 대덕연구단지) 같은 지역의 인프라를 주민들과 엮어줄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직접 대안문화공간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고, 협동조합을 설립해 '마을카페 공유'를 운영했다.

"마을카페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상상협동조합의 창립 멤버이자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 전(前) 이사장인 임혜숙 이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커뮤니티공간이 지금처럼 활발히 만들어지던 시기가 아니었을 때, 상상협동조합 조합원들은 마을카페 안에서 아이들 요리 수업, 반찬 만들기, 외국어 공부, 그림 수업, 바느질 모임, 전시회,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함께 모여 놀며 동네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았고, 조합원이 점점 늘어나면서 주민들은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모임이 축소되고 카페 운영이 어려워졌다. 조합원들은 마을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시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돌봄'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가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돌봄은 공적이고 비영리적인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2021년 조직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경했고, 지역에서 공동체를 기반으로 돌봄과 교육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의 필요와 욕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일까.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이 제공하는 돌봄·교육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지난해 '유성구 우수공동체' 지정, '와글와글 유성동네학당 공모사업' 선정 등의 성과를 올렸다. 또한 지난해 12월부터는 지역 돌봄센터(유성구 다함께돌봄센터 유성아이 6호점, 이하 센터) 운영을 수탁했다.

조합 초창기부터 활동해온 임 이사를 만나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들어봤다.

 

▲ 임혜숙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본인 제공.
▲ 임혜숙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본인 제공.

Q. 지역사회에서 10년째 마을 활동을 해오고 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공유공간을 운영하기로 결정한 이유와 어떻게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는지 궁금하다.

시작할 때는 나도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그냥 협동조합이 좋다고 해서 시작했다.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 활동도 하고 있었고, 마을카페를 운영하면서 한살림대전 이사장 직도 맡았었다. 그런 식으로 몸으로 부딪치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해 배웠다.

그런데 처음에는 '쟤네는 세금 지원받는 조직'이라는 인식만 갖고 보시는 분들이 많았다. 억울하기도 했다. 우리는 정말 무료 봉사하고 있었는데.(웃음) 계속 지원금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조금씩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물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주어야 하니 무료 봉사가 마냥 좋은 것도 아니고, 지원을 받는 것이 마냥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조합을 자리잡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열심히 홍보를 했다. 그랬더니 점점 입소문이 나고, '마을을 위해 공간을 내어주는 곳'으로 봐주시더라. 그렇게 되기까지 3년 정도 걸린 듯하다.
마을카페 공유는 누구나 와서 원하는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여성들의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 우리 조합을 거쳐 창업하거나 취업하신 분들도 있다. 생협 활동가가 된 분, 공예 모임을 하다가 공방을 차린 분, 사회적기업을 창업한 분도 있다. 그래서 우리 조합은 여성들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지하는 역할도 했다고 생각한다.

Q. 일반협동조합으로 마을카페를 운영하다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뒤에는 돌봄과 교육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모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돌봄이 필요하고, 사회적 약자 돌봄은 공공이 해야 할 기본 역할이다. 그런데 청년들, 전업주부로 집에만 있는 중년 여성들, 은퇴를 앞둔 50~60대들, 이런 사람들도 돌봄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세상이 너무 각박해지지 않았나. 이런 때일수록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일본에 이바쇼(いばしょ)라는 단어가 있다. 한국어로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데, 안식처 같은 개념이다. 내 모습 그대로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곳. 이런 공간들이 아이들에게도, 엄마들에게도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조합이 만들어 보고 싶었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자고 했을 때, 10년 정도 했으면 문을 닫아도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 분들에게도 '돌봄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말로 설득했다. 모든 영역에서 돌봄을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니 일단 아이들 교육과 돌봄으로 시작했다.

Q.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주요 사업들은 무엇이 있는가.

지난해에는 아이들을 위해 주말학교와 간식 사업을 계속 진행했다. 맞벌이 부부들이 걱정하는 일 중 하나가 아이들의 먹거리다. 학교 끝나고 학원을 가기 전까지 건강한 음식을 먹고 편하게 쉬었으면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사 먹는 아이들이 많다. 그 점이 안타까워서 간식을 만들어 아이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가 가까운 곳은 직접 집으로 배달을 해줬고, 그러면서 어린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의 등원을 도와주기도 했다. 그리고 동네의 능력 있는 분들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것들을 함께 배울 수 있도록 토요일마다 주말학교를 열었다. 그러면서 베이킹도 함께 하고 재활용품으로 만들기 활동도 하고 사회적경제 아카데미를 운영하기도 했다.

▲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한 주말학교 중 '이웃집 사회적경제 선생님' 수업 당시 모습.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
▲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한 주말학교 중 '이웃집 사회적경제 선생님' 수업 당시 모습.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

Q. 사회적경제 아카데미처럼 아이들에게 사회적경제에 대해 알리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 듯하다.

음악을 전공해서 현재 한 대학교에서 '시민과 예술'을 주제로 수업하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공동체의 개념이나 협동조합,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가치 같은 것들을 물어보면 잘 모르더라.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알려준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또, 학생들에게 공동체를 이루어서 살면 좋을 것 같으냐고 물어보니 싫을 것 같다고 대답한 아이들이 꽤 있었다. 불편할 것 같다고 하더라. 이건 경험의 문제가 아닐까.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그런 가치들을 접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말학교에서는 요리 수업을 하면서 로컬 푸드에 대해 알려주고, 발달장애인분들이 함께 운영하는 농장에 가서 장애인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비누를 만들면서는 환경 이야기를 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연결시켜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센터에서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아이들에게 함께하는 경험을 하게 하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자 한다.

Q.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연대하고 협동하고 주체적으로 사고하도록 독려하는 것, 이것이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이 제공하는 돌봄·교육 프로그램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

아이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고 조화롭게 살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익히도록 한다. 이 기조는 항상 유지하려고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더라도 우리의 철학은 담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센터에서도 음악이나 영어 등을 가르친다. 하지만 모든 수업이 '학습' 차원에서만 그치지 않고, 함께 노래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이 팀을 이루어 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 팀으로 활동할 때는 나 혼자 잘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다 같이 협동해서 선(善)을 이루자는 가치를 기본적으로 깔고 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 가치를 알려줄지를 항상 고민한다.

Q. 참여하는 아이들의 이해도나 반응도 궁금하다.

기억에 남는 일화들이 몇 가지 있다. 한 번은 어떤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는데, 아이와 수영장에 갔다가 종이컵에 물을 주려고 하니 '선생님이 일회용품을 쓰면 지구에 안 좋대. 조금 참았다가 집에 가서 마실게'라고 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너무 기특했고,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생겼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힘을 계속 길러주려고 한다.
또, 한 고학년 남자 아이가 기억에 남는다. 학교에서 소위 '문제아'라고 불리던 아이였다. 그래서 처음 센터에 왔을 때는 우리도 힘들었다. 그런데 분명히 그 아이도 잘하는 일이 있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있지 않을까, 그런 고민이 들었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회의할 때 그 아이의 장점을 찾고 칭찬하고 인정하는 일이 필요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아이가 뭘 잘하는 것 같아요?'라고 다른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니 그림을 잘 그리고 만들기를 잘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장점을 인정하고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역할을 줬다. '여기 1~2학년 동생들이 많으니까 네가 선생님을 도와줄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그랬더니 아이가 바뀌더라. 나는 그 아이에게 붙은 '문제아'라는 낙인이 싫었다. 우리가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바라보는지에 따라서 아이는 바뀔 수 있다.

▲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과 대전사회적자본센터의 공유공간사업 '시니어와 어린이를 위한 동네 제로 세대' 프로그램 당시 모습.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
▲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과 대전사회적자본센터의 공유공간사업 '시니어와 어린이를 위한 동네 제로 세대' 프로그램 당시 모습.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

Q. 마을 주민들의 참여는 어떻게 이끌어내고 있나?

동네에 10년째 자리잡고 있다 보니 입소문도 나고, 관심 갖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꾸준히 있다. 그러다 보니 조합 안에도 계속 사람이 생긴다. 나를 포함해서 초창기 멤버들이 조합 일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던 시기가 있다. 그때, 함께 봉사하며 성장한 두 번째 그룹이 나타나서 마을카페를 운영했다. 그렇게 조합 활동을 하면서 '열두달수제청'이라는 다른 사회적기업을 창업한 분도 있다. 그렇게 2기 그룹이 성장해서 나간 뒤에는 재미있는 활동을 같이 해보고 싶다며 세 번째 그룹이 찾아왔다. 그중 한 분은 나이가 50대 중반이신 분인데, 태어나서 이렇게 바쁘게 살아보는 경험은 처음이라고 하시더라. 정말 바쁜데, 정말 재미있다고 하셨다. 왜 주민분들이 우리 조합을 좋아하고 인정해주는지 생각해 보니, 여기에 오면 본인이 주인이 될 수 있다. 주부들도 집에서 맨날 똑같이 살림만 하다가 여기 오면 주인공이 돼서 무엇인가를 해볼 수 있다. 내가 수공예를 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수공예 기술을 알려주면 그 자체로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조합이 유지되고 있나 보다.(웃음)

Q. 상상나래사회적협동조합에서 아이들, 조합원들에게 가장 알려주고 싶은 가치는 '내 삶에 주인이 되는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10년 전에는 지금 이 모습이 아니었다. 10년 간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서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서 세상을 보는 눈,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 아이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것들도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공부 잘하라는 말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는 경험들을 하라고 말한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중심이 단단하게 잡힌다. 중심이 단단히 잡히면 이후 어떤 경험을 하든 쉽게 흔들리지 않고, 그 경험을 자신의 양분으로 삼아 성장할 수 있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일, 나의 중심을 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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