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토양에서 보물 같은 아이들이 자라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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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토양에서 보물 같은 아이들이 자라나기를"
성남2어린이집 사회적협동조합 정영선 원장 인터뷰
  • 2022.06.03 00:00
  • by 정화령 기자

라이프인은 지난 5월 '돌봄'을 주제로 지역과 사회에 밀착하여 돌봄을 하는 사례를 만나보았다. 그중 영유아 돌봄과 관련하여 성남시는 2016년부터 국공립 어린이집 16곳을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사협)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이처럼 보호자와 교사, 주민이 함께 조합원으로 참여하여 지역에서 돌봄 공동체를 형성하는 사례가 차츰 늘고 있다. 정책 시행 초기에 어린이집을 설립하여 6년차가 된 '성남2어린이집' 정영선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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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2어린이집은?

2017년 8월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받고 같은 해 10월에 개원했다. 어린이집 운영 경력은 있었지만 협동조합은 처음이라 막막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현재는 장애통합반을 포함한 영유아 72명, 교사 16명으로 운영 중이다. 그리고 조합원은 42명으로 이사진 중에는 사외이사도 있으며, 조합에 월 회비를 내면서 활동하는 구성원이 9명 정도이다. 우리 협동조합 취지에 동의하여 초기부터 함께한 분들이 지금까지 남아있기도 하다.

 

■ 비슷한 사례가 많지 않아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지금은 국공립어린이집 위탁 후 1년 6개월 안에 사협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개원과 동시에 협동조합을 설립해야 했기 때문에 막막함이 더 컸다. 성남시에서 여섯 번째로 이루어진 전환 사례였고, 앞선 어린이집들도 개원 후에 연결이 되어 설립까지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설립 후 함께한 조합원분들의 도움과 지지로 협동조합으로서도 빠르게 안정되었다.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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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부모님들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하기 때문에, 우리가 협동조합임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원아 모집에 어려움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린이집과 보호자가 만나서 신뢰를 쌓고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볼 수 있다. 

선생님들도 처음부터 협동조합의 구성원으로서 각오를 다지고 오는 게 아니라, 함께하면서 사협 안에서 교사의 역할을 교육 받는다. 상하관계라기보다는 교사 회의를 비롯한 소통위원회, 힐링위원회 등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유지하면서 점차 협력의 시스템을 갖춰나갔던 것 같다. 운영 면에 있어서는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할 기회가 많아서 더 신뢰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교실을 직접 둘러보고 식자재를 확인하고 직접 먹어보는 등 부모님이 어린이집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렇게 확인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역할들을 찾아서 도움을 주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먼저 영역의 제한 없이 부모님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안내해 드렸더니, 산책이나 현장학습 도우미, 대청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선생님으로서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걸 불편으로 여기면 협동조합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부모님들의 감시가 아니라 도움으로 받아들이도록 독려하여 자연스러운 참여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 학부모 행사 참여 모습. ⓒ성남2어린이집
▲ 학부모 행사 참여 모습. ⓒ성남2어린이집

■ 코로나19로 참여 활동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팬데믹 정점의 시기에 활동을 처음 시작했다면 온전히 수행하지 못했을 것 같다. 부모님 포함 외부인은 방문 자체가 안 되는 시기가 길었다. 하지만 그전부터 이어져 온 신뢰가 있어서 '지금은 직접 볼 수 없지만, 여기는 내가 믿을 수 있는 어린이집'이라는 의식이 있으신 것 같다. 그만두거나 졸업하는 친구들이 있고, 또 새로 입학하는 과정에서 입소문을 타고 멀리서도 오는 아이들이 있다. 그걸 보면서 코로나 시기에도 신뢰를 잘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안심했다. 

 

■ 가끔 발생하는 사건‧사고로 기관을 믿고 맡기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보육에 대한 부모님의 관점은 굉장히 다양하다. 어린이집에서 많은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분들도 계시고 그 반대도 있다.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있지만, 사회적 약자인 영유아 시기에 신체적‧정서적 학대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다.

그래서 우선 부모의 육아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는 부모 교육과 교사의 인성교육에 힘쓴다. 회의에서도 이런 내용으로 대화를 많이 한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지도하는 것도 정서적 학대라고 강조하여 기준을 높였다. 

어린이집에서는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협동조합 힐링위원회 역시 교사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역할을 한다.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쉴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함께 고민한다.

 

▲ 등산대회 사진. ⓒ성남2어린이집
▲ 등산대회 사진. ⓒ성남2어린이집

■ 선생님들의 의식도 달라졌을 것 같다

여기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갔으면 좋겠다. 열심히 도전해서 2019년도에는 어린이집 우수 프로그램 성남시장상을 받았고, 지난해는 장애통합반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장애통합반도 운영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가 왜 함께해야 하는지에 대해 선생님들과 자주 이야기하면서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한 번에 변하는 건 없는 것 같다. 

또한,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서 힐링위원회는 교사들이 제안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얼마 전에는 선생님과 이사진 전체가 등반대회를 다녀왔는데 반응이 좋았다. 모두 협동조합이라서 가능한 일 같다. 

 

■ 앞으로의 목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곳에 오는 아이들이 매일 무사히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변하지 않는 목표이다. 보물 같은 아이들이 낙오되는 일 없이 본인의 꿈대로 자라면 좋겠다. 그리고 조리사 선생님을 포함해서 좋은 선생님들과 오래 함께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같이 성남2어린이집을 잘 운영하는 게 과제이다. 

협동조합은 소통의 오해가 없는 것이 가장 장점이다. 앞으로도 부모님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금보다 더 열린, 지역과 소통하는 어린이집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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