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지구촌은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17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UN의 문서부터 국가 정책문서, 개발도상국의 정책 프레임, NGO와 수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이 SDGs에 초점을 맞추었다. SDGs 달성을 목표로 하는 2030년을 기준으로 아마 각 지표의 달성률이 다양한 각도로 분석이 되어 발표될 것이다. 목표에 한창 못 미치거나, 혹시 초과 달성한 지표들이 있겠지만,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해 모두가 하나되어 달려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지속가능개발목표에 어느 지점을 달성하기 위해 현장에서 노력하며, 개발협력 활동가로 10년의 세을 보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동료를 만났다. 2013년 1월의 나처럼, 처음 개발도상국에 파견되어 어리둥절해하는 봉사단원도 있고, 해외에서 석사의 과정을 마치고, 여러 현장을 다니며 경력을 쌓아온 개발협력분야의 전문가로 파견되는 중견 실무자도 있고,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활동을 이어가는 선배님들도 있다. 지난 세월 흘려온 땀의 가치와,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의 능력치는 다르지만 모두 개발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마음을 모으고 역할을 만들어왔다.
10년을 한 기관에서, 한 현장에서 몸담았던 만큼 개발협력에 진심인 나는 지속가능개발목표에 대해서는 열심히 공부했지만, 나의 활동에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 본 일이 없다. 그러던 중 2023년 발전대안 피다에서는 '국제개발협력NGO노동환경 실태조사'라는 것을 진행했고, ‘지속가능발전만큼 중요한, 활동가의 지속가능노동’을 목표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생태계 발전을 위한 정책제안을 했다. 그리고 이번 수요세미나에서 '지속가능한 세계, 청년과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게 되었다. 개발협력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그 안에 청년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청년. 대한민국 청년 기본법에 의한 법률상 청년 나이의 기준은 만 19세에서 만 34세 이하로 개발협력분야에 처음 들어온 20대부터 중간실무경험을 약 5년 정도까지 쌓아온 실무자가 청년의 범위에 포함된다. 청년들이 개발협력에 진입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일반봉사단이나 YP(Young Professional) 등의 프로그램으로 현장을 경험하고, NGO나 국제기구, 공공기관, 컨설팅 등으로 경력을 이어간다. 한국의 무상원조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도 이러한 단계를 징검다리 사다리로 설정하고 청년들이 개발협력분야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이 글에서는 청년의 지속가능한 개발협력을 살펴보기 위해 많은 청년들이 개발협력에 진입하는 단계인 봉사단원에 대한 연구자료를 기초 자료로 사용하였고, 문제의 도출보다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위한 대안을 중심으로 내용을 펼쳐보려 한다. (참고자료: NGO봉사단 경험이 귀국단원의 삶에 미친 영향에 관한연구(KCOC))
먼저, 청년들이 개발도상국, 개발협력 현장으로 나오는 목적과 기대이다. 크게 네 가지의 주된 이유가 있는데 ▲봉사, 보람, 희망, 나눔과 같은 '봉사 자체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기대 ▲현장경험, 전문성, 경력, 실무경험, 진로탐색, 역량강화, 커리어와 같은 '직업' 영역에서의 기대 ▲새로운 변화, 자아실현, 행복, 회복, 열정, 성취감 등과 같은 '주관적 정서적' 영역에서의 기대 ▲글로벌, 개발협력, 국제개발, 해외, 소통 등과 같은 '국제개발협력' 영역에서의 기대가 그것이다. 그리고 응답자의 약 85%는 기대했던 바를 달성했다고 대답했다.
다음, 봉사단원 활동이후 개인과 사회에서 미친 영향을 살펴보면, 개인의 측면에서는 ‘내 의 목적 혹은 소명을 찾을 수 있었다’ 등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고, ‘어려운 일을 직면할 때면 내가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등의 자기 효능감이 향상되었다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이 처한 주요 문제점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다', '다른 문화를 지닌 사람들의 가치관을 더욱 존중하게 되었다' 등의 타문화 수용성과 글로벌 사회공헌 역량에 변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주목할 것은, 봉사단 활동 종료 이후 귀국단원들이 자원봉사 활동이나 후원 등의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20세 이상 국민의 평균보다 높다는 결과가 있었다.
이처럼, 청년들이 다양한 기대를 가지고 현장에 나와 목적한 바를 달성하고, 개인과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3~5년 차 경력 실무자들의 부족현상과 프로젝트와 NGO기관들의 인력난 문제를 어렵지 않게 듣게 된다. 발전대안 '피다'에서 발간한 '국제개발협력NGO 구성원들의 노동' 자료에 따르면 개발협력NGO종사자들의 평균 임금이 낮고, 시간 외 근로가 많고, 번아웃을 경험한 노동자의 비율이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된다. 더불어, 작년에 참여한 '국제개발협력 중견실무자 리더과정'에서 나누어진 사례를 보면 '해외 파견 근무시 결혼과 육아에 대한 걱정', '정서적 고립감과 외로움', '정체된 성장' 등도 개발협력에 청년들이 오래 남아있지 못하는 이유로 대두되었다.
나의 현장 활동을 돌아보니 위에 언급된 통계자료와 고민의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빈곤해소라는 나름의 소명을 가지고 나와 활동하면서 얻는 만족감과 성취감이 분명히 있지만, 성장이 정체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전문성, 결혼과 육아 등 개인의 삶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미래가 답답해지는 형국이다. 들추어내지 않았을 뿐, 마음속 깊이 잠재되어 있었던 갈등의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여러 가지 제안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두 가지, 구조적 변화에 대한 제안과 활동가 개인을 향한 제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구조적인 변화이다. 개발협력에는 많은 사다리가 있다. 전문가의 등급이 학력과 경력으로 세분화되고, 등급에 따라 일비, 식비, 숙박비 등이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이는 경력사다리라고 이름 붙이고 일하는 기관을 등급화한 현실과도 연결된다. 봉사단원과 인턴은 그다음 사다리, 국제기구 파견 다자협력전문가(KMCO), 공공기관 코디네이터, 그리고 국제기구나 컨설팅 같은 다음단계로 올라가는 구조가 있고, 일하는 기관, 내가 속해 있는 사다리의 위치에 따라 다른 급여와 주거조건이 결정된다. 같은 국가, 분야, 현장에 있어도 등급에 따라 사는 집, 먹는 밥이 달라지는 서글픈 현실이다. 개발도상국 개발현장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이러한 현실을 마주한 청년들은 당연스럽게 다음 사다리 단계를 위해 노력하고, 기회가 닿지 않으면 서러움을 가지고 떠나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은 개발협력의 목적과 방향성에 맞지 않다. 현장에서는 주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고, 기록하고 행정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정부와 같이 전략을 고민하고, 이를 글로 쓰거나 발표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석사가 없어도, 교수나 정부기관에서의 경력이 없어도, 현장에서 누구보다 소통을 잘하고 조직화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개인의 배경으로 하(下)등급으로 분류되고 다른 대우를 받으면 누구라도 서운하다. 현장에서는 등급이 아닌 함께 일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차별없는 세상을 만드는 개발현장에서, 우리 스스로를 차별해서는 안 되고, 연대와 협력을 외치면서, 우리 현장을 수직화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더 이상 높이 올라가는 사다리가 아닌 옆으로 뉘어진 함께 발맞추어가는 수평의 사다리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활동가들에게 외친다. 우리 스스로를 평가절하하지 말고, 우리가 먼저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가지자는 이야기이다. 개발협력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는 다방면에 뛰어나다. 인류애 혹은 긍휼한 마음이 있고, 언어 소통의 능력이 있으며, 분야 혹은 지역의 전문성이 있다.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제안서 보고서 정산서를 작성해 봤고, 이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일도 한다. 중견 실무자 이상은 팀이나 조직을 운영하면서 경영의 능력을 키운다.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정세를 이해하고, 자연재해 등의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해외에서 생활하며 뛰어난 적응력을 갖추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자주성도 갖춘다. 이렇게 뛰어난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박봉의 활동가로 정의하면 거기에서 우리의 활동과 성장은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해외에 나가 있어도 여러 기회를 통해 계속적인 성장의 동력을 만들고, 스스로 가진 전문성을 개발하면서 당당하게 사회에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사회가 인정하지 않고, 우리가 설 자리가 없다면 당당함은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현실적으로 기회가 없는 사회에 진입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개발협력분야의 동료들마저 연대하고 지지하지 않으면 설 자리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 더 넓은 세상에 눈과 마음을 두고 끝까지 함께 해주기를 당부한다.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의미에 동의한다. 청년들이 여러 기대를 가지고 현장에 나왔을 때 구조적인 문제에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약해지지 않고 서로 지지하면서 지속가능한 현장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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