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하는 농업, 그리고 농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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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함께하는 농업, 그리고 농장들
[한살림 해외기획연수]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지역사회와 커뮤니티를 만들다.
  • 2018.04.11 12:21
  • by 한살림 활동가모임 ‘광데렐라’

유쾌한 활동가들의 모임 한살림‘광데렐라’가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며 전환마을(Transition Town) 영국 데번주의 토트네스로 떠났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트랜지션(Transition)은 점프와 스텝, 점프와 점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을 의미하듯 ‘전환’은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연결하여 바꾸는 것을 뜻한다. 인구 8만 5천 명의 시골 마을 토트네스는 지역과 주민을 어떻게 연결되고 있을까? 내가 사는 곳의 문제를 내가 아는 방식, 내가 좋아하는 일로 자연스럽게 전환(轉換)한 ‘토트네스’를 ‘광데렐라’의 방문기를 통해 소개한다.

하나, 토트네스에서 한살림의 ‘오랜된 미래’를 만나다.
둘, 토트네스! 전환(轉換)의 뼈대를 세우는 단체들을 만나다.
셋, 전환(轉換)생태계를 만드는 재미있는 프로젝트
넷, 지역과 함께 하는 농업, 그리고 농장들
다섯, 자연주의 마을과 슈마허, 슈타이너의 힘
여섯, 전환마을은 일상이 전환이다.
일곱, 지역에서 ‘토트네스’를 꿈꾸다.

뚜벅 뚜벅 뚜벅 우리의 만보계는 매일 만보를 훌쩍 넘어 만칠천보, 만팔천보를 찍는다. 시내의 모든 탐방은 걸어서 움직였다. 투어매니저‘할’에게 이야기하니 의도적인 것도 있으니 미안해하지 않겠다고 한다. 하긴 덕분에 작은 가게안의 풍경과 세상의 모든 종류 개(내 생전 그렇게 개 종류가 많은지 처음 봤다)들과 버스킹 하는 히피친구들, 그리고 ‘빅이슈’를 파는 노숙자아저씨도 만날 수 있었으니 오히려 고맙기도 하다.

농장을 보러가는 날 아침 숙소 앞에 노란 미니버스가 세워져 있다. 유치원생들이 탈 것 같은 작고 이쁜버스에 ‘할’이 웃으며 우리를 맞이해 준다.

“우리 오늘은 안 걸어도 돼?”

걸으면서 축척된 에너지는 노란버스 안에서 ‘광’적인 수다로 쏟아졌다.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30분가량 달린다. 창밖으로 낮은산과 들, 작은 마을, 데본(주)의 사우스데본이라는 이정표를 지나 농장에 도착했다.

TTT(Transition Town Totnes)와 REconomy Center 프로젝트 농장인 ‘School Farm CSA’와 ‘Apricot Centre HUXHAM'S CROSS FARM’은 규모면에서나 농장의 존재방식이 분명히 다른데 그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하나라는 느낌이다.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커뮤니티를 만든다.’ 그런데 한곳은 ‘학교농장’, 한곳은 ‘살구농장’ 이라니 학생들이 운영하는 텃밭과 작은 공동체 마을의 동네 텃밭을 상상하게 한다. 상상은 자유!

#스쿨팜은 2013년부터 REconomic Center의 프로젝트중 하나인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CSA> 방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35명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원들은 클라우드 펀딩을 기초로 1년 동안 농장에서 수확한 작물을 공급 받기로 약속하고 농장은 전문적인 생산자가 생태적인 방법으로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공급하는 비영리 사회적기업 방식으로 운영한다.

CSA로 계획된 ‘School Farm’의 목표(2013년)

1. SCA 구성원 확대. 
2. 친환경 재배 면적 확보.
3. 자연적인 방법으로 농장의 방풍벽을 만들고 작물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어 나가며 작물 저장을 위한 창고 및 추가 교육 활동을 위한 공간 등 기반 시설 설치.
4. 농장을 관리하는 생산자의 역할 확대. 
5. 지역 대학과 협력하여 초보자들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 제공하며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에게 기회 제공.
6. 학생들이 학습을 연습하고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시험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새로운 참가자를 농사에 계속 참여시킴.
7. SCA방식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지역 사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 
8. 구성원들과 끈끈한 연대감을 구축하고 교육 및 이벤트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사회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감.
9. 영국 전역의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더욱 발전시킴.
10. 자연적인 에너지를 활용하여 식량을 재배하는 생태학적 방법을 실험.

   

#농장 한쪽에 인디언식으로 꾸며진 작은 쉼터에서 만났던 여인 온통 흙투성이로 나타나 환하게 웃던, 그래서 더 멋져 보였던 ‘린지’는 3년 전 원예학생으로 이곳에 왔다가 스쿨팜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3에이커(3,600평) 땅을 기계 없이 3명의 여성농부가 일하고 있고 한다.

열 평정도 한살림 공동텃밭을 운영해봤다. 제 때 관리가 안 되어 아프리카 밀림을 만들어 놓고는 사람들에게 ‘자연주의 태평농법’이라고 뻥을 친 적이 있었다. 3,600평의 땅을 세 명의 여성농부가? 거짓말 같은 진실이 뭘까 궁금했다.

Lindsay Ramsay는 지속 가능하고 생태적인 삶을 꿈꾸며 고향인 Devon으로 2014년도에 돌아와 School Farm CSA의 교육프로그램중 하나인 practical horticulture course(전문원예학 과정)을 이수하고 2년 전부터 School Farm CSA에 정식 고용되어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와서 함께 일을 한다. 다양한 식물 기르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또 자원봉사해주는 분들도 있다. 봉사하는 사람들과 함께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람들은 돈 안주고 노동을 써먹는다 생각하는데 서로 생산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역주민들이 자연과 동화되도록 연결하는 목적을 가지고 한다. 먹을거리 채소를 생산해 내는 것만큼 중요하다.”

지속가능하고 생태적인 농법을 지역의 사람들과 나누고 학생들이 그것을 교육받도록 한다. 그러기위해서 그들이 택한 농법도 쉽지 않은 것 같다.

“흙과 거름을 섞어 4~5개월 그대로 두면 발효가 돼 미생물과 벌레가 땅에 양분을 주도록 한다. 땅을 뒤집지 않는다. 스스로 살아나게 한다. 그렇게 살아난 땅을 갈고리질만 한 다음 씨를 뿌린다. 30년 전 다우징이란 사람이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해서 발전시켜 오고 있다. 영국 전역에서 점점 이런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퇴비 발효과정을 설명하는 ‘Lndsay Ramsay’

내년부터는 면적을 넓히고 과일나무를 심어 과일 공급을 늘릴 예정에 있으며 농장규모도 키워 지역의 카페나 푸드 업체들과도 연결망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그 해 그해 날씨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기 때문에 품질이 일정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지만 전문적인 여성 생산자들이 관리하면서 많이 해결해 가고 있었다.

한살림의 여성생산자님들도 30~40년씩 유기농으로 농사지은 전문적인 여성 생산자분들인데 앞으로 그렇게 불러드릴까! 린지처럼 농사로 지역사회와 함께 ‘살림’하는 젊은 여성생산자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러려면 바뀌어야 하는 것이 많다.

 

Biodynamic Land Trust는 장기적으로 생물 역학 농업, 원예 및 식량 재배를 위한 토지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단체로서 다양한 농장 및 지역 사회와 협력함으로써 각 농장과 시장 또는 소규모 중소회사의 특성에 따라 농지를 신탁할 수 방법을 개발, 개선 및 보급하고 있다.

#Apricot Centre HUXHAM'S CROSS FARM 농장에 도착했을 때는 비바람이 몰아쳤다. 영국에서는 흔한 날씨이지만 우리는 운 좋게도 연수 내내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처음으로 영국다운 날씨를 맛보게 되었다.

#영국에는 농부가 꿈인 여인들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토트네스여서 그런가? 두 번째 방문한 농장에서 만난 분도 여성농부이다. ‘마리나’는 20여 년 전 한국에 잠깐 들렀었는데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보고 싶다고 했다. 관록 있어 보이는 ‘마리나’는 스쿨팜에서 만났던 ‘린지’의 미래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Marina O’Connell는 2015년 Biodynamic Trust(신탁)에서 현재 이 농장을 구입해 Biodynamic Way로 경영해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지원하게 되어 현재 농장의 운영권을 위임 받아 일하고 있다.

오가닉을 넘어 Biodynamic을 이야기한다.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지만 중심이동은 이미 끝난 듯 보였다. 스쿨팜의 농업방식도 유기농을 넘어 일부 앞서가는 농부들이 시도하고 있는 자연농에 가까워 보였다.

지붕에서 들어오는 자연광만을 이용해 농장의 창고 내부를 밝히고 있다.

농장에 대한 대략의 이야기를 나누고 ‘마리나’와 함께 농장을 둘러보았다. 비바람 부는 농장은 왜 그리 커보이던지. 나무를 쭉 심어 놓은 곳을 지나니 너른 풀밭이 펼쳐졌다. 풀밭 넘어 울타리엔 닭들이 뛰어다니고 울타리 한쪽에 놓인 불상이 인상적이다.

“숲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어 나가고 있다. 지금은 작지만 크게 자라면 바람 부는 것을 막아준다. 나무를 통해서 좋은 벌레가 날아온다. 토양에서 자라는 벌레를 잡아먹기도 한다.”

영국의 Devon지역 날씨는 강수량이 높아 땅이 항상 질척해서 채소농사를 짓는데 적합하지 않은 토양이다. 뿌리가 깊게 내려가는 다섯 가지의 서로 ‘종’이 다른 클로버를 심어 흙이 쓸려나가는 것을 잡아주도록 하고 있다. 오랜시간 이렇게 클로버를 심어오면서 질척한 땅이었는데 드디어 좋은 땅을 갖게 되었다고 모리나는 설명한다.

과수원에서는 살구, 체리, 녹색자두, 진한 붉은 자두, 퀸즈(배 모양의 과일) 등 50개의 다른 종류 과일을 키우는데 병충해를 막는데 이롭다고 한다.

낮은 둔덕을 넘으니 언덕 한쪽의 넓은 풀밭에 울타리를 쳐 닭을 키우고 있었다. 닭들이 올림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농토다. 솔라 패널을 이용해 전기를 흐르게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여우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우가 사는 곳이라니 야생이 살아 있는 농장이다.

“수탉1마리당 암탉50마리의 비율로 자라고 있다. 닭들은 풀을 먹는다. 빗물을 모아 닭이 먹을 수 있도록 한다. 농부의 손이 가지 않는다. 해마다 자리를 옮겨가면서 닭을 키운다. 이 모든 것들이 퍼머컬처 농법이다.”

한살림은 암탉15마리당 수탉1마리라고 했더니 놀라워한다. 닭을 키우는 이유도 초기 한 살림의 고민과 다르지 않다. 유정난을 공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퇴비다. 이번 연수 동지인 한살림 농부님들은 궁금한 게 유난히 많아 질문도 구체적이고 깊어서 배움도 많았지만 지면관계상 안타깝게 실을 수가 없다.

‘마리나’와 함께 드넓은 농장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한 컷

창고로 돌아오는 길에 ‘마리나’는 농장 한쪽을 가리키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설명해준다.

“저곳에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들,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가진 아이들 등 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센터를 만들 것이다. 자연이 아이들을 치유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TTT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데 심리치료사인 ‘벤’과 교육학을 전공한 ‘할’도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그 둘이 함께 이야기하다 프로젝트를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할’을 쳐다보니 수줍게 웃는다. ‘할’은 아이가 넷이라고 들었는데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나 보다. 부러웠지만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꿈을 꾸자고 생각한다. 한살림에서도 충분히 꿈꿀 수 있는 일이지?

농장을 돌아보며 연수 전 사전학습으로 읽었던 ‘퍼머컬처’의 설계원리를 생각했다. 꾸러미 포장을 하고 있던 박스에 ‘퍼머컬처 디자인’이란 책이 놓여있다. 설계원리 중 하나가 ‘작고 느린 해결책을 생각하라’였던가?

우리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슈마허 철학이 숨 쉬는 슈마허컬리지로 간다. 다음 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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