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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정부는 없었다, 2011년 그리고 2018년에도[라이프인ㆍ생명안전시민넷 공동기획_안전칼럼] 이성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국장, 그린디자이너)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지금으로부터 155년 전인 1863년 11월에 게티즈버그 군인공동묘지에서 미국 국민을 향해 연설한 내용의 한 부분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민주주의 정부에 대한 정의를 가장 짧고 완벽하게 표현한 명언일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정부와 공직자들은 국민을 위한다고 자처해왔다. 나는 참사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유독 이 문구가 떠오른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지났지만, 우리에게 ‘국민을 위한 정부’는 존재하는 것일까?

2018년 5월 3일 한 언론이 ‘대진침대에서 1군 발암물질인 방사성 라돈이 다량 방출된다.’고 보도하였다. 라돈은 기체 상태로 존재하고 체내에 깊숙이 흡입되어 방사선을 방출하여 체세포의 유전자 변형을 일으켜 암을 일으키기기도 한다. 또한 최고의 발암물질인 담배 다음으로 위험한 ‘1군 발암물질’이고 석면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용자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은 우려와 공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밝혀진 바로는 대진침대가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며 명확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제품에 특정물질을 첨가했다. 제품의 가격을 올려 좀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서이다. 2007년경 관련 특허를 취득하고 거의 모든 제품 모델(전체 생산 88,098개의 70%인 61,406개)에 ‘모나자이트’라는 희토류의 일종을 가공성을 높이기 위해 가루로 만들어 매트속 커버에 첨가하거나 스펀지 등에 도포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였다. 그러나 무려 10년 동안 ‘방사선 물질의 제품화’에 대한 정부기관의 제대로 된 관리나 감독은 없었다.

6만개의 침대가 가정 내에서 사용되었다고 알려졌다. 침대 사용패턴을 1인부터 4인 가구까지 설정하고 사용자수를 환산하면 10만 명의 국민이 라돈이라는 방사성물질에 ‘피폭’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사용자에 따라서 ‘10년 장기 방사선 피폭’이라는 끔찍한 상황에 노출되었을 수도 있다. ‘제품에 의해 10만 명 이상이 방사선에 노출’된 사건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다.

라돈으로 인한 인체 암 발병 잠복기를 10년 정도로 가정하면, 10만 명의 침대 사용자들에게 앞으로 얼마나 많은 라돈으로 인한 질병이 생겨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라돈침대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일어난 끔찍한 핵사고에 준하는 재앙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사건인 것이다.
 

 
‘방사능라돈침대’가 꾸준하게 잘 팔려나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품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산업통산자원부)은 제품에 KCL인증을 부여하였고 한국표준협회는 KS마크를 달아주었다. 환경부는 ‘환경표지’인증을 해주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음이온이 건강에 좋은 제품’이라는 제품 광고를 묵인해 주었다. 또한 대한민국 전체의 ‘방사성물질’을 관리 감독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핵연료로 사용할 수도 있는 우라늄과 토륨이 함유된 모나자이트의 수입 및 유통, 사용 관리에 실패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저 많은 기관이 정부이거나 또는 정부에서 관리를 위임 받아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곳이다.
결국 ‘국민을 위한,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없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칠까?

우리 국민이 광장을 통해 만들어준 자랑스러운 ‘촛불정부’는 조금 더 우리 국민 편이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은 소들이 뛰쳐나가는 것만 보고 있던 게 아니라 소들을 몰아내는 듯한 짓들을 서슴없이 행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지난 5월 10일 1차 정부 발표에서는 큰 위험이 없다고 했다. 5일 만에 2차 정부 발표에서는 ‘2010년 이후 생산된 모델 중 6만개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라돈이 방출되고 내부피폭의 위험이 큰 일부 모델을 리콜 하도록 조치한다’고 했다. 극과 극의 검사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는 이 사태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다음과 같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였다.

1.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모든 침대제품을 리콜할 것과 모든 사용자들은 해당 침대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

2. 라돈침대 이용자 중 특히 영유아 등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 등 취약계층의 건강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특정질환이 우려되므로 건강관리수첩을 발행할 것

3. 고용노동부는 원료 가공부터 판매 단계에 이르기까지 근로자의 실태조사를 포함한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할 것

4. 사용자 등록 및 건강피해전수조사와 이에 따른 피해대책 마련할 것 (단, 이미 피폭이 많이 되었을 수도 있으니 섣부르게 폐암조기진단을 한다고 폐 CT 촬영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5. 모나자이트의 수입원과 수입량 국내유통을 파악하고 라돈침대와 유사한 문제가 또 있는지 확인할 것

6.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사례와 같이 때를 놓치지 말고 이번 사건에 관해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해당 회사를 직권 조사할 것

7. 식약처나 과기부 등이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알고도 그 동안 관리를 소홀히 해 사건예방에 실패했으므로 감사원은 즉각 관련 부처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할  것

8. 본 사건은 원안위, 과기부, 산자부, 기술표준원, 환경부, 노동부 등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건이므로 국무총리실의 위기관리팀을 구성해 범정부차원의 조치를 취할 것

하지만 정부는 천여 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참사’에서의 교훈을 망각한 것인지, 즉각적인 대책 마련은 하지 않고 기업 입장만을 대변하는 듯 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정부의 신뢰성을 의심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직접 다양한 제품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온열매트, 의료기기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라돈이 검출되거나 방사선이 측정된다는 사실도 밝혔고 중국, 필리핀, 태국 등에 관광 갔다가 구매한 게르마늄라텍스 매트리스에서도 기준치를 10배 이상 초과하는 라돈이 나온다는 것도 알아냈다.

또한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에게 라돈침대 관련 대응 가이드라인을 정부보다 먼저 제시하였고 직접 피해신고센터를 개설하여 피해신고전화접수를 받기도 하였다. ‘국민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없었기에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이 직접 측정하고 조사하고 임시 대응책을 마련해 나간 것이다.

그러자 정부는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66개 회사의 제품을 전수조사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였다. 정부의 조사 발표는 느리고 적극적이지 못했다. 기업의 편의를 봐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정부는 대진침대에만 수거를 맡겼다가 그 실적이 미진하고 사용자들의 원성이 높아지니 한 달 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이틀 동안 35,000개를 정부가 대신 수거했다. 이 과정에서 라돈침대 처리를 위해 적재해 놓은 지역의 주민들과 오랜 기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아직도 수거되지 못한 제품이 만여 개는 되는 것으로 추정됨)

이 후에도 까사미아라는 브랜드의 제품에서도 또 라돈이 나온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수십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게르마늄라텍스 매트리스 사용자들에 대한 대책은 아무 것도 발표된 것이 없다. 지금도 전국에는 수십만 명의 국민이 ‘라돈’ 또는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다.

과연, '국민을 위한 정부'는 존재하는가?

*가습기살균제참사-1995년 유공(현 SK케미칼)에서 ‘가습기메이트’라는 제품을 첫 출시하면서 22년간 소비된 생활화학물품으로서 전국적으로 700만 명 정도가 사용하고 이로 인한 피해자가 5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2011년 8월 31일 정부가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공식 인정하는 기자회견이 발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현재 신고된 피해신고접수자는 6,082명, 접수사망자는 1,346명에 달한다. 현재도 신고자와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참사이다.

 

이성진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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