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종이팩과 멸균팩을 분리 배출하는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지난해 12월부터 남양주시, 부천시, 화성시, 세종시 내 66개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시행했다. 시범사업에 이어 올해 2월부터 전국 공동주택 100만 가구, 대량 배출원 300곳을 대상으로 사업규모를 확대하는 2단계 사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사업 시행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 9월 20일, 환경부는 종이팩 분리배출에 대한 지침을 번복했다.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 예고했다. 알루미늄이 부착된 종이팩, 즉 멸균팩을 포장재 평가 결과 표시의 적용 예외 대상에서 삭제한다는 내용이다. 환경부가 개정한 지침에 따르면 멸균팩은 더 이상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물로 처리된다. 멸균팩은 갈 곳을 잃었다.  

멸균팩 분리배출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친환경 커뮤니티 쇼핑몰 ‘닥터주부’의 누리집에서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닥터주부는 멸균팩을 모아 보내는 회원에게 쇼핑몰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한다. 멸균팩을 100개 이상 정기적으로 꾸준히 보내는 회원도 여럿 보였다. 

한정훈 닥터주부 대표는 "우리나라 우유팩 재활용률이 예전에는 25%까지 육박했는데 2020년대에 들어가면서 15%까지 하락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재활용률이 90%까지 되는 외국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우유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다가 우유팩을 모아 택배로 보내주시는 분에게 자사 쇼핑몰 포인트를 지급하면 효과적이겠다고 생각했다"고 우유팩 회수 이벤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 대표는 "우유팩 중 종이팩은 화장지, 두루마리, 키친타월 등 재생이 용이하다. 그러나 종이팩에 알루미늄박을 추가한 멸균팩은 그대로 재활용하기 어렵다. 멸균팩에서 알루미늄박을 벗겨내야만 종이로 재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종이팩과 멸균팩의 분리수거가 필요하고, 환경부에서도 그 점을 인지해 시범적으로 종이팩과 멸균팩의 분리수거함을 설치·운영했다"라며 멸균팩 재활용을 위한 분리배출·수거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유팩 분리수거가 굉장히 고생스럽지만 환경에 진심이신 분들이 많이 동참하신다. 남해지역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우유팩을 1~2천 장 모아 보내온 적도 있다. 작년 10월에는 약 8천 장을 회수했는데, 지난달에는 약 8만장을 회수했다. 약 10배가 늘어난 셈이다. 멸균팩은 유제품의 유효기간을 길게 늘려주는 장점이 있으므로 앞으로도 사용률은 꾸준히 오를 것 같다. 그래서 더욱이 종이팩과 멸균팩을 분리배출·수거해야 하고, 멸균팩 재활용 설비를 갖춘 업체가 더 늘어나야 한다"며 소비자의 큰 참여율을 공유하고, 멸균팩 재활용을 전망했다.

멸균팩 회수 이벤트에 참여한 닥터주부 회원들은 참여후기로 소감을 공유했다.  
 

"멸균팩 모아서 재활용에 동참해요!"   

두유팩을 말려 보관한 후 닥터주부에 보냈어요.
오늘은 멸균팩이나 종이팩 모으는 방법을 올려봅니다.
☆멸균팩 또는 종이팩을 가위로 잘라 펴서 씻어줍니다.
☆씻은 후 물기 제거를 위해 잘 말려줍니다.
☆멸균팩에 붙어있는 빨대 접착제와 비닐도 잘 떼어줍니다. (한꺼번에 모아뒀다 하면 은근히 손톱이 아파서 그때그때 떼어주는 편입니다.)
☆크기별로 모아준 후 집에 있는 끈으로 한번 묶어줍니다.
☆수량을 체크한 후 상자에 담아 닥터주부에 보냅니다.
저는 190ml를 100개 모아서 닥터주부에 보냈어요. 제가 사는 동네의 주민센터는 1kg을 모아 갖다주면 종량제봉투 한 장 또는 휴지 한 롤로 바꿔줘요.
둘이 사는 집에서 1kg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은데 닥터주부에 보내면 최대 10000포인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생활에 더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모아뒀다 보냅니다. 이번이 두 번째네요~
주로 멸균팩은 핸드타월로 종이팩은 롤 화장지로 재탄생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멸균팩이나 종이팩은 종이와 따로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고 해요. 
번거로움도 잠시! 재활용이 용이한 것은 올바르게 재활용될 수 있도록 동참해 건강한 지구가 되길 기여해봅니다.

- berry526(닥터주부 회원 ID) -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도 멸균팩 수거에 동참 했어요!" 

깨끗이 씻고, 자르고, 쫙 펴서 말린 멸균팩을 차곡차곡 모아 고이고이 종이봉투에 넣고 택배박스를 재사용해 닥터주부로 발송했습니다!^^ 
그냥 버려져 쓰레기가 될 뻔한 종이팩을 정성껏 대하니 제 맘도 가지런해지고, 재활용될 종이팩을 생각하니 아주 보람되네요~ 
지난달부터 포인트 두 배 적립 이벤트 진행해주시는데요! 지난달 ‘닥터주부×환경부 종이팩 수거 프로젝트’를 우유팩 포장재에 적힌 문구로 알게 되어 얼마나 신기하고 감사한지요~ 
작년 이때쯤 우유팩과 멸균팩을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집 근처에서 멸균팩을 수거하는 곳을 찾지 못해 버리지도 못하고 계속 모으고 있었는데ㅜㅜ 
정작 수거하는 곳을 찾고서는 너무 멀어서 또 가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택배로 간편하게 수거에 참여할 수 있고 포인트 적립까지 해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많은 분들이 알고 동참하실 수 있길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저도 주변 분들께 많이 알리고 동참을 독려하고 있답니다. 다음 달 택배 발송도 대기 중입니다.^^

- 골무아내(닥터주부 회원 ID) - 

멸균팩이 종이로만 이뤄지지 않고 알루미늄박이 더해졌기 때문에 종이로 재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멸균팩 사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소비자의 분리배출 참여도 활발하다면 멸균팩 재활용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어려운 길이라서 포기하기보다 모두를 위한 길이라면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멸균팩 재활용 체계 구축은 국민과 지구를 위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