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협동의 두 바퀴로 달리는 '학교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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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협동의 두 바퀴로 달리는 '학교협동조합'
[사회적경제 '쨈'있는 인터뷰(11)]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김홍섭 회장...학교협동조합으로 학교가 달라졌다
  • 2017.12.13 10:42
  • by 공정경 기자

"학교에서 협동과 신뢰가 중요하다고 배웠지만, 실제로 느끼기는 힘들었다. 머리로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몸에 익숙한 건 경쟁이고, 협력을 요하는 조별활동도 결국은 경쟁을 위한 협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동조합 활동이 더 좋은 교육적 변화를 가져왔을지도 모른다. 몸으로 느낄 수 없었던 것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 한석현 학생이사


2013년 영림중, 경기 복정고 매점협동조합으로 시작한 학교협동조합은 현재(17년 12월 4일 기준) 전국적으로 60개다. 초기 우호적 정책 환경으로 서울, 경기가 많은 편이지만 경남, 강원 등으로 확산됐고 최근에는 인천, 충남에서도 추진 중이다.(서울18, 경기23, 강원5, 경남4, 부산2, 경북1, 광주1, 대구1, 전남1, 인천2, 전북1, 충북1)

말레이시아는 1996년 학교협동조합 설립을 허용하는 교육부 지침이 마련된 후 학교협동조합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2013년 기준, 1만587개 협동조합 중 20%에 해당하는 2097개가 학교협동조합이고, 조합원 수만 177만 명이다. 수학여행·세탁소·농업·기념품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교육부와 내수경제부가 지원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영국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이 토론과 합의를 거쳐 운영하는 협동조합 학교가 있다. 2006년 외부 파트너와 학내 구성원이 공동으로 트러스트를 구성하는 트러스트학교 허용법을 제정하고 2007년부터 협동조합 학교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6년이 지난 2014년, 협동조합 학교가 800여개로 늘어났다.

말레이시아나 영국처럼 학교협동조합이 커나가기 위해 지난 10월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가 설립됐다. 학교협동조합과 연합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김홍섭 회장을 통해 들어봤다. 김홍섭 회장은 독산고등학교 교장(2015년 퇴임)이자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 창립멤버다.

김홍섭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

 - 학교협동조합은 어떻게 시작됐나?

향기로운 이야기인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자마자 영림중학교에서 “친환경 급식이 시작됐는데 매점은 왜 아직까지 불량식품이냐?”라며 매점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내가 재직했던 독산고등학교에서도 13년 4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고 나도 조합원 신분으로 힘을 보탰다. 영림중학교는 학부모, 지역활동가가 중심이 되어 자생적으로 시작됐고, 성남 복정고등학교의 경우는 경기도교육청 시범사업으로 선정되어 지역과 교육청의 지원을 받으며 학생들 대다수가 조합원으로 함께 참여했다. 그 중간모델이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는데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학생, 모두가 참여했다.

- 처음 학교협동조합 만들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중학교 매점은 수익이 많지 않아 업체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고등학교는 들어오려는 업체가 많고 임대료가 비싸다. 협동조합 매점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의계약과 비싼 임대료를 낮춰야 했다. 두 가지 문제를 놓고 서울시교육청, 서울시, 서울시의회에 방문하면서 해결방법을 찾아달라고 요구했다. 다행히 취지가 좋다고 시의원들이 다 협조해줬다. 서울시가 서울시교육청 학교협동조합 지원 및 육성 조례(이하 '학교협동조합 조례') 제정 작업을 시작했고, 서울시사회적경제센터에서 서울시학교협동조합 TF를 만들어 제도적으로 지원했다. 2015년 학교협동조합 조례가 제정되면서 수의계약이 가능해졌다. 사회적기업은 공유재산 사용료가 10/1000이다. 사회적협동조합도 이 혜택을 받으면 좋겠는데 당시 명문화된 법적 근거가 없었다. 서울시와 교육청이 중앙부처에 정식으로 요구해서 공공재산관리법 시행령에 시도 조례로 할 수 있게 추가했고 서울시공유재산 조례를 개정해 10/1000으로 임대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수의계약과 임대료 문제 둘 다 해결됐다.

- 애를 많이 쓰셨을 것 같다.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어려운 것 같다.

알음알음하거나 MOU를 하거나... 누군가 계속 고생을 했을 거다. 조례로서 학교협동조합이라는 명칭과 학교협동조합의 정의, 범위까지 넣었다. 현재 중요한 토대가 돼서 각종 작업을 하고 있으니 의미 있는 일이다. 2015년 서울시가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하니 경기도도 도입했고 그런 조례의 영향을 받는 곳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17년 8월에 광주, 전북 교육청이 학교협동조합 조례를 제정했다. 강원도 교육감은 조례 제정 의지는 있으나 도의회에서 부결되고 있다.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상위법이나 시행령 어디에라도 하나 있으면 조례를 제정할 필요 없이 교육감이 규칙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강원도의 경우는 쉬워진다.

- 학교협동조합 사업모델을 보면 매점뿐 아니라 방과후 학교, 특성화고 창업교육, 특수학교 전환교육이 있던데...

방과후 학교는 학교를 터전으로 한 경제활동 중 규모와 액수가 가장 크다. 몇몇 학교가 하고 있는데, 건전한 사회적경제를 토대로 한 방과후 학교로 가기 위해서 어떻게 토대를 잡아야 하는지 법조항부터 검토하고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학교 안에 현장실습장을 둔다면 수익, 안전, 실습 세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어 좋은 대안

특성화고 학교협동조합의 예로는 성수공고를 들 수 있다. 성수공고 자전거학과(에코바이크과)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자전거 수리와 현장실습,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내에 현장실습장이 있으면 돈도 받으면서 안전하게 현장실습을 마칠 수 있다. 일반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현장실습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가. 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전공과 관련 없는 실습장으로 보내져 과로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 현장실습의 위험과 착취 문제를 협동조합으로 해결해 갈 수 있다니, 놀랍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예고등학교도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학교랑 투자해서 공장을 사회적기업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실습, 완제품 판매뿐 아니라 재료만 팔아도 수익이 될 수 있고 강사로 나갈 수도 있다. 방송고등학교나 미디어과에서 관련 책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각 학교 방송국을 유지보수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벽돌쌓기(조적과)는 애들이 다 할 수 있으니 조합원들이 일해주고 수익을 내서 더 많은 아이들이 상급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고...생각하면 할 게 많다.

- 학교협동조합 사업체를 위해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고등학교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학교협동조합을 하면 유관기업, 지역사회가 조합원도 돼주고 여러모로 많이 도와준다. 공동체 사회의 좋은 모델이다. 10년 동안 취직시험만 공부할 게 아니라, 학교협동조합 모델에서 경험을 쌓아 취업도 창업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입학시험 준비, 취업시험 준비만 하다가 40세가 되는 나라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학생 5명이 모여서 협동조합을 만들 수도 있고 지역 사람들과 할 수도 있고 아버지·어머니 세 집이 모여 할 수 있고...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는데 학교기업만큼 법적 지원이 없다. 그래서 방법을 찾아보자고 교육부에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기업이라고 ‘학교기업의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특성화고, 대학교에 기업을 둘 수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과에서 정비소를 차린 용산공고 ‘용공모터스’가 있다. 학교기업의 한계는 기업을 학교의 부서로 두는 거라 학교장이 사장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장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지고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학교협동조합은 별도의 법인이면서 민간과 학교가 협업하는 형태다. 이런 형태로 가는 게 책임소재도 분명하고 더 확실하고 독립할 수 있다.

- 학교 안에서만 해도 협동조합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엄청나게 나올 수 있는 듯하다. 특수학교 전환교육에 대해서도 소개한다면.

특수학교 전환교육은 진짜 중요한 사업모델이다. 협동조합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수학교 아이들이 직업을 갖고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특수학교는 협동조합을 다 만들었으면 좋겠다. 특수학교에서 사업을 하려면 외부자원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대도시는 그나마 낫지만 조금만 떨어져도 자원이나 지원이 부족하다. 학교협동조합연합회가 중간에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려고 한다. 아이들을 지탱해주는 곳이 학교와 사회, 장애인단체도 있지만, 협동조합도 있다는 것, 내가 기댈 곳이 자꾸 생긴다는 것을 느끼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협동조합을 했으면 좋겠다.

- 보통 시혜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협동조합 정신으로 가면 시혜라는 개념이 없어지니까 훨씬 좋은 것 같다.

그래서 협동조합보다 더 좋은 게 없다. 평등하게 같이 움직이는 거니까. 특수학교는 다른 곳보다 어렵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특수학교를 잘 모르기 때문에 뭐가 가능한지 직접 가서 보고 공부할 자리를 내년 3월 이전에 마련할 예정이다.

 ⓒ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 학교협동조합이 학교폭력 감소나 공감능력 향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나?

당연히 도움이 된다. 독산고의 경우 1학년 때는 철학을, 2학년 때는 한 학기씩 민주시민교육과 사회적경제교육을 했다.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많은 학교라, 철학도 개인의 사유에 대한 철학보다 사회 속에서의 개인, 사회 속에서 공공성을 주제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과정뿐 아니라 협동조합 매점은 눈에 보인다. 학생들이 매점 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그 수익으로 필요한 축구공도 사면서 그 혜택을 직접 경험했다. 사회적경제 캠프와 여러 가지 활동을 많이 했는데 ‘세상을 바꾸는 마개 2g’ 캠페인은 학생들이 열광적으로 참여한 프로젝트다. 이런 캠페인이나 활동은 협동조합을 하지 않았으면 거의 불가능했을 거다. 이런 경험은 아이들에게 평생 가는 철학의 한 귀퉁이를 차지할 거라 믿는다.

학교협동조합 참여의 경험, 평생 가는 철학의 한 귀퉁이 차지할 것...학교협동조합 거버넌스로 민주주의의 힘 직접 체험

수치상으로도 그 효과는 알 수 있다. 2015년 8월 독산고에서 정년퇴임을 했는데, 12년 독산고 갔을 때 도중에 학교를 그만둔 아이가 57~8명이었다. 13년에는 40명대, 14년에는 30명대, 15년 1학기 때는 10명이 안 됐다. 매년 4/1씩 줄었다. 또 “중학교 때까지는 입을 안 열던 아이들이 학교에서 뭐가 재밌었다, 뭐가 재밌었다고 자꾸 얘기한다. 도대체 학교에서 어떻게 해줬기에 학교가 재밌다고 하냐”며 찾아오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큰돈을 투여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용감하게 나서서 한 것도 없다. 우리가 모두 마음을 합쳐서 한 것밖에 없다. 학교 거버넌스가 제대로 잘 작동해서 나온 결과들이다. 돈 많고 공부 잘하는 학생 부모만 학교 임원, 학교 운영위원회 임원, 협동조합 이사가 된 게 아니라, 열정과 관심이 있으면 다 모셨기 때문에 거버넌스는 건강했다. 거버넌스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선생님들도 다시 한번 숙고했다. 진학성적이 많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해했고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줄어들었다. 역시 민주주의가 이긴다. 민주주의보다 더 좋은 제도는 없고, 학교야말로 민주주의가 실천돼야만 하는 곳이다. 입시때문에 민주주의가 유보돼야 하는 곳이 아니다. 대입도 민주주의 속에서 대입이다.

지금 정부가 많은 국민이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무슨 수로 할 수 있나. 학교가 참 좋은 게, 초중고는 전 국민이 거쳐 가는 곳이다. 전 국민이 거쳐 가는 그 목에서 씨줄과 날줄로 사회적경제를 교육해야 한다.

- 앞으로 연합회가 할 일은?

교육의 목적과 협동조합 7원칙은 서로 친화적이다. 평등, 인류공영에 이바지, 민주국가 실현 등. 바로 평화와 공생, 연대다. 많은 학교가 학교협동조합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만들어가는 과정에 장애요인이 있다면 제도적으로 해결해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스펙이 되니까, 남들 하니까 우리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협동조합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학교 구성원들, 특히 교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민주주의와 협동조합에 대한 가치를 추구하는 구성원, 교사들 많아 졌으면...민주적 학교 거버넌스 구축이 관건

그 길에 연합회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교육청, 교육부, 기재부와의 관계, 청와대 교육비서관도 있고 사회적경제 비서관도 있으니까 같이 노력을 해나가면 지금보다는 내년이 더 좋아질 것이고 그다음해가 더 좋아질 것이고...조금씩 조금씩 좋아져 어떤 점을 넘어가면 확, 확산이 될 거다. 현재 학교협동조합이 58개, 그중 절반이 수도권이다. 내년까지 전국 100개 이상, 그 후 서울에 200개 정도 되면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자치는 우리 손끝, 발끝, 머리끝까지 와야 자치다. 학교를 교장과 교사가 운영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 밥은 어떻게 먹일 것인가부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다 같이 모여 협의하고 노력하는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학교나 협동조합이나 거버넌스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지난 유네스코 기본강령이 ‘학교 거버넌스가 학교의 민주주의를 완성한다’였다. 학교 거버넌스가 잘 작동되면 모두를 위한 학교가 완성되고, 평등을 완성할 수 있다. 협동조합 학교(Coop School), 영국도 하는데 우리라고 왜 못하나. 우리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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