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특집] 사회적기업 여성, 임금격차부터 과도한 시장경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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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특집] 사회적기업 여성, 임금격차부터 과도한 시장경쟁까지
  • 2020.03.06 15:29
  • by 전윤서 기자

3월 8일은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근로 여건 개선과 참정권 등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인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1975년 UN에서 이날을 '세계여성의 날'로 지정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중국과 북한, 베를린, 헝가리, 우즈베키스탄, 라오스 등 많은 나라가 여성의 날을 휴일로 지정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해 사회적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여성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것과 이어지는지 살펴보고 사회적기업 내 젠더 불평등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나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실행돼야 하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600대 비금융 상장기업의 직원 수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종업원 100명 중 24명이 여성 직원이었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전체 직원 118만 7000명 중 남성 비율은 76.2%(90만 4000명), 여성 비율은 23.8%(28만 3000명)이다. 

▲ 2018년 매출액 기준 600대 비금융 상장사 중 2014년~2018년 매출액, 직원 수 데이터가 모두 있는 519개사 대상. 
ⓒ한국상장사협의회(TS2000 DB)

여성 직원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교육 서비스업이며 여성 직원 비율이 가장 낮은 업종은 건설업이다. 이는 OECD 33개국 중 27위로 평균보다 낮은 여성 고용률이다. 여성 임원 비율을 살펴보면 그 격차는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여성가족부가 2019년 1분기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전체(2,072개)의 성별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의 비율은 4.0%였으며, 여성 이사 비율은 3.1%였다.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산업은 ▲교육서비스업 15.1%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9.3% ▲수도·하수·폐기물 처리·원료재생업 8.2% 순이며, 여성 임원이 없는 산업은 광업, 숙박·음식점업으로 나타났다. 

ⓒpixabay

한국 고용시장에서 차별받고 있는 여성의 초라한 실정은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지난해 세계 3,000여 개의 기업을 분석해 발표한 '2019 CS 젠더 3000:변화하는 기업의 얼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임원 비율이 글로벌 주요 39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여성 차별이 심하다고 알려진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에도 뒤진 결과이다.

여성은 눈에 드러나는 또는 드러나지 않는 차별에 의해 취업시장에서 뒤처져 있거나 소외된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기업의 경우 취업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고 있을까?

■ 사회적기업 젠더 불평등 여전

UN이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Leave no one behind)'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발표한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에서는 함께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제시했다. 여기서 5번째 목표가 바로 젠더 평등(gender equality)이다. 더불어 "모든 사람의 인권실현과 성평등, 모든 여성과 소녀의 권익 신장을 추구한다"며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회적기업이란 사회(공공)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며 취약계층과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생산, 판매, 서비스 등 영리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 그 안에서 여성들의 처지는 어떠한가?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령 제2조에 명시된 취약계층은 ①저소득자 ②고령자 ③장애인 ④성매매 피해자 ⑤청년 또는 경력단절 여성 중 고용촉진지원금 지급대상자 ⑥북한 이탈 주민 ⑦가정폭력피해자 ⑧한 부모 가족 보호 대상자 ⑨결혼이민자 ⑩갱생보호 대상자 ⑪범죄구조피해자 ⑫그 밖의 취약계층 등 12가지이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취약계층으로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항목에서 중복될 수 있으므로 여성들이 포함된 취약계층은 더 넓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사회적기업 전체 근로자 수 28,168명 가운데 여성이 18,182명으로 64.6%를 차지한다.(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2014년 사회적기업 사업보고서') 근로자 수만 비교해보자면 일반 기업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2014년 사업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평균 임금은 1,621천 원이고 여성의 평균임금은 1,214천 원으로 적지 않은 임금 격차를 보여준다. 사회적기업의 비정규직 고용 형태를 보면 4,587명 중 남성은 1,079명이지만 여성은 5,508명이다. 물론 사회적경제 기업에 여성 취업률이 높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수치는 정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규직 고용 비율을 비교해보면 3,474명 가운데 여성이 1,977명 남성이 1,497명으로 비정규직으로 종사하고 있는 비율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즉, 남성은 사회적기업에 종사하되 과반수가 정규직의 형태로 종사하고 있고 여성의 경우는 비정규직의 형태가 다수라는 것이다. 

여성이 만드는 일과미래가 2017년 발표한 ‘여성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모색’ 자료집에 따르면 남성 종사자 중 관리직 비율은 18%이며, 여성 종사자 중 관리자 비율은 8%였다. 게다가 여성들이 직접 창업에 나서는 경우도 드물었다. 인증사회적기업 남성 대표자가 61.2%이었으며 여성 대표자는 37.9%에 그쳤다.

충북대 행정학과 김학실 교수는 2011년 발표한 '사회적기업의 여성 친화성 분석'을 통해 "사회적기업이 여성 친화적이어서 여성이 많은 것이 아니라 저임금, 불완전 고용 때문에 남성이 견딜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이다"라고 말한다.

■ 한정적인 사회적기업 분야?

일반 기업이 재정적 동기로 인해 창업을 결심하는 것과는 달리 여성 사회적 기업가들은 자신을 둘러싼 경험을 통해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기존의 틀 안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한다.('여성 사회적기업가의 창업 동기와 성과 인식에 관한 연구')

여성 사회적경제 조직의 주요 업종은 교육, 돌봄, 음식/외식업, 관광/문화예술, 수공예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여성이 가정에서 도맡아 하던 일이다. 육아, 가족 돌봄, 요리를 담당하다 보니 당사자로서 생활영역의 문제를 더욱 잘 알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왜 여성들은 생활영역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는 본질적으로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부분으로 제도화되지 못하고 사회적기업이 이를 떠맡았기 때문이다. 생활영역의 비즈니스 모델이 여성들에게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과도한 시장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 사회적경제 젠더 불평등 해소를 향한 움직임

기존에 사회적기업 영역이었던 생활영역은 정부 중심으로 확장되어 제도화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8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균형발전,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바라면서 '지역 밀착형 생활 SOC'를 도입했다. 생활 SOC란 사람들이 먹고, 자고, 자녀를 키우고, 노인을 부양하고, 일하고 쉬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필수 인프라를 의미한다. 지난해 생활 SOC 3개년 계획안(2020~2022)을 발표해 사업을 더욱 구체화했다. 

2016년 설립된 임팩트 벤처 캐피털 옐로우독은 기존의 시스템과 비즈니스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에 혁신적인 방법으로 새롭게 접근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국내 최초로 여성창업자를 위한 펀드 "힘을싣다투자조합"을 실시했다.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 파이(FAAI)가 운영하는 의류 생산 플랫폼 "컨트롤클로더" 등이 투자를 받았다. 

스타트업 소셜벤처 투자사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소풍)는 2018년 '젠더 안경을 쓰고 본 기울어진 투자 운동장' 리포트를 발표하고 적극적으로 젠더 관점투자에 나섰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젠더 관점투자란 투자자가 젠더 편향적 투자 관행을 인지하고 젠더 평등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6년 기준 국내 스타트업 244개 중 여성 창업 기업은 6.5%였으며 투자 금액도 전체의 4.1%에 그쳤다. 이에 소풍은 투자 프레임에 젠더 평등적 항목을 신설하고 투자프로세스에 젠더 편향적 결정을 방지할 절차와 장치를 만두는 등 젠더화된 차별이나 편견이 투자의 기회를 빼앗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세이는 여성 특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육성사업 모집 시 여성이 대표인 기업의 비율을 60% 이상으로 우선 선발한다. 사회적협동조합 세이 방미진 이사장은 "여성이 대표자로 창업하는 경우가 드물다. 창업자금, 유통망, 사회적네트워크로 비즈니스가 많이 이루어지는데 여성은 취업 단계부터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사회적 단절이 일어난다. 시작할 때부터 불리함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배려하고자 한다. 여성특화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20대들이 취업 문제를 겪고 창업 준비에 많이 나선다. 이전에는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환경문제, 라이프스타일, 공동체에 대한 문제, 성차별적인 요소, 소수자 인권 문제 등 다양한 문제의식 가지고 접근하는 여성 기업가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2019년 사회적협동조합 세이 육성사업에 참여한 여성미디어그룹 예비사회적기업 '소그노' ⓒ유튜브캡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연재됐던 웹툰 며느라기(期)는 며느리가 겪는 삶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웹툰을 그린 수신지 작가는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며느라기' 시기"가 있다고 말한다. 이 시기에는 며느리가 시댁에 예쁨받고 칭찬받고 싶어 해 일명 착한 며느리 병에 걸린다. 

주인공 민사린은 싫은 소리를 참고 그저 착한 며느리가 되고 싶다. 그런 사린은 남편은 당연하게 다녀오는 출장을 유부녀이니 집을 비우면 안 된다는 말을 듣거나 일하는 도중 걸려오는 시어머니 전화를 받으며 남편의 안부를 전하기 바쁘다. 남편이 하는 일은 '일'이지만 며느리가 하는 일은 남편이 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태도이다. 

사린의 노동이 덜 중요한 일로 여겨지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듯 사회적기업도 여성이 하는 일을 도맡아 하면서 이에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돌아볼 때가 되었다.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많은 여성이 다양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부는 기존에 사회적기업이 실행했던 돌봄, 서비스, 교육 분야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사회적기업 내의 고용 형태, 임금 격차 등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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