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 창출, 왜 공공인가, 어디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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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 창출, 왜 공공인가, 어디로 가야하나
공공부문 사회적 가치 포럼, 과제 방향성 등 논의
  • 2020.02.21 11:02
  • by 김정란 기자
▲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2020 사회적 가치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라이프인

20일 공공상생연대기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개최한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2020 사회적 가치 포럼'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 인사들이 참여해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사회적 가치에 대한 담론을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중의를 모은 뜻깊은 자리였다. 다양한 접근이 쏟아져나오면서 한 문제를 집중력 있게 다루기보다는 그간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지는 의미와 현황, 문제점을 두루 논의하는 것이 중심이 됐지만, 이날 패널토론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찾다'의 좌장을 맡은 송경용 신부는 "앞으로 포럼을 계속해서 진행해 나가면서 좀 더 집중력 있게 문제를 다루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혀 향후 논의의 발전에 기대를 하게 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6개 분야(정부, 공공기관, 노동, 언론,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는 분리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하며,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 왜 중요한지 앞다퉈 의견을 내놓았다. 또 사회적 가치에 대한 담론을 장기적으로 이끌어가야 하고, 그를 위해 정부와 공공부문은 물론 시민사회가 성숙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정부 들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가 반영되는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권의 변화 등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장기적 담론 형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평가, 과제와 방향은?

정흥준 공공상생연대기금 연구운영위원은 "최근 경제 저성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가 좋았던 지난 10년 동안 국민소득 2만 달러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양적 성장에 있어 경쟁 속에서 충분히 잘했지만, 그 방식으로는 한계에 봉착해서 더 나아갈 수 없다. 한계를 넘어서려면 창의적 경제활동 해야 하는데 그 창의성은 사회적 가치에서 많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패널들은 대체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 실현을 평가기준 중 하나로 넣고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은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포럼으로 다양한 분야의 참석자들이 모인 만큼, 정부 정책이나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 방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이사장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접근이 잘못됐다는 지적했다. "공공기관을 운영하는 이유는 첫 번째가 공공성 증진이다.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애초의 목적을 잘 실현하는 것이 중심이 돼야 한다. 말하자면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을 안 하는 것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 실현 사업을 내놓은 사례들을 보면 기관의 본질적인 면을 실행하는 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흥준 위원도 "봉사활동이나 기부가 사회적 가치로 포장되는 것 같은 유행과 같은 것은 사회적 가치가 아니다. 공공부문은 독점력을 갖고 있는데, 이 독점력을 사회적 가치 창출에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동선 LH 미래혁신실장이 토론 후 "LH의 경우 기본 정책수행은 열심히 하고 있다. 거기에 부가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사회서비스라고 본다. 예를 들어 사회적협동조합은 공간만 제공하면 작동 안 되기 때문에 운영할 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다. 다른 조직과 연결하거나 지방정부와 함께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본원적 사회적 가치 부가적 사회서비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라영재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평가'라는 툴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당부를 내놓았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어떻게 실천적인 측면에서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되는데 이를 평가로 치환하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앞서가면 안된다. 평가라는 툴을 어쩔 수 없이 쓰긴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김재구 명지대학교 교수는 그럼에도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평가에 대해 인정할만한 점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효율과 성장 지상주의로 달리던 기관들이 본연의 공공성을 무시한 것이 20년 정도 됐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가치 창출이 (보여주기식) 임팩트 워싱처럼 쉬운 것들이 중심이 됐지만, 인정할만한 것은 원래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미션이 있고, 그를 잘 발굴하고 미션으로 재정립하고 그것을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공기관 가치 평가에 사회적 가치 창출이 포함됐다는 것 자체는 인정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사회적 가치 포럼'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라이프인

■ 가치판단, 시민사회 역량 필요…기본법 통과는?

특히 이날은 공공이 앞장서야 하는 부문에 대한 가치판단이 부족하고 실체 없는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꼭 해결돼야 하는 사회 문제 중 공공이 앞장서야 하는 문제 중 하나로 재난과 안전, 기후변화 등이 대두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히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를 선정하고 이끌기보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모호한 개념을 내세우는 것이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지적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과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고 김용균 노동자 등 노동자들이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죽거나 다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염형철 이사장은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추진전략 등을 발표한다고 해도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구 교수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해 시민사회에 대한 논의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유와 번영을 가졌던 동시에 나라들은 강력한 정부가 있으면서도 강한 시민사회가 있어서 협력이 일어나고 포용적인 제도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며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당부했다.

토론에서는 20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한 사회적경제 기본법에 대해서도 여러 논의가 이루어졌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사회적 가치를 위해 홍보를 잘해야 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일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안의 통과가 꼭 필요하고, 패스트트랙이 아주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적극적인 법 통과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염형철 이사장은 "법이 없다고 일이 안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법이 만들어지면 만들어질수록 구속만 더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정흥준 위원은 정부와 상관없이 사회적 가치에 대한 담론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사회적 가치에 대한 담론이 초보 단계다. 큰 싸움에서 이기려면 담론이 필요하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거스를 수 없는 담론 형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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