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사경] 재난에 평등한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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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사경] 재난에 평등한 세상을 위해
재해재난 예측예방 플랫폼 레인버드지오 최용상 대표 인터뷰
  • 2020.02.17 15:19
  • by 김정란 기자
06:11

그간의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삶이 가져온 만족스러움에,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이 생각들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에 괴로운 해양생물들…지구가 더는 터전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항목 13~15번(▲기후변화와 대응 ▲해양환경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육상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은 그간 우리가 미뤄두었던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조치, 해양, 육지 자원의 보존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인간과 지구,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술은 없을까? 더는 미룰 수 없는 생각들을, 앞서 실천하며 전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지구를 위해 뛰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 최용상 교수가 레인버드지오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라이프인

■ 교수님, 왜 창업하셨어요?

코로나19로 인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부각되고 있는 여러 문제 중 하나가 '재난 불평등'이다. 마스크, 손세정제 등 위생에 필요한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취약계층은 다른 이들에 비해 질병에 걸릴 위험이 훨씬 높아지는 식이다. 존 C. 머터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그의 책 '재난 불평등'에서 "재난은 왜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라고 묻는다.

레인버드지오는 '재난 불평등'을 실제로 겪는 이들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 최용상 교수는 과학자다. 현재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 소속 교수이자 이화여대 기후·환경변화예측연구센터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2017년 '레인버드지오'를 창업하면서 경영에 뛰어든 것은, 바로 이 '가난한 이들에게 더 가혹한' 재난 때문이었다. 과학자이자 교육자인 그가 왜 창업을 하게 됐을까?

"나는 인공위성을 연구한 사람이다. 우리나라에 아직 위성 연구가 별로 없을 당시에 대학원에 입학했고, 주위 조언으로 위성 연구를 하다가 구름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한 적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이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실질적으로 레인버드지오 창업 필요성을 느끼게 된 계기는 이화여대 국제협력선도대학 사업에 참여한 것이었다. 2010년 사업지인 캄보디아에 가서 내 전문성을 가지고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고민하면서 캄보디아 기상청을 방문해보니 우리 학교 랩보다 작은 규모였다. 캄보디아에는 기상학과가 없고, 기상청장만 외국에서 공부했는데 그분이 석사 출신으로 전문성이 높은 상황이 아니었다. 시스템이 열악한 상태에서 전문가도 부족한 그들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것이 최 교수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으로 하려니 부처 관할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꼬여 복잡한 데다 정해진 기간이 짧다고 여겨졌다. 기상관련 사기업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찾아보니 대체로 영세한 데다 우리나라 기상을 다루기만도 벅찬 규모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2016년 안식년을 맞은 최 교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갔지만 이에 대한 생각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때 그냥 갑자기 '내가 하면 되지.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에서 마침 지원하라는 제안도 왔다"는 걸 보면 운명인 것 같기도 하다. 최 교수는 "2017년 막상 창업해놓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천 번 했다. 지금도 후회막급할 때가 있다"면서도 여전히 레인버드지오를 이끌고 있다.
 

▲ 솔루션 실제 적용을 위해 뛰고 있는 레인버드지오 구성원들. 가운데가 최용상 교수. ⓒ라이프인


■ 개발도상국의 장점, '끈끈한 커뮤니티'와 기술의 결합

레인버드지오는 울음소리로 비를 알리는 새 뻐꾸기(Rainbird)와 지구 또는 정지위성을 뜻하는 지오(geo)의 합성어다. 급작스러운 기상 변화로 인한 재해재난을 정확히 예측하고 공유해 모든 이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미션이다. 자체 기상위성이 없는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수해, 화재, 물 부족 등 현황을 알리고 구호하도록 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최 교수는 "열대기후는 주로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로 스콜이 오곤 하는데 이런 부분이 두 시간 정도 전에는 예보가 가능하다. 10번 중 7번은 예측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10분에 한 번씩 우리나라 구름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천리안2호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그랬듯, 개발도상국들의 특징 중 하나는 파편화된 선진국에 비해 오히려 지역 등 커뮤니티는 아직 끈끈하게 살아있다는 점이다. 장비나 기술은 부족하지만, 커뮤니티 네트워크가 강하다는 장점을 활용해 커뮤니티의 책임자, 정부 당국 등에게 재난알림솔루션을 공급하면 이들이 대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 교수는 "동남아시아 사람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를 찾는 관광객들, 관광업 종사자 등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커뮤니티 책임자 외에도 언론인, 여행사, 보험사 등에게도 이 솔루션을 제공해 보다 적극적인 재난대응과 구호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 레인버드지오가 서비스할 현재 기상 및 재난상황을 나타낼 맵(오른쪽)과 앱화면. 앱에는 구호소, 개인의료정보 등도 포함하고 있어 구호 편의성을 높였다. ⓒ레인버드지오


■ "목표지향적인 사경 조직됐으면", 투자, 성장보다 목표의 현실화 위해 뛴다

레인버드지오의 대표로서 그는 사회적경제에 뛰어드는 사람들과 당국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좀 더 '목표지향적'으로 미션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 교수는 "지난해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TOMORROW SOLUTIONS) 아이디어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사단법인 씨즈의 사회적경제 청년 해외탐방사업, 임팩트스퀘어의 스타트업 투자, 육성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지에서 정말 이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사회적경제가 성공하려면 조직원들이 좀 더 목표지향적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션에 대한 목표지향적 접근을 강조했다. 

"최근 사회적경제, 소셜벤처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투자를 받고자 하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고,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인지 모르는 상황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의 전반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그는 "개개인이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기회들이 많아지고 있긴 한데, 실질적으로 그 미션이 실행되고 있는 게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계속해서 장기적으로 하는 인재들을 투자자와 연결하는 등 장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교육자이자 소셜벤처의 대표 등 역할이 다양한 데다 해외 사업이다 보니 사방팔방 뛰느라 최 교수는 힘들다고 했다. 최 교수는 "다만 이렇게 힘든 것이 내 개인적인 능력이 향상되고 그로 인해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위안 삼으면서 뛰고 있다. UN이 선정한 지구에 꼭 필요한 솔루션 중 하나가 재난예측이다. 그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올해는 꼭 실제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시범운영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모든 이가 재난에 조금 더 빨리 대비하고 안전해질 수 있는 '재난 평등'을 앞당기기 위해 레인버드지오는 오늘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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