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은 왜 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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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은 왜 싸우나?
[협동조합과 노동조합(3)] 택시협동조합과 택시노동조합의 갈등 ①
  • 2017.11.01 14:16
  • by 강찬호 기자
노동자협동조합 정책토론회 현장에서 택시 노조 관계자들은 택시협동조합의 발표를 저지하며 항의했다.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이 갈등하고 반목하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지난 10월19일 오후 1시30분 국회의사당 제1소회의실. 한국노동자협동조합 정책토론회(관련기사)가 열렸다. 노동자협동조합의 다양한 현장 사례를 듣고, 노동자협동조합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참석했다. 이날 순서에는 한국택시협동조합 이경식 본부장의 토론이 예정돼 있었다. 한국택시협동조합 관계자들, 조합원들 20여명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박계동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은 여는 마당에서 주최단체의 한 대표로서 인사말을 했다. 당시 행사장에는 택시노동조합 관계자들도 참석해 있었다. 박계동 이사장은 인사말을 하는 도중, 이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들어야 했다. 인사말을 시작하자마자 ‘택시협동조합 반대한다.’라는 항의가 객석에서 제기됐다. 박 이사장은 “토론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다.”며 인사말을 이어갔다. 박 이사장은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세상살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자영업자들도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대안을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에서 찾았다. “극단적 신자유주의 흐름에 맞서, 곳곳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고, 그 흐름은 사회적경제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고, 그것이 협동조합이다. 이는 곧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고, 그것은 노동자가 전통적인 노사관계가 아닌 생산관계의 주인으로 참여하는 방식 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협동조합기본법에도 불구하고 하위법 등 여러 암초에 봉착하고 있다. 택시회사 인수비용, 차고지 시설투자 비용 등 마련이 어렵다”며, 택시협동조합 경영에서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박 이사장이 택시 관련 내용을 거론하자, 객석에서는 거센 항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고 토론장은 엉망이 되었다. 고성과 비방, 욕설이 오갔다. 주최 측은 항의하는 이들을 보고 정책토론회를 방해하는 것이라며 자중할 것을 촉구했다. 박 이사장은 혼란 속에서도 택시협동조합의 정당성, 노동자협동조합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그는 “노동자는 노조를 통해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실현하는 방법이 있고, 협동조합처럼 노동자가 생산관계 주인으로 참여해 노동자 소득을 올리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그래서 국제노동기구(ILO)에도 협동조합국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두 개의 수레바퀴로 가는 것이다. 협동조합과 노조를 대립적으로 보는 시각도 노동자협동조합을 통해 극복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계동, 택시협동조합은 택시 노동자 문제 해결하는 바람직한 수단....택시노조 관계자들, 협동조합 탈 쓰고 불법과 탈법 자행 비판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택시협동조합은 토론회에서 빼라. 일자리를 없애는 한국택시협동조합은 빼라. 다른 협동조합은 지지한다. 주최 측에 분명히 사전에 이야기했다. 우려했는데, 강행해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민주노총에서 패널로도 나오려다가 왜 빠진 줄 아는가. 택시 실정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책토론에서 빼 달라고 한 것이다.” “택시협동조합은 합법 탈 쓰고 지입과 도급을 용인하는 꼴이다. 불법, 탈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토론회 따로 해가자는 것이다. 구미성광택시 노조가 왜 반대하겠는가. 2500만원, 지방은 4500만원 보증금(출자금) 내는 곳도 있다. 없으면 회사가 제2금융 알선해서 보증금 걸고 일하는 것이 맞는가. 퇴직하면 2500만원 돌려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고, 빚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고....택시만 하는 것이 아니므로, 소란을 피우는 것이다....소란 송구스럽지만...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항의하는 것이다” “기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택시협동조합의 발표를 저지하려고 하는 택시노동자들의 항의로 토론회는 한 시간 넘게 파행이 지속됐다. 이후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홍일 신부의 중재로 택시 문제는 별도의 회의실을 마련해 진행하는 것으로 했다. 택시 노조 관계자들과 택시협동조합 관계자들이 별도 회의실로 이동하고서야 파행은 진정됐다.

장종익 교수, 노동자 문제 해결의 한 축인 노협에 대한 노조의 이해 부족 아쉬워

이날 발제자로 참석했던 장종익 한신대 교수는 토론회 파행으로 준비해 온 발제를 하는 대신, 현장을 지켜보며 드는 소감을 발표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장 교수는 “노동자협동조합(노협)은 노동자들과 일하는 즐거움이 있는 것인데, 노협을 추진하는 리더들은 힘든 일이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하게 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노동자협동조합이 가지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원리원칙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예술의 영역인 것 같다. 마음을 움직이도록 하는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협동조합택시는 개인택시가 가지고 있는 ‘내 것이다’라고 하는데서 오는 열정에 비해 ‘우리 것이다’라고 하는 의식이 있고, 협력만 된다면 개인택시에 비해 규모의 경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노협은 최소한만 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경제 위기가 올 경우 투자자 소유기업은 감원을 선택하지만, 노협은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고통을 전가하는 대신 분담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러한 노협의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장 교수는 “노동자협동조합이 노동자 문제 해결의 중요한 수레바퀴 중 하나라고 한다면 법인 노조 조합원들이 노협의 조합원으로 전환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노조연맹이 주도해서 택시협동조합을 만들었다.”며, 협동조합에 대한 노조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라이프인>은 구례자연드림파크 노조 갈등에 이어, 택시협동조합과 택시 노조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 원인과 양상,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입장을 취재해 바람직한 관계를 모색하는 후속 취재를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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