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과연 가정이 있는가? 스웨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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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과연 가정이 있는가? 스웨덴은?
공정경 기자가 만난 사람들 / 경남교육연구정보원 황선준 원장 인터뷰(2)
  • 2017.05.10 10:54
  • by 공정경
황선준 원장이 직접 부채에 쓴 문장.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중립국을 배우기 위해 스웨덴에 갔고 스웨덴의 정치, 행정, 교육체제를 더 깊이 공부하다 

공정경 기자(이하 공) : 스웨덴으로 유학을 가신 동기는?

황선준 원장(이하 황) : 스웨덴이 중립국이라는 점에 관심이 많았어요. 당시 한국의 미래를 볼 때, 미국-소련-중국-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때 ‘중립국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스웨덴 국비 유학생으로 길을 떠났어요. 당시 스웨덴 교육부에 낸 원서 중 유학의 동기는 대충 이렇습니다. '남북한의 많은 정치적 질곡들은 분단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통일을 해야 하고 통일된 한국이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고 평화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중립국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신의 나라가 중립국이지 않느냐? 그러니 장학금을 주시오.' 이렇게 썼어요. 

언어연수 후 스톡홀름대학교에서 스웨덴 정치를 전공하며 '전쟁에 개입 하지 않는다, 누구와도 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비동맹원칙, 균형외교 등을 공부했어요. 그런데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스웨덴이 꼭 중립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또 한국과 같은 약소국이 중립이 된다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중립국 공부에서 좀 멀어지게 됐죠. 그렇다고 완전 포기한 것은 아니고 지금도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이어 받아 중립국으로서의 한국이 4대 강국 사이에서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해요. 

중립국에 대한 연구가 무산된 후 사회민주당, 사회민주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이익단체를 공부했어요. Golden Middle Way, 황금중앙노선에 대해서 공부했다고 보면 됩니다.

공 : 황금중앙노선요? 그게 뭐예요?

황 : 자본주의도 아니고 공산주의도 아닌 사회민주주의와 소비조합이라는 시민운동요.

공 : 스웨덴에 가셔서 언어연수를 하고, 정치학을 전공하고 그다음은요?

황 : 스톡홀름대학과 Mid University에서 2년 정도 강의교수와 연구원으로 있다가 감사원으로 갔어요. 감사원으로 들어간 이유 중 하나는 스웨덴 사회와 정치, 행정체제를 공부하기 위해 갔는데 대학에서 너무 현학적으로 공부를 해요. 그래서 아니다 싶어 감사원으로 갔는데 감사원의 한 부서가 스웨덴의 실질적인 행정체제를 연구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어요. '스웨덴 행정체제가 어떻게 운용되는가? 행정체제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등을 연구하는 부서였죠. 1년 반 정도 근무하면서 보고서도 멋지게 쓰고 반응도 좋았어요. 여기서도 별로 배울 게 없구나 생각하며 그 다음엔 국가교육청으로 들어갔어요. 좀 건방지죠?

공 : 하하하, '여기선 더는 배울 게 없어.' 그런 생각이 들어서 국가교육청으로 가신 거군요.

황 : 국가교육청에 들어가서 보니까 '세계의 모든 나라가 교육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구나! 교육문제가 그리 간단한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웨덴도 그렇고, 이웃 나라 핀란드도 그렇고, 한국은 물론이고...그래서 물고 늘어졌지요. 국가교육청에서 14년 동안 근무하며 주로 교육정책평가에 몰두했습니다. 스웨덴 유·초·중·고, 성인교육에서 어디가 잘 되고 있는지, 어디가 잘 안 되고 있는지, 잘 안 되고 있으면 왜 안되고 있는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이런 부분들을 연구하고 평가하며 보고서 만들었어요. 국가교육청에 들어가 얼마 되지 않아 국립평가과 과장도 했고요.


황선준 원장이 기억하는 울롭 팔메 스웨덴 수상

공 : 그리고 나서 한국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다시 우리나라에 오셨고요. 스웨덴 정치를 공부하셨는데 좋아하는 정치인이 있나요?

황 : 스웨덴 정치인 중 두 명을 참 좋아했어요. 한 분은 타게 엘란데르(Tage Erlander)이고 다른 한 분은 울롭 팔메(Olof Palme)에요. 엘란데르는 교육부 장관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수상이 됐는데, 누구도 그 사람이 수상이 될 거라 생각도 안 했는데 수상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24년 정도 수상을 역임했고요. 부드럽고 마음이 넓은 정치인입니다. 팔메는 아주 날카로운 정치인이에요. 상대방을 초토화시켰다고 할까요. 토론의 귀재였어요. 물론 정치인으로서 엄청 공부도 많이 했고요. 날카롭다 보니 선이 뚜렷하고 그렇다 보니 또 적도 많았어요. 엘란데르와 같은 포용심과 팔메와 같은 날카로움을 동시에 지녔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황선준 원장의 왼쪽이 '타게 엘란데르' 책이고 오른쪽이 '울롭 팔메' 책이다.


공 : (웃음) 초토화.

황 : (웃음) 초토화하니까 적이 많을 수밖에 없죠. 그런 사람 참 멋지지 않나요? 팔메 수상은 아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어요. 1985년 봄 어학연수를 마치고 여름에 아르바이트로 무라 공민학교(Mora folkhogskola)에서 잔디 깎는 일을 했어요. 하루는 여름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제가 살았던 무라(Mora) 시내를 지나갔어요. 시내 중심거리 한 쪽에 나이 드신 분들이 60~70명 모여 있고 마이크 소리도 들렸어요. 뭔가 해서 가봤더니 팔메 수상이 유세를 하고 있었어요. 그해 가을에 총선이 있었지요. 티비에서 보던 팔메 수상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연설을 하고 있었어요. 노인들은 손이 닿을 거리에서 듣고 있었고요.

공 : 60명, 70명 놓고. (웃음)

황 : (웃음) 수상인데... 그때 팔메가 흰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뻘건 게 묻어 있는 거예요. 아마 호수 건너편 도시에서 배를 타고 건너오면서 소시지에 케첩을 발라 점심으로 때우다 케첩을 바지에 떨어뜨린 모양이에요. 그리곤 손으로 케첩을 문질러 닦은 게 여실히 표가 났어요. 양복 차림도 아니고 흰 면바지에 티 비슷한 스웨터를 입고 유세하는데 너무 충격적이고 너무 신기하고 멋졌어요. 그때 저는 작은 스쿠터를 타고 출퇴근 했는데, 헬멧 속 누런 봉투에 휴대용 카메라를 지니고 다녔어요. 헬멧을 팔에 걸고 구경하다가 누런 봉투를 꺼내서 수상 앞 4-5m까지 갔습니다. 봉투에서 카메라를 꺼내 수상의 연설하는 모습을 찍었어요. 그 사진이 아직도 내 앨범에 있어요. 그런데 아무도 제지를 안 했습니다. 등골이 오싹하더라고요.

공 : 그런데 그게 만약에...

황 : 총이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총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쏴 죽일 수도 있었잖아요. 그 정도로 경호를 안 했어요. 그게 1985년 여름이었고. 팔메 수상이 언제 죽은 줄 아세요? 6개월 후, 1986년 2월 말에 스톡홀름 시내 극장에서 부부가 아들 가족과 영화를 보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자정 무렵 뒤에서 저격당해서 죽었습니다.

공 : 진짜 놀랐겠어요. 당시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6개월 후에 그런 사건이 있었으니.

황 :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생각했어요. 이 사실을 보며 제 책 '금발 여자 경상도 남자'에 이렇게 썼어요. 한국의 대통령은 어디를 가도 삼엄한 경호 속에 움직이고 스웨덴 수상은 아예 경호도 없이 다니는데 한국 대통령은 자신의 최고 심복에게 총 맞아 죽고 스웨덴 수상은 거리에서 저격을 당하며 많은 시민으로부터 존경 받는다고요. 그 상황을 좀 더 얘기하자면 저는 그때 머리 깎는 게 비싸서 머리도 덥수룩했고 수염도 다듬지 않아 그야말로 '양아치' 같았는데 그런 사람이 그렇게 가까이 갔는데도 아무도 제지를 안 했어요. 스톡홀름 시내에서 암살당하고 나서 "왜 경호를 안 했느냐, 비밀경찰이 왜 안 따라다녔느냐?" 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팔메 수상이 언제나 그랬대요. "경호하지 마라. 내가 일반 시민들과 떨어지면 정치인으로서 생명은 끝이다." 언제든지 시민들과 가까이 있으려고 노력했다는 뜻이에요. 우리나라하고는 많이 다른 모습이죠?

공 : 참 멋진 정치인이군요.

 

한국은 남자들이 살기에 천국인 나라. 그러나 행복은 과연 어디에?
 

황선준 원장의 아내 '레나 황'과 딸 '황정인' 모녀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

 
공 : 오랫동안 스웨덴에서 살다가 한국에 오셨는데, 일상에서 어떤 점이 차이가 크게 나나요?

황 : 스웨덴은 조용한 나라에요. 수도인 스톡홀름도 인구가 100만 정도고, 차들도 별로 없고, 호수와 숲이 많으니까 언제나 자연과 같이 살고 있다 느껴요. 여기에서는 소음 때문에 굉장히 힘들고, 공기 질이 아주 안 좋아요. 미세먼지, 황사가 요즘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죠. 그리고 교통문제가 여간 큰 문제가 아니에요. 스웨덴은 인구 천만이고 땅이 아주 넓어요. 그 광활한 땅에 대중교통이 어디를 가도 다 연결돼 있어요. 어디를 가고 싶으면 대중교통으로 다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자가용을 많이 몰고 다니죠. 차를 많이 타고 다니니까 소음, 미세먼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요. 스웨덴에서처럼 조용하게 자연을 느끼고 싶으면 우리나라의 수려한 산을 등반하며 자연을 즐깁니다. 아내와 저는 아내가 한국 있을 때 매주 등산을 했어요.

그리고 음주문화와 음식문화가 굉장히 달라요. 직장 동무랑 술을 마신다 해도 집에 초대해서 식사와 곁들여 와인 몇 잔정도 마시거나 직장 마치고 집에 가기 전에 맥주 한 잔하고 헤어지는 정도지, 우리처럼 일주일에 두 세 번 회식을 하거나 회식을 할 때마다 소주 마시고 노래방 가고 그러진 않아요.

공 : 새벽 두시까지. (웃음) 1차, 2차, 3차. (웃음)

황 : 그런 건 없어요. 아주 가정 중심이에요. 일 마치면 다 총알같이 집에 갑니다.

공 : 공동육아와 공동가사를 해야 해서요.

황 : 집에 가서 애들하고 놀고, 애들 돌봐야 하고, 밥해야 하고, 설거지해야 하고, 애들 씻겨야 하고, 애들 책 읽어줘야 하고 애들 재워야 하고...

공 : 어찌 보면 우리나라는 남자들 입장에서는 살기 좋은 나라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황 : 제가 볼 때는 한국이 돈 있고 권력 있는 남자들에게는 천국이에요.

공 : 제가 돈 있고 권력 있는 남자라면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은데요. 변화 같은 거 없이 이대로였으면 좋겠고요. (웃음)

황 : 그런데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해보세요. 권력 있고 돈 있는데 아이와 소통이 안 되고 부부간에 소통이 안 된다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행복을 어디에서 느낄 수 있을까요? 스웨덴에서는 끊임없이 애들하고 부대끼면서 얘기하고 때론 싸우기도 하고, 애들이 크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는데 상당히 의미를 두고 거기에 재미가 있어요. 그야말로 가족이 같이 살아요. 공간적, 시간적, 심리적으로 엄청 가깝게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부 그런 가정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이 더 많을 겁니다. 남자한테는 아주 편한 나라에요. 집에 와서 밥 안 해도 되고, 텔레비전 보다가 잠들어도 되고...

공 : 그러니까요.

황 : 남성들이 이렇게 할 때 여성들에게는 이중노동이라는 게 문제죠. 맞벌이 부부일 경우 여성이 밖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 또 저녁하고 그리고 온갖 집안일 하죠.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다고 말하면서 '집안일 많이 도와준다'고 해요. 그래요. 도와준다는 것과 집안일과 육아가 자신의 일이라고 하는 것 사이에는 천양지차에요. 도와준다 하는 의미는 도와주기 싫으면 안 도와 준다, 피곤하면 안 도와 준다, 술 마시면 안 도와 준다, 사랑 식으면 안 도와 준다는 것과 같은 말이에요. 그러나 가사와 육아가 자신의 일이면 아무리 피곤해도 아무리 술 마셔도 사랑이 식어도 해야 되는 일이에요. 그 차이가 엄청나죠.

요즘은 한국에서 저녁을 시켜서 먹는 경우가 많잖아요. 또 남편은 남편대로 밖에서 아내는 아내대로 밖에서 먹고, 집에 있는 애들은 배달음식 먹이거나 학원가다 패스트푸드 먹게 하고... 이런 모습 보면서 '가정이 과연 있는가? 그야말로 파괴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저녁이 없는 삶이죠. 스웨덴도 출근하고 학교 가야 하는 아침엔 가족들이 함께 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나 저녁시간에 언제나 식탁에 둘러 앉아 그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로 이야기하고, 도와줄 거 있으면 도와주고, 부모가 사줘야 할 거 있으면 사주고, 아이들이 주말에 계획 있으면 거기에 맞춰 누가 데려다 줄 것인지 결정하고... 그래서 저녁식탁에서의 시간이 아주 중요합니다.

식탁에서의 이런 대화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나 삶의 지혜를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승하는 것 같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시간이 없어져 버렸어요. 또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수직적이고 부모가 결정하고 지시하는 관계, 아이들은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그런 관계라고 많이 느껴져요.

공 : 가족이 저녁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뭐가 필요하다." 부터 학교생활과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등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가면서 서로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신뢰가 생기거든요. 그런데 애들이 학교 끝나면 이 학원, 저 학원을 밤늦게까지 전전하고, 간식에 끼니(저녁)도 밖에서 사 먹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 먹을거리가 심각한 거 같아요.

황 : 심각하죠. 애들한테 "여기 끝나고 저기 가기 전에 김밥 사 먹어라"라고 휴대폰으로 원격 조종하고.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많고...

학원 얘기가 나왔으니 말씀드리는데, 대체로 학원은 강요에 의해 다니고 그런 경우 학원 다니는 효과가 없거나 아주 작습니다. 어쩌면 역효과일지도 모르지요. 학원이 잘하는 것이 지식을 집어넣는 주입식 교육이에요. 사실 위주의 이런 주입식 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를 길러줘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돼요. 학원에서 몇 년 공부하면 아이들 머리 망치기 일쑤죠. 주입식 교육으로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왜,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하게 해야 합니다. 이것 못하는 교육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이 아닙니다. 이런 질문들을 못하고 크면 시키는 일만 어느 정도 잘하는 아이들이 양산될 뿐 주체적인 인격체를 키워내기가 어렵습니다. 가능하면 사교육 보내지 마라. 대신에 부모들이 일찍 집에 와서 아이들과 얘기하고 책 같이 읽고 여행같이 다녀라. 이런 얘기 하고 싶습니다.

공 : 생각할 시간을 안 주잖아요. 아이들에게 놀 시간도 주지 않고. 심지어 학원, 학습지 숙제 하느라 밤늦게까지 잠도 못 자는 애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세계적으로 돈 많이 써가면서 아동 학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최고가 아닐까.

황 : 그런 생각이 들지요.


안정적인 스웨덴의 일상    

공 : 우리나라 한사람 일 년 독서량이 0.8권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스웨덴은 어떤가요?

황 : 책을 많이 읽어요. 버스 안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읽고. 집에서도 읽고.
아내 같은 경우에 적어도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은 읽어요. 최근에 스마트폰 때문에 독서량이 좀 줄었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 국민이에요.
 

황선준 원장의 집무 책상은 여러 권의 책과 자료 등으로 가득했다.

 
보세요. 저도 이런저런 책 읽고 있잖아요. 소설책도 많이 읽는데 그런 책은 집에 있고요. 소설책을 좋아해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 유나스 유나손 (Jonas Jonasson)의 책 세권을 최근에 다 읽었어요.

공 : 바쁘실 거 같은데 책은 언제 읽으세요?

황 : 저녁과 주말이 있잖아요. 운동하고 책 읽고 드라마도 보고...월화 드라마를 재밌게 봐요. 드라마 보는 게 머리 식히는 시간이니까.

공 : 스웨덴에 계실 때도 드라마를 자주 보셨어요?

황 : 거기에는 드라마가 거의 없어요. 우리처럼 일일 드라마, 월화 드라마, 수목 드라마, 주말 드라마, 이런 게 없습니다.

공 : 그래요?

황 : 가끔 특집으로 3부작을 제작하는 경우는 있지만, 우리나 미국처럼 몇 주를 계속하는 그런 드라마는 없어요. 미국드라마는 스웨덴 티비에 제법 들어와 있고요.

공 : 그럼 스웨덴에는 어떤 방송프로그램이 있어요? 예능 프로그램 있어요?

황 : 뉴스, 아동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 정치·사회 프로그램, 고발 프로그램, 자연 및 동물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있어요. 토론 프로그램이 많고요 다큐멘터리도 있고...재미로 보는 프로그램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좀 재미가 없다고나 할까요. 우리나라 드라마처럼 막 싸우고, 갑자기 교통사고 나서 기억 잃어버리고, 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들 아니고, 아버지라 생각했는데 아버지 아니고, 자식이 바뀌고, 고부간에 물고 뜯고 싸우고. (웃음)

공 : 머리끄덩이 좀 잡아주고. (웃음)

황 : 이런 거 없어서 별로 재미는 없어요. 근데 한국의 많은 드라마들이 그런 걸 유감없이 사용하니 식상하기도 해요. 차만 나오면 어~ 이제 교통사고, 교통사고 나면 기억상실증, 뻔히 보이는 것 같애요. 꼭 드라마가 이래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공 : 영화관엔 자주 가셨어요?

황 : 애들 키울 때는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TV나 DVD로 많이 봤죠. 금요일에는 꼭 애들 보고 싶은 영화, 우리 부부가 보고 싶은 영화 그렇게 DVD 두 개를 빌려와요. 애들하고 누워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봤습니다. 거의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그렇게 보냈어요.

공 : 그게 스웨덴 불금이네요. 가정에서의 불금.

황 : 그렇죠. 우리 어른들은 와인도 한잔하고. 애들 영화 보고 나서 아내와 제가 보려고 빌려온 영화를 보려고 하면 피곤해서 잠들고 ... 그래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요. 스웨덴에서 금요일은 좀 특이해요. 한국에선 '불금'이라 해서 직장동료 또는 친구들과 술자리를 만들어 어울리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그러지만 스웨덴에서 금요일 오후 3시쯤엔 퇴근을 해요. 다른 요일 일을 좀 더 하고 금요일 일찍 퇴근하는 거죠. 와인가게에서 와인 두어 병 사들고 집에 가서 애들 좋아하는 저녁 만들어 먹고 영화도 빌리고 사탕/과자도 사고 팝콘도 튀기고 해서 금요일 저녁을 가족과 함께 보내요. 재미없죠?

공 : 일상생활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안정적인 느낌이 들어요. 뭐가 팍 튀어 올랐다 푹 내려갔다 하는 게 아니라.

황 : 그래요. 일상이 무척 안정적이죠. 아이들이 클 때는 더욱 그렇죠.


(편집자 주_황선준 원장과 인터뷰는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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