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도 유니콘 기업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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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도 유니콘 기업 될 수 있을까?
  • 2019.12.05 17:18
  • by 송소연 기자

지난 6월 15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노르휀 하우스(Norrsken House)에서는 '노르휀 재단'과 '한-스웨덴 소셜벤처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국내 소셜벤처 6개(▲엔젤스윙 ▲닷 ▲테스트웍스 ▲오파테크 ▲모어댄 ▲유니크굿컴퍼니) 기업은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사업내용을 발표했다. 대통령 북유럽 순방의 경제사절단 중 소셜벤처가 포함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 일이었다.

▲ 지난 6월 15일 스톡홀름 시내 노르휀 하우스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스웨덴 노르휀 재단과 함께 개최된 '한-스웨덴 소셜 벤처와의 대화' 후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 문재인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장면 ⓒ청와대

소셜벤처란 혁신 기술 또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이다. 아직까지 국내법에는 소셜벤처를 정의하는 개념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시행된 '소셜벤처 활성화 대책'의 '소셜벤처 판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혁신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을 소셜벤처로 인정하고 있다.

지난 11월27일부터 3일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위한 글로벌 페스티벌 '컴업(ComeUp) 2019'가 개최됐다. 부대행사에서는 6월에 열린 '한-스웨덴 소셜벤처와의 대화'의 후속행사로서 '한-스웨덴 소셜벤처 비즈니스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과 스웨덴 양국의 소셜벤처와 임팩트 투자사 관계자들이 초청돼 소셜벤처 육성 경험 및 정책을 공유하고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소셜벤처의 실질적인 판로 개척과 투자 등을 지원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 11월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국과 스웨덴 양국의 소셜벤처와 임팩트 투자사 등이 참석한 '한-스웨덴 소셜벤처 비즈니스 세미나'가 개최됐다. ⓒ라이프인

최근 스웨덴은 수많은 성공적인 스타트업 기업들을 배출하며, 미국 실리콘밸리의 뒤를 잇는 새로운 글로벌 스타트업의 성지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스웨덴의 성장은 에릭슨, 이케아, 볼보 등과 같은 글로벌 대형 제조사들이 이끌어 왔지만, 현재는 신생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핀테크 기술을 보유한 '클라나' 등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1조 2천억)인 비상장 기업)을 9곳이나 배출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안데르스 헥토르 주한 스웨덴 과학혁신참사관이 첫번째 세션의 기조 강연자로 나서 '사회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주제로 스웨덴 사회 모델을 소개했다.

안데르스 과학혁신참사관은 "모든 참여와 기술혁신을 활용해 사회적 과제(교육, 기후, 환경 및 평등 등)를 해결할 때 지속가능하고 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라며 스웨덴의 사회혁신 배경을 설명했다. 스웨덴 정부는 지속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사회, 노동시장의 원활한 선순환을 지원하고, 기업들은 이에 적극 동참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 안데르스 헥토르 주한 스웨덴 과학혁신참사관은 '사회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주제로 스웨덴 사회 모델을 소개했다. ⓒ라이프인

스웨덴에서는 어려서부터 약한 자를 더 보호하고,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불편을 감수할 것을 가르치는데, 이러한 정신이 스웨덴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르휀 재단은 '클라나(Klarna)'의 창업자 니클라스 아달베르트가 지난 2016년 2000만달러를 출연해 설립한 임팩트투자기관으로, '노르휀 하우스'를 조성하고 소셜벤처를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어서 스웨덴 기업진흥원인 비즈니스 스웨덴의 김민유 투자유치팀장이 '스웨덴 스타트업 환경 및 진출'을 소개했다. 스웨덴은 창업 친화적인 나라로 제도적 여건, 기술 수준, 금융 시스템, 인적 자원, 정보통신(IT) 인프라 등 여러 면에서 유럽 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스웨덴 정부는 민간 주체들이 조성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유지되도록 조정하고, 개별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5년까지 바라보고 도움을 준다. 스타트업 지원 전담기관인 스웨덴혁신청(VINNOVA)은 지원 대상을 선정하면 단순한 공간 제공이나 자금 지원 등에 머물지 않고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도약, 고성장으로 이어지기까지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경영 전반의 자원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스웨덴에서도 창업 기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창업자가 사업을 접더라도 개인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쉽게 창업, 재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일은 위험이 뒤따르지만 그 위험을 국가와 사회 전체가 지는 구조가 스웨덴 혁신경제의 토대가 되고 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교육, 문화, 환경, 안전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양국의 유망 소셜벤처의 기업설명회(IR) 발표가 진행됐다. 한국측 기업으로는 에누마코리아·프렌트립·째깍악어, 스웨덴측 기업으로는 H&E 솔루션즈(H&E Solutions AB)·스칸디나비아 바이오가스(Scandinavia Biogas)·베이비뵨(BabyBjörn)이 참여했다.

특히, H&E 솔루션즈는 도로 위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라디오 데이터 시스템(Radio Data System)을 사용해 인근 지역의 차량에 로컬 경고를 송신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H&E 솔루션즈가 개발한 에밤(EVAM)을 구급차에 설치하면 사고주변 차량의 라디오나 대시 보드 화면으로 사고정보를 전달해 구급차가 빠르게 지나갈 수 있게 돕는다. 구급차 운전자는 일반운전자보다 사고비율이 6배가 높은데 에밤을 설치하게 되면 구급차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운영할 수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창업 초기부터 스웨덴(인구 약 900만명)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해외진출을 목표로한다. 에밤은 카타르에서 상용화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한국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 H&E 솔루션즈가 개발한 에밤(EVAM)을 구급차에 설치하면 사고주변의 차량에게 교통경고를 자동차 라디오나 화면으로 보낼 수 있다. ⓒEVAM

지난 6월 북유럽 순방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은 스웨덴 기업진흥원인 '비즈니스 스웨덴'과 국내 소셜벤처 육성과 해외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내년 중 스톡홀름에 공유 오피스형 공간인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T)가 설치된다. KST은 현지 스타트업 및 투자자를 위한 소통과 교류, 한국과 스웨덴 기업들의 기업설명회(IR) 등 다양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미 올해 8월 미국 시애틀, 9월 인도 구르가온에 KST를 열었고, 내년 스웨덴과 더불어 핀란드에도 KST를 개소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VC)의 글로벌화가 활발하게 추진될 예정이다.

임팩트 벤처 캐피탈 D3쥬빌리파트너스 이덕준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국내 소셜벤처들이 성장해 왔고, 올해부터 해외에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전하며, ▲전 세계 아동 문맹 퇴치를 위한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Global Learning XPRIZE)'에서 우승한 교육 스타트업 '에누마' ▲미슐랭 레스토랑 '떼레노'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오요리아시아 ▲미국 타임지의 '2019년 최고의 발명품(The Best Inventions of the Year)'에 선정된 태양광 충전 시스템 '솔라카우'를 만드는 소셜벤처 '요크'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IT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를 소개했다. 

▲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는 국내 소셜벤처 임팩트투자 현황을 공유했다. ⓒ라이프인

또한, 11월 21일부터 3일간 제주도에서 열린 '2019 아시아임팩트나이츠'가 개최되었는데, 한국·미국·네덜란드·노르웨이·중국·일본 등 20여 개 나라에 투자자들이 참석해서 한국 소셜벤처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공유했다. 앞으로 국내 소셜벤처의 활발한 해외진출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결국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유니콘 소셜벤처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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