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적기업? 일자리만큼 스피커 역할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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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회적기업? 일자리만큼 스피커 역할 중요하죠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가에게 묻다(4)-브라더스 키퍼
  • 2019.12.04 10:12
  • by 김정란 기자
▲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와 직원들. ⓒ브라더스키퍼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성경 구절 하나가 적혀 있다.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그가 이르되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창 4:9) 이 구절은 브라더스키퍼의 이름이 되었다.

왜 '형제를 지키는 사람'이었을까? 보육원 등 공동생활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시설에서 퇴소하게 되는데 이를 보호종결아동이라고 부른다. 김 대표는 "나도 보육원에서 자란 보호종결아동이다. 보육원에서 시설 아동들끼리의 폭력 등을 겪었음에도 더 무서운 것이 시설 퇴소였다. 나는 운이 좋게도 여러 도움을 거쳐 비영리기관에서 일자리를 얻었고, 거기서 다른 보호종결아동들을 후원하는 업무를 맡기도 했다. 그런데 후원으로는 도무지 내 형제들, 즉 다른 보호종결아동들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브라더스키퍼의 설립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일했던 비영리기관에서 만난 보호종결아동들은 기관의 후원이 종료되면 자꾸만 원치 않는 길을 걷게 됐다. "고학력자가 많지 않고, 정보도 없다 보니 아이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범죄에 쉽게 노출되거나 성매매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 그래서 김 대표는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주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길어야 3개월, 대체로 1~2주 만에 일자리를 그만뒀다. 그만둔 아이들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음의 상처가 문제였다. 잘해줘도 내가 보육원 출신이라 그러나, 못해줘도 내가 보육원 출신이라 무시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육원 출신이라는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은 나머지 사람들의 시선에 그런 생각이 묻어있을 거라는 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며 안타까웠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렇다면 왜 그는 사회적기업, 그것도 조경사업을 시작했을까? "내가 일자리를 매칭시켜줬던 사례 중 벽면녹화사업을 하던 기업에 취직한 친구가 유일하게 적응을 잘 하더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일 식물을 보고 사랑을 주는 것이 정서적으로 그 친구를 치유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이야기를 듣기 전부터 안정적인 일자리를 줄 수 있는 사회적기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전부터 보호종결아동 후원을 원했던 벽면녹화사업체 대표는 김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무상으로 벽면녹화 아이템을 전수해줄 테니 그것으로 사업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사업 준비차 시장 조사와 보호종결아동들의 의사를 조사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이 있다. 첫째로 보호종결아동들 중 공업고등학교나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경우가 많아 조경사업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 그리고 조경사업 시장 내 세대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젊은 층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매년 사회로 나오는 보호종결아동의 일자리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 김 대표가 확인한 사례처럼 보호종결아동들의 정서적 회복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브레스키퍼(Breath keeper)'는 브라더스키퍼의 첫 브랜드다. 그렇게 지난해 브라더스키퍼가 본격 설립됐다.

▲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오른쪽)..ⓒ브라더스키퍼

브라더스키퍼의 직원들은 벽면녹화를 배우고 시공을 하는 것 뿐 아니라 필요한 기술을 공부하기도 하고 아이디어도 낸다. 김 대표는 "누가 시켜서 하기 보다 자기들끼리 어울려서 스스로 회의도 하고, 밤늦게까지 조경에 관한 공부도 한다"며 "그러면서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였던 보육원 시절 이야기를 나와 동료들과 나누면서 단계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직원이자 형제인 이들이 다른 형제들, 즉 다른 시설보호아동들의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지원하고 있다. 보육원에 직접 가서 아동들을 만나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고, 퇴소 후 만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김 대표가 폭력보다 무서운 것이 퇴소라는 마음을 직접 겪어 알고 있는, 그들의 형제이기 때문에 지원하는 일이다.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는 브레스키퍼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로 사업 확장을 꿈꾸고 있다. 조경사업을 하면서 다른 아이템의 확장도 꿈꾸는 것은 아이들이 이 안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거치면서 적응력을 키우길 바라기 때문이다. "조경이 아니라 다른 일을 경험해보고 싶은 아이들이 브라더스키퍼 안에서 충분히 경험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템을 준비하고 싶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은 무엇일까?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만으로는 사회적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취약계층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 매우 약하다. 그들의 인권과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활동도 하는 것이 사회적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브라더스키퍼는 사업에 할애하는 시간만큼 직원들을 치유하고, 그들을 돕는 활동을 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이 원칙이다. 김 대표는 "그런데 감사하게도 아이들을 돕는 일에 시간을 쓸 때 사업적인 기회도 더 많이 찾아왔다"며 웃었다.

보호종결아동은 퇴소할 때 지자체별로 5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고 세상에 나오게 된다. 5년 동안 보호종결아동으로서 기술 교육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보호종결 5년 후인 그들은 기껏해야 20대 초반이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려면 취약계층 고용 인정을 받아야하는데 보호종결아동은 법적으로 취약계층이 아니어서 인정받을 수 없었다. 최근 사회적기업 고용 시에만 취약계층으로 적용되게 됐는데, 그 기간 역시 5년이다"고 말했다. 다른 법적 지위에서 취약계층으로 등록되는 것도 아닌데다가 5년이라는 기간 자체가 짧다는 것이 김 대표의 의견이다. 김 대표는 "최소한 10년은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도록 도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이런 변화를 위한 준비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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