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쿱 '포이아톤다'는 쇠락해가는 마을을 다시 살려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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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쿱 '포이아톤다'는 쇠락해가는 마을을 다시 살려 낼 수 있을까?
[볼로냐에서 배우다 ⑨] 마을 재생을 위한 커뮤니티쿱 포이아톤다
  • 2019.12.03 11:10
  • by 정원각 상임이사(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07:00

경남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해외연수가 이번이 처음이니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다.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볼 수 있는 볼로냐 지역을 선정했는데, 일정은 참석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두 번의 강의와 다섯 곳의 현장방문을 진행했다. 주요 연수 내용을 정원각 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가 라이프인에 소개한다.

 

▲ 포이아톤다(Foiatonda) 로고.

2018년 3월 창립한 커뮤니티쿱 포이아톤다(Foiatonda). 볼로냐에도 이런 신생 협동조합이? 더구나 마을을 살리기 위한 협동조합이라니? 볼로냐가 너무 좋아 3년 전 부부가 유럽을 3개월 동안 여행할 때, 볼로냐에 1주일 동안 머무른 것을 포함하면 어느덧 다섯 번째의 방문. 2010년 처음으로 볼로냐를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협동조합이 노숙자협동조합이었다면 이번에는 바로 이 커뮤니티쿱 포이아톤다(이탈리아어로 '둥근 나뭇잎'이란 뜻)였다. 

133년의 역사에 800만 명의 소비자조합원이 이탈리아 전체 소매 유통 시장 중에 18%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이탈리아생협, 70년이 넘는 세월 속에 1만 명이 노동자가 주인으로 케이터링을 하는 노동자협동조합 깜스트, 대표적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유아교육, 장애인 돌봄, 노동 작업장 안전 점검 등을 하는 카디아이 등 기라성 같은 협동조합이 즐비한 볼로냐에 '2018년 설립한 햇병아리 협동조합'은 참 생소했다.

'마을 재생을 위한 협동조합이 왜 필요한 것일까?', '이탈리아의 농촌은 어떤 상태일까?', '기존의 농업협동조합이 잘 되어 있는 이탈리아인데 왜?' 등등의 궁금증을 가지고 볼로냐 시내에서 대절한 버스로 약 40~50분 동안 산으로 골짝으로 들어가 도착한 산촌 마을 '마돈나 데이 포르넬리(Madona dei Forneli)'와 '괄토(Qualto)'. 이 마을들은 한반도에 백두대간이 있듯이 이탈리아반도의 등줄기를 이루는 아펜디노 산맥이 지나가는 곳에 있다. 아펜디노 산맥은 이탈리아 반도의 북쪽 알프스가 끝난 다음 카디보나 고개부터 남쪽인 시칠리아 서쪽의 에가디제도까지 총길이가 약 1,400㎞다. 마을이 높은 산에 있다보니 이탈리아 평야지대에서 생산하는 밀, 올리브, 채소 등과는 달리 밤을 생산하는 산촌 마을.

▲ 이탈리아반도의 등줄기를 이루는 아펜디노 산맥이 지나가는 곳에 있는 산촌 마을.
▲ '1632'라는 년도가 새겨진 집.

이렇게 높은 산촌임에도 불구하고 천년이 훨씬 넘은 로마의 유물들이 발견되는 곳 '마돈나 데이 포르넬리'와 '괄토'. 마을에는 로마시대에 조성된 길로 알려져 있는 '신의 길'이라는 관광자원이 남아있고 이후 중세 시대의 유적들이 있다. 두 마을 모두 중세인 15세기부터 있던 마을인데 마을 곳곳에는 1632년 이라는 연도가 남아 있는 법무사의 집, 이탈리아 벤티볼리오 귀족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집 등 오랜 유적들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특히, 마을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성당도 1500년대 후반에 세웠고 1907년에 리모델링했다. 이런 마을의 역사적 유산은 젊은 예술인들이 이곳에 와서 정착하면서 협동조합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는데 결정적인 자산이 되었다.

▲ 호수가 마을.
▲ 식당 안내 표지판.

2018년 3월 창립을 주도한 월터 씨도 그런 경우다. 그림을 그리는 월터 씨는 이 마을에 휴식을 위해 며칠 머무른 것이 인연이 되어 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을 주도했고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창립을 하고 초대 이사장을 맡게 되었다. 이 마을은 가까운 곳에 호수가 있어서 불과 20년 전까지는 호수가로 식당과 숙박업소들이 꽤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호수가 주변의 상가들은 대부분 철수했다. 그리고 앞에서 밝혔듯이 높은 산에 마을을 이루고 있어서 밤농사를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밤을 저장하던 저장 창고와 1차 가공하던 가공 공장 등이 남아 있다. 밤농사만으로는 경제적 생계가 어렵다보니 마을의 젊은이들이 머물지 못하고 빠져 나가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실정이다.

월터 씨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이 마을의 역사를 중요한 소재로 보고 있다. 그래서 곳곳에 숨어있는 마을의 역사를 복원하고 감추어진 스토리를 찾아서 예술과 연관시키고 있다. 이런 작업에 대해 주민들도 동조하기 시작해 창립할 때 13명이던 조합원이 1년6개월 만에 40명으로 늘었다. 조합원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처음에는 화가, 목공, 그래픽 디자이너 등이었는데 동네에서 레스토랑, 잡화점, 밤농사 등을 하는 어르신들이 참여하면서 마을투어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조합원 가운데 한 젊은 여성 활동가는 마을 어르신의 딸이다. 이런 움직임이 있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작업장에서 일을 하며 동네의 활동에 참여하고 기존의 레스토랑, 숙박업소를 재정비하여 인터넷 온라인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 효과가 나기 시작하여 방문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조합원에는 두 종류가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출자금이 150유로이고 후원하는 조합원은 25유로다. 

▲ 마을에서 한 컷.
▲ 커뮤니티쿱 포이아톤다 관계자가 마을의 역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작업을 적극 도와준 조직들이 있으니 가톨릭 계통의 콘프쿱연합회(Confcooperative)다. 초기 인큐베이팅과 조직 설립에 큰 도움을 주었다. 앞에 소개한 가조티노동자협동조합을 레가협동조합연합회가 도와준 사례와 비슷하다. 마을의 재생을 위해 카페나 작업장 등 자금이 필요할 때 대출해준 에밀방카는 콘프쿱연합회 소속의 신용협동조합이다. 운도 따랐다. 콘프쿱이 주최한 커뮤니티쿱 공모에 나갔는데 다행히 뽑혔고 상금으로 2천 유로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지원 방식은 콘프쿱연합회 1년 회비 2천5백 유로 중에 2천 유로를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콘프쿱연합회의 컨설팅은 아주 중요해서 큰 힘이 되고 있다. 콘프쿱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회원 협동조합들이 가입해 있는데 회비가 연 2천5백 유로다. 

커뮤니티쿱 포이아톤다는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산촌 과소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묻고 찾는 과정 중에 관광이라는 아이템을 선택했다. 이탈리아에도 많은 커뮤니티쿱이 생기는데 상당수가 사업 아이템으로 전기 생산과 나무, 산림을 이용한 사업을 한다. 하지만 포이아톤다는 관광을 선택했다. 이 지역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아서 성공 모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마을 내부에서 사람들이 바뀌고 있다. 개인이 중심이었지만 이젠 협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려고 한다. 물론 어렵다. 하지만 계속 내부 동력을 만들고 있다. 조합의 운영비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공모하는 프로젝트를 따서 충당한다. 10군데 성당 순례 같은 프로젝트가 그런 것 중의 하나다. 그리고 준비 기간 1년과 창립 후 1년 6개월 등 3년 가까이 이사장과 상근에 가까운 활동을 한 몇 사람이 무임금으로 희생해왔는데 앞으로는 조합원들에게 컨설팅 비용을 받아 유급으로 하려고 한다.   

포이아톤다는 이제 막 시작한 마을협동조합이다. 우리식으로 하자면 마을기업을 협동조합으로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을의 현황은 우리나 일본보다는 더디지만 인구가 점점 줄어가는 실정이고 소비자, 여행객을 끌만한 특산물은 보이지 않는다. 오래된 역사 자원이 있지만 그것 자체로 큰 눈길을 끌만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듯 월터 이사장은 좋은 결과를 내고 싶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고 하면서 마치 "개가 자기 꼬리를 물려고 뱅뱅 도는 것 같다"는 표현으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꼭 극복하여 마을을 살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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