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사카(SACA)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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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사카(SACA)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볼로냐에서 배우다 ⑥] 운전기사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SACA(사카)
  • 2019.10.28 23:32
  • by 정원각 상임이사(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07:04

경남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해외연수가 이번이 처음이니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다.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볼 수 있는 볼로냐 지역을 선정했는데, 일정은 참석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두 번의 강의와 다섯 곳의 현장방문을 진행했다. 주요 연수 내용을 정원각 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가 라이프인에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협동조합기본법이 2012년 12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후 2015년 7월 14일 서울에서 택시 기사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택시협동조합이 출범했다. 이어서 대구, 광주, 포항 등지에서도 택시협동조합이 생겨났다. 이 중에는 택시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협동조합도 있고 기존의 상법상 법인택시가 사주로 있는 상태에서 협동조합 옷으로 갈아입은 경우도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살펴보면 어떤 조합들은 내부에서 회계, 인사 등의 문제로 갈등, 진통을 겪고 있다. 볼로냐에 있는 물류, 택시 등과 관련된 협동조합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택시, 물류 등과 관련한 협동조합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시사점을 얻을 수 것이다. 

▲ 이케아 공장 정기 운행 노선.

사카(SACA)는 '운전기사와 함께 하는 렌터카, 차량 협동조합'이라는 의미다. 1972년 자기 차량을 가지고 있는 9명의 운전기사가 설립한 협동조합으로 현재는 170명(개)의 조합원이 있고 노동자 800명이 일하고 있다. 조합원 중에는 개인만이 아니라 법인 조합원이 있어서 해당 법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포함한 숫자다. 사카에는 다섯 개의 섹터(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콜택시 서비스, 관광버스, 작은 트럭 렌트, 공공 버스 노선, 로지스틱 물류 등이다. 에밀리아로마냐 주에서 주로 사업을 하는데 볼로냐, 리구리아, 모데나, 포레타 등에 사무실이 있으며 각 사업장마다 사업의 특징이 있다. 한편 위 다섯(가지) 섹터 뿐만 아니라 쓰레기 처리, 전기차 공유 사업 등에도 참여하며 연간 매출은 약 5천만 유로다. 

조합원이 220명이었는데 170명으로 줄은 이유는 개인 조합원들이 법인을 만들어서 법인 조합원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인들이 모여서 법인으로 전환을 한 이유는 경비를 줄이기 위한 것과 개인적으로 회계, 행정 처리가 어려운 사람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법인을 만들면 불리한 점도 있다. 그것은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차량 수만큼 투표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5대의 차를 가지고 있는 법인이나 1대의 차를 가지고 있는 개인이나 투표권의 수는 같다. 한편 5대의 차를 가지고 있는 법인 사업의 성과는 소유한 차량만큼 가질 수 있다.   

법인 조합원의 경우 법인의 정체성은 합자회사 또는 유한회사 등 다양하다. 하지만 주식회사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법인 조합원과 개인 조합원의 규모가 다르다보니 연간 매출도 큰 차이가 난다. 어떤 법인 조합원은 수십 명의 노동자가 근무하면서 1년에 매출이 5백만 유로인데 비해 개인 조합원은 1년에 매출이 5~6만 유로인 곳도 있다. 그러므로 이들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하는데 오랜 시간과 많은 회의가 필요하다. 전체 조합원이 모이는 총회는 1년에 한 번하지만 각 분야별 모임 토론은 12~24번 한다. 각 분야별 모임은 전체 총회를 위해 합의해 가는 과정이다.

다섯 섹터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이사회에 반영하기 위해 각 섹터에 3명씩의 이사들이 배정되어 있다. 각 섹터에 소속되어 있는 조합원들은 이사들과 많은 대화를 한다. 그리고 그 이사들은 조합원들에게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설명하고 토론을 한다. 조합원들에게 일을 배정할 때에는 조합원들이 소유하고 있는 차량의 기능과 역할, 지역에 대한 배려 등을 하여 경쟁력을 갖춘 솔루션을 찾아 배치한다. 예를 들면 운송에 있어서 위험물질과 같이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거나 차량에서 무진동차량과 같은 특수한 차량이 필요한 경우 그에 맞는 조합원과 차량을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합원 개인이 일감을 받아도 개인이 운행하지 않고 조합에 알려서 조합이 가장 합리적인 배차를 하게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운반물질에 따른 운반 차량이 갖추어야 할 시설이 매우 세밀하게 규정되어 있는데 당연히 이에 맞추어 운반해야 한다. 이들 차량에 대해 운행 허가가 난 차량 번호판이 있는데 금약은 다양하며 1억5천만 원 정도 하는 것도 있다. 이런 비용은 차량 구입비 외에 드는 비용이다. 이탈리아에서 버스 한 대를 구입하려면 차량 가격이 약 3억 원이다. 그러므로 사카에 들어오고 싶어도 이 돈이 없어서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카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상담을 하고 자금, 금융을 연결하기도 한다. 

사카의 운영비는 조합원들이 매달 내는 비용으로 충당하는데 비용은 조합원이 소유하고 있는 차량 종류와 대수, 각 차량의 운행 거리 등에 따라 지급하는 일정 비율의 수수료다. 그리고 리스크가 큰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참여하는 차에 대해 수수료를 줄이거나 없애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볼로냐에서 로마에 가는 경우, 로마에서 다시 볼로냐로 올 때 빈차로 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수료를 배려한다. 한편 사카는 공공 버스 노선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경우 볼로냐 시, 에밀리아로마냐 주 정부가 직접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 설명을 들은 후 볼로냐 시내에서 유심히 봤는데 사카 소속 버스가 버스 승객을 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일행이 연수를 마치고 볼로냐 공항으로 갈 때 이용한 버스가 사카였다.  

▲ 볼로냐시에서 버스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사카(SACA).

사카가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철학은 분명했다. 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것과 다음 세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다. 사카는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해 비분할자본을 적립하고 있다. 지금까지 적립한 금액은 약 2천만 유로(한화 260억 원)다. 조합원들에게 배당하지 않고 공동의 자산을 구성했고 그 협동조합의 자산을 사회화한 것이다. 한편 사카는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경영진은 1972년 이후 한 번 교체된 세대다. 이제 다음 세대들이 경영하고 일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카의 경영은 현재까지 조합원들이 직접 하고 있으나 조합원이 아닌 전문 경영인을 데려올 수도 있다. 특히, 세계는 디지털화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내부 조합원들 중에 디지털화를 주도할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외부에서 데려와야 한다.

연수 참가자 중에 '조합원들의 갈등이 일어나 문제가 된 적이 있는가? 그 갈등은 어떻게 해결했는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물류 창고를 만들 때 한 섹터에서 반대하면서 자기들 사업에 투자할 것을 요청했는데 오랫동안 소통하고 토론해 가장 효율적인 곳에 투자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타인에게 노동할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우리 자식들도 일을 하려면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가?'에 대해 설득했다.

▲ 사카(SACA).물류센터.

연수단이 방문한 사카의 사무실, 물류센터 지붕에는 태양열발전이 설치되어 있는데 사무실과 물류센터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되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도 물류가 여러 단계 거쳐 중간에 수수료를 떼이면 최종 노동자에게 올 때에는 운임이 너무 적다. 협동조합은 이것을 줄이기도 한다.   

사카의 경영자는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마무리 했다. "어느 운전기사가 차 한 대를 가지고 있다면 이 사람은 다국적 기업에 가서 착취를 당하거나 협동조합에 와서 자기의 권리를 찾는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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