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문제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향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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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문제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향과 전망
플라스틱 이슈포럼 Ⅴ -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 방향과 전망
  • 2019.10.18 14:50
  • by 이진백 기자

세계 각국에서 쏟아지는 폐기물을 '수거'해 가던 중국이 지난해 돌연 중단을 선언하면서 '플라스틱 대란'이 일었다. 중국의 '변심' 때문이라지만,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수십년 전부터 줄곧 지적됐던 것이다. 

2018년 7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 기준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소비량이 98.2kg으로 국가별 순위에서 1위다. 같은 기간 미국 97.7kg, 프랑스 73kg, 일본이 66.9kg을 소비한 것보다 더 많았다. 그만큼 우리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고, 또 그럴 만한 여지도 있는 것이다. 

지난해 쓰레기 대란은 처음에는 위기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전 국민이 폐기물 문제를 나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게 된 동기가 됐다. 더 이상 플라스틱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안겨준 교훈이기도 하다.

플라스틱 문제가 부각되면서 생산단계에서 주 유입원에 대한 규명 및 친환경 소재 개발, 재활용단계에서 분리수거와 재활용기술 개발 등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논의가 일회성 이벤트이거나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단편적인 논의에 그치고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지난해 이공계 학술단체 및 정부출연기관·협회 등 590개의 과학기술단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엽합회 주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등 정부부처와 우리나라 플라스틱 산업과 관련된 대표적인 민관단체들이 참여하는 플라스틱 이슈포럼이 결성됐다.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가 후원하는 제5차 플라스틱 이슈포럼이 10월 16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우리나라 플라스틱 재활용의 현실과 과제'란 주제로 개최됐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16일 한국과학기술회관 지하1층 대회의장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 방향과 전망'이란 주제로 제5차 플라스틱 이슈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해결방안 중 대표적인 재활용에 포커스를 맞춰 재활용제도 및 방법, 기술개발 현황 및 수요 현황 등을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심층적으로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조지아주립대 공동연구팀이 '사이언스 어드벤시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전 세계 플라스틱 양은 83억 톤으로 그 가운데 63억 톤이 쓰레기로 버려졌다고 한다. 논문에 의하면 그렇게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재활용 된 것은 9%에 불과했다.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이 이토록 낮은 가장 큰 원인은 분리배출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오물 등이 섞여 있어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플라스틱은 종류가 다양한 만큼 선별 작업과 재활용 공정에도 막대한 인프라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 정회석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이 '우리나라 플라스틱 재활용의 현실과 과제'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날 포럼의 첫 발제는 정회석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이 '우리나라 플라스틱 재활용의 현실과 과제'란 주제로 발표했다.  

정 이사장은 "우리나라 쓰레기 재활용률은 59%로 독일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쓰레기가 재활용 선별업체로 넘어가면 그것을 재활용으로 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별 과정이 어려우면 모두 폐기물로 버려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재활용률은 훨씬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문제를 기술 혁신을 통해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라며 플라스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은 재질별로 사용 용도가 다양하고, 단일 재질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복합재질이 사용된다. 특히 포장재의 경우는 하나의 용도로 여러 가지 재질의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다. 정 이사장은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같은 종류의 플라스틱을 선별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는 그것을 사람이 맡아서 하고 있기 때문에 재활용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우선은 미국이나 독일처럼 플라스틱 폐기물의 회수, 선별 시설을 대규모화하고 광학선별기, 풍력선별기, 자력선별기 등을 도입해 기계화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별이 잘 된 플라스틱은 고품질의 원료가 되지만, 선별이 안 되면 그냥 폐기물이 되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플라스틱의 재활용은 자원의 재활용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매립과 소각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여준다"며 발언을 마쳤다. 

▲ 권성안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전문위원이 '플라스틱 폐기물 물질재활용 기술개발 현황 및 추진방향'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 물질재활용 기술개발 현황 및 추진방향'이란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권성안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전문위원은 기본적으로 플라스틱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선별·분리와 매립·소각에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며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단기간에 효과적 관리가 가능한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권 전문위원은 물질재활용 성형기술, 국외 폐합성수지 재활용 목재 대체품 기술동향 등 국내외 기술동향을 설명하며, 저급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테트라포드(Tetrapod)와 콘크리트 블록 실증화, 폐스티로폼 80% 이상을 활용해 만든 준불연성 건축용 단열재 생산,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인공섬유 개발, 저급폐비닐을 이용한 저염소 청정오일 생산기술과 열분해 가스화 기술 등을 사례로 소개했다.

그는 "폐플라스틱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면 유해 가스가 발생한다. 하지만 열분해 유화 공정 기술을 개발하면 친환경적인 재활용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전문위원은 "현재의 문제해결이 미래의 재앙을 초래하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고부가가치 재활용 제품을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품질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생활폐기물 분야의 기술 개발은 자원순환 시스템 내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일련의 과정"이라며 "정부의 효과적인 규제와 정책지원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보다 큰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를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제는 배연정 서울대 그린에코공학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이 '포장재 재질·구조에 따른 재활용 용이성'이란 주제로 발제했다.

배 책임연구위원은 국내 재활용 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재활용 체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을 고려한 용기 및 포장재의 재질·구조개선이 요구되며, 이를 촉구(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배 책임연구위원은 포장재 재질·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에 대한 등급 표시 뿐만 아니라 외국(프랑스)과 같이 등급과 연계된 재활용 분담금의 차별 부과 등의 강력한 규제도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분리배출을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 제공 및 홍보가 우선시 돼야 하고, 재활용 기준비용을 현실화하고, 품목별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국내 재활용 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수요 창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이찬희 서울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김아영 내일신문 기자, 김효정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 송한철 (주)RM 개발사업본부장, 이상헌 녹색미래 사무처장, 이승희 경기대학교 교수, 장용철 충남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일회용 플라스틱이 없는 사회로 가는 국가 플라스틱 관리 전략 ▲국내 재생원료 PET 순환시스템 구축 ▲플라스틱 제품 제조과정에서 재활용원료 의무사용 ▲정부와 기업이 함께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고품질 재활용 계획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등급설정 등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참석자들은 플라스틱 사용 과다문제는 정부 혼자서 풀어갈 수 없다는데 공감하며 산업계, 민간단체, 시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풀어나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플라스틱 이슈포럼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엽합회장인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설립 및 발족한 단체다. 플라스틱 이슈는 많고 다양한데,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부터 재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전문가차원에서 논의를 통해 제도나 기술적인 한계를 점검하고, 제도적·정책적 대안과 과학기술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출발하게 됐다.

1차 포럼은 지난 3월 7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플라스틱 시대를 다시 본다'는 주제로 개최됐고, 2차 포럼은 4월 18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플라스틱 관리 어떻게 해야 하나: 국내외 정책 동향'이라는 주제로, 3차 포럼은 7월 4일 코엑스에서 2019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의 일환으로 네 가지 주제로 발표된 심포지엄 중 '국민과 함께 하는 과총포럼: 미세먼지 국민포럼, 플라스틱 이슈포럼'의 형태로 개최됐다. 4차 포럼은 9월 3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의 회수와 선별을 어떻게?'를 주제로 폐플라스틱 회수선별 현황 및 개선방안, 일본의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및 선별, 폐플라스틱 회수선별기술 개발 현황 등 세 가지 주제 발표와 패널 발표 및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 12월 11일 개최 예정인 6차 포럼은 5차까지의 포럼 결과를 점검하고 정리하는 종합 포럼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2000년대 이후 정부의 정책은 기존 '채취-생산-소비-폐기'라는 선형구조에서 '채취-생산-소비-회수-이용 및 재소비'라는 순환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사용 후 회수율 높이기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미 시행 중인 정책에도 시행착오가 적지 않다. 따라서 정책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관심과 실천을 유지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아이디어를 꾸준히 개발하고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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