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가 잘 돼야 경제가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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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가 잘 돼야 경제가 성장한다
[칼폴라니국제학회 현장취재(1)]'폴라니와 소득주도 성장' 다뤄...소득주도성장은 세계적 흐름..분배가 성장동력
  • 2017.10.15 22:52
  • by 강찬호 기자
칼폴라니국제학회가 서울에서 개최됐다. 첫날인 10월12일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분배가 성장의 동력이라는데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으로 불려지고 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이해득실적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칼폴라니국제학회에 참석한 학자들은 분배를 통한 수요 창출이 성장의 동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칼폴라니국제학회는 서울에서 10월12일(목)부터 3일간 진행됐다. 14일 진행된 '폴라니와 소득주도성장' 세션에 참석한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만이 아닌, 혁신주도성장, 공정경제, 일자리복지라는 '4바퀴 경제정책'이라고 소개했다. 4개 바뀌를 끊임없이 작동함으로서 추락하는 경제를 멈춰세우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747 경제'를 내세우며 7퍼센트 경제성장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4퍼센트에 머물렀다. 이전 참여정부의 경제성장률은 5퍼센트였고, 박근혜 정부는 4퍼센트 성장을 공약했지만 2퍼센트에 머물렀다. 정권이 바뀌면서 경제성장은 1퍼센트씩 꾸준하게 후퇴했다. 이유는?

한국경제 정권 바뀔 때마다 경제성장률 1%씩 하락...대기업 중심 수출주도형 경제 고착화가 원인...분배강화로 내수 진작 필요..문재인 정부, 소득주도ㆍ혁신ㆍ공정ㆍ일자리 '4바퀴 경제' 해법

김 보좌관은 한국 경제는 대기업 위주의 수출주도형 경제로 고착화되어 있고 이러한 경제구조는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내수부진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지속적인 후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80년 후반부터 수출위주 경제정책의 낙수효과, 즉 수출의 결실이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는 효과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위주의 수출주도 정책은 인건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해왔다. 이는 하청이나 납품으로 이어지는 중소기업의 이익률과 인건비를 악화시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임금소득 감소 결과는 내수부진으로 이어져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임금소득 개선 즉,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이 대기업의 60퍼센트 수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분배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공공분야와 민간분야에 대한 혁신을 통해 경제성장 동력을 확충해가겠다는 구상이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경제는 문재인 정부의 쌍방엔진으로 작동할 것이며, 혁신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간 격차사회의 양극화는 흙수저가 금수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끌어안지 못했다며, 복지확대, 분배개선을 통해 사회적 포용성을 회복해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접근을 두고서 '분배냐? 성장이냐?'하는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혁신, 공정이라고 하는 세 바퀴에 '일자리 복지'를 더해 노동소득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보좌관은 "수십년간 추락해 온 경제가 단기간에 효과를 내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4바퀴를 부단히 가동시키는 노력을 통해 경제 반등의 지점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2.8퍼센트 경제성장을, 나아가 운이 좋다면 3퍼센트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세션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외에도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한 여러 흐름과 논의가 소개되었다.

참석자들은 소득주도 성장이 주요 국가들의 추세라며, 한국에서 이러한 정책을 채택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케인즈주의 수요중심 사고에서 출발했으며 분배개선과 공공투자, 복지확대를 통해 수요를 촉진함으로서 성장요인을 모색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이상헌 박사, 분배가 성장의 중요한 축...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여러 오해들 아쉬워...소득주도성장은 성장의 모든 요인을 검토한 결과로서 도출 

패널로 참석한 국제노동기구(ILO) 이상헌 박사는 "분배가 경제성장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축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거자료는 상당한 수준에서 확보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한국의 경우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에 대한 오해들이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은 단기접근이 아닌 장기적 접근 전략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요만 강조하고 공급을 무시한다거나 투자중심이 아닌 임금중심으로 접근한다는 오해가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수요 뿐 아니라 공급 등 모든 성장 요인에 대한 검토의 결과로서 도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규제완화 등에도 불구하고 투자 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가 있다며, 이는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아짐에 따라 그 결과로서 소비부진이 이뤄지고 투자저하로 이어지는 문제라고 파악했다. 오히려 소득분배가 잘 이뤄지면 수요 증가로 투자가 이뤄지게 되며, 분배가 잘 이뤄진 나라에서 혁신도 잘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수출주도 경제에 대해서 수출증대 보다는 어떤 방식의 개방경제가 되어야 하는지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이 정책이 갖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선택과 디자인, 그리고 실행하는 문제는 별개의 문제로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복현 교수,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금융화 등 금융개혁 병행해야...황선웅 교수, 불평등 문제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결과 보고는 많아...긴 안목으로 소득주도성장 전략 펼쳐야

조복현 한밭대 교수는 1980년 이후 기업의 금융자본 집중화 현상이 강화되면서 금리생활자 세력이 커지고 그들의 영향이 커지는 '금융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업들이 단기수익에 치중하고 이러한 추세로 부정적 영향들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체제의 개혁이 필요하다. 자본시장의 발전을 규제하고 기관투자를 중심으로 한 자본의 투기화 현상을 차단해야 한다"며, "은행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을 중단하고, 자본시장에서 은행으로 재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는 "경제성장률에 묶여 최저임금문제, 비정규직 문제, 노조 문제 등에 대해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문제는 아쉽다"며, "불평등 문제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보고는 많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내수시장에서 구매력이 존재한다면 혁신의 동력은 생기기 마련이라며 대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길게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연대의식과 주체를 형성하는 접근이 돼야 한다며, 이것이 촛불 민주주의 흐름이자 요구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칼폴라니국제학회가 12일부터 3일 동안 다양한 주제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오나란 교수, '평등지향 성장' 가능하다...소득주도성장과 공공투자 확대 병행의 힘은 강력해...사회임금 투자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도 중요

외즐렘 오나란 그리니치대학교 교수는 "평등과 성장이 서로 걸림돌이 아니다. '평등지향 성장정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접근이 효과를 높이려면 개별국가에 국한돼 진행되기 보다는 여러 국가에서 함께 협력해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개별국가 차원에서도 여러 정책이 혼합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특히 공공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오나린 교수는 "한국의 경우 매년 소득주도성장률과 공공투자를 함께 병행해 간다면 5년 후 5퍼센트까지 소득주도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중국보다도 개선 가능성이 더 높다"며, "공공투자의 효과는 강력하다. 공공투자와 소득주도성장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나린 교수는 임금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결국 상대교역국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으로 수출주도 경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한국이 소득주도 성장을 주도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소득주도성장은 전 계층을 포괄해가며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자본, 노동간 임금소득 악화를 개선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본과 노동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기 위해 교섭력을 강화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노조조직률을 높이고, 단체협상의 적용범위를 확대해 교섭의 효과가 모두에게 미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되고 있지 않은 노동시장의 사각지대에 대해서도 조직화를 통해 포괄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임원의 임금인상도 제한해야 한다며, 임금 중위값과 최고임금 간 비율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상교육, 의료, 사회주택, 교통 등 '사회임금' 투자에 대한 국가의 역할도 강조했다.

오나란 교수는 임금인상 효과는 수요 증대로, 수요증대는 투자확대로, 투자확대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가개입을 통한 공공인프라 구축 확대와 기업의 투자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득주도 성장은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패키지로서 이해되고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주도 성장, 평등주도적 성장은 대기업의 힘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고, 중소기업의 힘을 늘리면서 혁신적 생산방식을 지향하는 것이다"라며, "개별기업의 노력과 함께 전체사회의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선출직 지도자, 즉 정치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세션 참가자 중 한명은 "잘못된 경제학이 우리사회에서 너무 많이, 너무 오래 주류경제학을 지배해와 경제학계의 상상력이 고갈되었다"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문했다.

제14회 칼폴라니국제학회 주제는 '거대한 전환과 현대의 위기들'이었다. 서울시, 칼폴라니경제연구소(캐나다)가 주최하고,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협동조합, 한겨례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했다. 사단법인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행복나래가 후원했다. 이 학회는 10월12일(목)부터 14일(토)까지 진행됐다. 칼폴라니정치경제연구소(캐나다) 이사장인 캐리 폴라니 레빗 맥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기조강연(10.12) '칼폴라니와 21세기'와 마거릿 멘델 콩고르디아대학교 교수(퀘벡, 칼포폴라니정치경제연구소장)의 '사회적경제와 사회혁신'(10.14) 기조강연이 진행됐다. 전체 행사는 13개 세션으로 운영됐고, 폴라니 이론과 사상에 기반해 소득주도성장, 경제위기, 생태위기, 기본소득, 사회적경제, 사회혁신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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