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왜 배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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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왜 배워야 할까?
[서진선의 사회적경제 Q&A ⑥] 사회적 경제 교육과 연구, 그리고 대학의 역할1
  • 2019.09.20 10:44
  • by 서진선 (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연구소 연구원)

쿠피협동조합은 성공회대 대학원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을 주축으로 협동조합 및 사회적 경제 연구와 교육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쿠피협동조합은 지난 7월 캐나다 요크대학교 맥머트리 교수(J. J. McMurtry), 프랑스 르망대학교 에릭 비데 교수(Eric Bidet), 캐나다 세인트메리대학교 소냐 노브코비치 교수(Sonja Novkovic)를 각각 초청하여 여름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들의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나타난 사회적 경제 및 협동조합과 관련된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연재되는 글에서 사용되는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육성법에 정의된 인증(예비) 사회적기업보다 국제적인 의미에서 더 넓고 다양한 범주를 다루고 있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인터뷰 정리와 원고 수정에 도움을 준 정지현(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석사과정)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러나 본고의 방향과 내용은 오로지 필자의 책임임을 밝힌다.


수년 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뉴스에서 한 초등학생이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 “많은 것을 배웠고, 커서 투자를 해보고 싶고, 커서 주식도 사고 싶어요.” 좋은 의도에서 이런 교육을 실시하였을 것이고 어릴 적부터 경제나 금융에 대해서 접하는 게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하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돈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꿈과 자본주의의 논리를 학습시킨다는 것은 어딘가 개운치는 않았다.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탱시키고 있는 기관들은 미래 세대들에게 자본주의 논리를 학습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협동조합 그리고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교육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각종 현안을 해결하고 전략을 기획할 수 있도록 이사장, 실무자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고, 사회적 경제에 희망을 가지고 오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길러낼 수 있는 교육, 양질의 교육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 그리고 이러한 교육과 연구는 대학의 역할로 이어진다.

사회적 경제 교육의 필요성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 경제는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로 인해 생겨난다. 시장과 정부를 통해서 제품과 서비스가 잘 공급되지 않는 분야가 있다. 이는 제품과 서비스의 공급을 원하는 수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요가 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공급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이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공급과 그런 공급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이를 공급측면이론(supply side theory)이라고 한다. 노브코비치 교수에 따르면 이들은 사회 정의(justice), 환경 정의 등을 품고 기존과 다른 경제, 다른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대학은 이들을 찾고, 새로운 가능성을 알려주고, 교육을 해야 한다.

학생들이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을 배우는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목적을 함께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라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모르면 선택할 수 없다. 맥머트리 교수는 매년 신입생들에게 “너희들 중 몇 명이 포춘 500대 기업의 CEO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하는데, 500명 중 492명이 손을 든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학생들이 그 기업들에 대해 익숙해서 그럴 것이다. 노브코비치 교수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경영학과 신입생들 중 누구도 협동조합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제학, 경영학 교과서 어디에도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에 관한 내용은 없다. 맥머트리 교수는 그러한 학생 중 상당수가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 분야의 학생이 된다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많은 대학들이 사회적 경제 관련 과목과 대학원 등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노브코비치 교수는 이를 통해 청년 세대가 사회적 경제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커다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무엇을 배우고 가르칠 것인가?

우리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어떤 것을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가? 노브코비치 교수는 민주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경제 사업을 영위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회계, 법 등과 같이 일반기업에서 필요한 전문지식도 필요하지만, 1인 1표라는 민주적인 원칙에서 비롯하는 차별화된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민주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장점과 보완점을 이해하고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내야 한다. 대학은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한 허브 또는 인큐베이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맥머트리 교수는 추가적으로 역사, 사회과학과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각국의 기업, 그리고 사회적 경제는 다른 경로를 따라 발전해오기도 했지만 국제화되는 과정에서 국제화된 규칙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들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기업을 이해하기 위해 각 나라의 맥락을 알아야 한다고 한 비데 교수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사회과학과 인문학은, 현재의 경제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고, 사회적 경제가 다뤄야 하는 경제문제와 사회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리고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더 창조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기 위해서 사회과학과 인문학 교육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역사, 사회과학과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에 매우 동의한다. 사회적 경제 수업을 준비하다 보면 근현대사를 얘기하게 되고, 사회적 경제를 논의하다 보면 정의(justice)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고, 경영학 이론과 실무를 사회적 경제기업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밑바탕에 있는 경제 논리와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드러내게 된다. 어떤 학생은 경영학 수업이 아닌 것 같다고 평한 적도 있다.

사회적 경제 교육 해외 사례

노브코비치 교수가 있는 세인트메리대학교의 석사과정과 캐나다 위니펙대학교(University of Winnipeg)의 ‘협동조합 기업 경영’ 과정, 영국의 셰필드할람대학교의 비학위 과정인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써머 스쿨’ 등의 프로그램 내용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세 꼭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의 역사와 이론, 민주적인 기업지배구조, 경영학 중심의 수업. 역사와 이론은 사회적 기업의 정당성을 보여주고, 민주적인 기업지배구조는 사회적 경제의 차별화된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경제의 가치, 사회적 목적을 바탕으로 조직, 마케팅 등의 경영학의 이론을 사회적 경제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인트메리대학교의 협동조합과 신협을 위한 석사과정 학생들 ⓒ 세인트메리대학교


캐나다의 협동조합들은 협동조합 지도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협동조합 경영교육 협동조합(CMEC, Co-operative Management Education Co-operative)’를 만들었다. 2002년 CMEC은 노브코비치 교수가 있는 세인트메리대학교와 함께 ‘협동조합과 신협을 위한 석사과정(MMCCU, Master of Management – Cooperatives and Credit Unions)’을 만들었다. 실무자들을 위한 3년 온라인 과정으로 2003년 개설하였다. 비데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프랑스 르망대학교는 1980년부터 사회적 경제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사회적 경제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의 수는 15년 전에 비해 3배가 늘었다고 한다. 석사과정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졸업 후 사회적 경제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 오는데, 관심분야는 다양하다고 한다. 프랑스 내에서 큰 규모로 성장한 협동조합은행이나 비영리보험회사에 취업하기 원하는 학생들도 있는가 하면, 윤리적 가치를 가지고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등에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있다는 것이다. 세인트메리대학교와 르망대학교를 비교해보면 학생의 구성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실무자와 사회적 경제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학생. 우리도 이와 같이 두 가지 유형의 학생들이 있을 텐데, 체감상 실무자 유형이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더 많은 청년들이 사회적 경제에 오기 위해서 청년들이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하고 사회적 경제가 그들에게 더 매력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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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선 (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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