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커먼즈'를 통한 공유경제 도시 만들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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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커먼즈'를 통한 공유경제 도시 만들어가야
커먼즈를 기반으로 한 공유도시 모델 이야기
  • 2017.09.25 11:56
  • by 이진백

2012년 9월 20일, 서울시는 '공유도시(sharing city) 서울'을 선언했다. 개인이 소유한 시간, 공간, 재능, 물건, 정보 등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거나 공동으로 사용하여 자원의 가치와 효율성을 높이고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공유도시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물건이나 공간, 정보 등을 다른 사람과 나눠 쓸 수 있는 체계를 말한다. 공유도시는 도시를 살아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더 나은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한 라이프스타일이다.

9월 19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상업적인 공유경제를 넘어서 공동체의 공익을 중심으로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커먼즈(Commons)를 기반으로 한 공유도시 모델에 대한 논의가 열렸다.

서울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스페이스류에서 '공유경제를 넘어 공유재로서의 공유도시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오픈 포럼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주최, 주관했다. 

"사람들이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응집력을 강화시키고 환경에 부담을 줄여서 도시인들의 행복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 이 시대 우리의 과제는 커먼즈를 활용하여 인류가 지구에 가하고 있는 압박을 줄이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1부 발제와 2부 토론으로 진행됐다. 발제자인 미셀바우엔(Michel Bauwens)은 P2P 재단의 창립자이며, 공동생산(Peer production)과 공공경영(governance) 이론가이다. 

이날 미셀바우엔은 두 가지 파트로 나누어 이야기를 진행했다. 첫 번째 커먼즈에 관한 이론과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 두 번째는 벨기에의 겐트(커먼즈 저반 경영 도시)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 했다.

우리 말로 '공유지', '공유재', '공동자원'으로 번역되는 '커먼즈'(Commons)는 사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커먼즈'는 매우 오래된 개념으로 인류 역사상 세계 곳곳에서 항상 존재해 왔다. 커먼즈는 기본적으로 리소스(Resource), 즉 자원과 관련이 있다. 커먼즈는 자원의 관리와 분배에 관한 또 하나의 원리이자 그러한 원리가 적용되는 자원 그 자체를 의미한다. 커먼즈에는 물과 땅 같은 자연의 선물들만이 아니라 문화적 산물이나 지식 같은 공유된 자산들 혹은 창조적 작품들도 포함된다. 

자원의 관리와 배분의 주체가 누구?...자본주의, 시장 VS 사회주의, 국가 VS 커먼즈, 참가자들의 자율적인 결정과 기여

자본주의에서는 시장이, 사회주의에서는 국가가 자원의 관리와 분배를 담당한다면 커먼즈는 구성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되 구체적인 이용에 있어서는 자원을 이용하는 당사자들 스스로 마련한 일정한 룰에 의해서 관리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 범위는 고립된 작은 마을일수도 있고 상당히 넓은 지역사회일 수도 있고 이해 관계인들로 이루어진 단체일 수도 있다. 

시장 및 국가가 사회 조직화의 두 방식이라면, 커먼즈는 그와 병행하는 사회 조직화의 셋째 방식이다. 커먼즈 기반의 핵심은 개방적이고 참여적인 것이다. 커먼즈 조직 활동은 먼 곳에 있지 않고 우리 주변에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여자의 수익이 아닌 기여이다. 

현대 사회에서 커먼즈가 갖고 있는 함의가 주목을 받으면서 처음에는 어떤 형태의 자원이나 재화를 일컫는 용어였던 커먼즈는 자원의 관리와 분배에 관한 기본 원리로 확대되고, 더 나아가 그러한 자원의 관리와 분배 원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치성, 문화적 특성, 민주성, 다양성, 사회성 등의 여러가지 가치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그러한 가치들이 사람들의 생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로 논의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커먼즈는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자원+공동체+일련의 사회적 규약이 결합된 시스템"이다.

시장 및 국가가 사회 조직화의 두 방식이라면, 커먼즈는 그와 병행하는 사회 조직화의 셋째 방식이다. 커먼즈 기반의 핵심은 개방적이고 참여적인 커먼즈이다. 커먼즈 조직활동을 먼 곳에 있지 않고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여자의 수익이 아닌 기여이다. 

예를 들어 리눅스를 보면 관여자 중 75%는 급여를 받지만 25%는 받지 않는다. (급여를 받지 않는 관여자들의 참여) 여기에는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지만, 참여 동기는 궁극적으로 공공의 선을 만들어낸다. 

커먼즈 공유경제는 시장에 기반한 교환이 아닌 관계나 가치에 기반한 교환...커먼즈와 공공부문의 파트너십을 통해 공공서비스의 커먼즈화 필요

공유경제는 유휴 자원을 재화나 가격에 기반하여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나 가치에 기반하여 교환하는 것이다. Airbnb, Uber, Zipcar 등 장비나 공간렌트 그리고 중간매개자가 끼어서 네트워크를 형성시키는 위계적 질서의 시스템은 절대 커먼즈의 조직도 아니며 공유경제라고 불러선 안 된다. 최소한 공유경제라고 한다면 자원을 공동체가 직접 관리하는 수평적 시스템이어야 하고 그 이익은 공동체가 동등한 위치에서 분배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래서 앞서 제시한 플랫폼이나 여러 공유경제로 포장한 업체(Airbnb, Uber 등)는 커먼즈 조직도 아니고 공유경제로 포장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공유경제의 미래는) 네트워크를 통해 만들어진 혁신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에 위치한 겐트는 더 나은 미래 도시를 위해 다양한 배경의 도시민들이 모여 핵심 전환 협의체를 구성했으며, 커먼즈와 전환적 사회혁신 네트워크가 꾸려진 도시다. 겐트는 공유경제에 기반을 둔 공공정책 제시를 통해, 도시 내 잉여자원을 적절히 재분배하는 공공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 참여를 늘려,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인구 30만명, 500여 개의 커먼즈가 있는 겐트는 커먼즈 활동가들에게 새롭고 중요한 지역이 되고 있다. 시민들이 자신과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시나 주정부가 지도하기보다는 커머너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기술과 도구를 공유하는 프로그램들을 공동창출하고 있다.

집단적으로 생산되는 자원의 가치는 인간의 활동의 결과이며, 사람들이 자원에 접근하고 그 자원을 사용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따라서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인정해야만 한다. 만일 사람들이 이 사실을 인식하기고 적절한 정책과 지원책을 만들어내기만 한다면 커먼즈는 도시를 위한 가치의 풍요로운 발생처로 간주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커먼즈와 공공부문의 파트너십 그리고 공공서비스의 커먼즈화가 중요하다. 

"커먼즈를 한국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까요?"

홍기빈 박사, 커먼즈 빠진 사회혁신은 텅빈 말...커먼즈에 대한 이해와 실제 도시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마련해야...이를 위한 활동가들의 역할 중요

토론자로 참여한 홍기빈 박사(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는 "커먼즈가 인류 역사와 더불어 함께 존재했다는 것에 공감한다"는 말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사회혁신에 '커먼즈' 개념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텅빈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혁신은 시작도 일반 시민들이 해야 되고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혁신의 결과로 어떤 생산물이 나왔을 때 그것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결과물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커먼즈의 개념과 연결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질적으로 아래로 부터 만들어지는 사회혁신 분야의 단체나 조직이 제대로 없기 때문에 실망스런 결과들을 낳고 있다"며 "물론 미래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 현재는 사회혁신이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판해 본다."고 말했다.

홍 박사는 "커먼즈 경제를 구축하고 확산을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이나 지원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교수(연구자)나 정책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일상 속에서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성실한 활동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커먼즈의 확산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첫째는 '커먼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 즉 '커먼즈가 무엇인가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필요하고, 두 번째는 이것이 21세기 실제도시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 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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