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파동, 우리가 밥상 차렸으니 정부는 역학조사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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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파동, 우리가 밥상 차렸으니 정부는 역학조사 해야
[라이프인 인터뷰] 생리대 유해성 문제 제기한 여성환경연대 고금숙 팀장 인터뷰...식약처는 피해센터 설치하고 역학조사 실시해야..면 생리대 사용 등 생활패턴 개선 필요
  • 2017.09.09 05:41
  • by 공정경 기자
여성환경연대는 9월 4일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시험을 진행한 김만구 교수도 최초로 의견을 밝혔다. 또한, 한 발언자는 이 자리에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나온 게 아니라 분노하고 질문하기 위해 나왔다며, 월차를 내고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기자회견을 하고, 어떤 제품이 유해한지 정부가 아니라 시민단체에 물어야 하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는 지난해 10월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에게 연구를 의뢰해, 10개 일회용 생리대 모두에서 발암물질을 포함한 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이 확인됐다는 시험결과를 3월 21일 발표했다. 시험결과 발표에는 업체명과 브랜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에 특정 업체와 브랜드가 노출됐고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특정기업과 연루돼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검출실험 업체명과 브랜드를 전체 공개하라는 여론이 일어났고, 여성환경연대는 시험결과는 이미 식약처에 넘겼으니 해당업체와 식약처에 문의하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식약처는 직접 조사한 결과가 아니고 연구방법을 신뢰할 수 없다며 발표를 미뤘다. 그러다가 지난 4일 식약처는 여성환경연대 시험결과를 공개했다. 현재 여성환경연대는 식약처에 생리대 전성분 조사와 건강역학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생리대 사태의 한복판에 서 있는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 고금숙 팀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하 인터뷰 전문.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 고금숙 팀장

공정경 기자(이하 공) : 생리대 관련 운동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고금숙 팀장(이하 고) : 2011년부터 대안생리대 운동을 했습니다. 지난해 말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올 집중사업으로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물질을 본격적으로 다루자고 했습니다. 생리대의 유해성 문제는 2014년 미국의 여성환경단체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가 피앤지(P&G) 생리대 등에서 발암물질이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우선, 저희가 지난해 10월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김만구 교수에게 생리대 연구를 의뢰했고, 일회용 생리대 10개와 면 생리대 1개, 총 11개 제품을 실험했습니다. 11개 모두에서 발암물질을 포함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방출된다는 실험결과를 받았습니다.

공 : 면 생리대에서도 나왔다는 건가요?

고 : 방수층(필름)이 들어있는 면 생리대의 경우 일회용 생리대보다 높은 수준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습니다. 하지만 빨아서 재사용하는 면 생리대의 특성상 한번 삶아서 빨았을 경우 이 유해물질이 99% 제거됐습니다.

공 : 얼마 전 실험결과 발표한 제품 중 제품명 하나가 새나가서 곤혹스러운 일을 당하셨는데요.

고 : 제품명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저희가 전 제품을 검사한 게 아니라서 조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험결과를 먼저 식약처에 전달했고 전수조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언론에 특정 브랜드가 나오는 바람에 곤혹스러운 일을 당했죠.

공 : 유한킴벌리 임원 한 분이 여성환경연대 이사로 계셔서 여러 가지 의혹들에 시달리셨죠?

고 : 언론사, 특히 경제지 같은 경우에 특정기업과 결탁해있다는 쪽으로 몰아갔어요. 특정제품을 저희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 제품이 유한킴벌리의 경쟁제품이라 그 제품명만 밝혔네, 김만구 교수 연구비를 유한킴벌리가 후원했네”부터 댓글에서는 “유한킴벌리 직원이 여성환경연대에서 일한다, 중소기업 죽이려는 거냐?” 등 시민단체로서 큰 상처가 되는 말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유한킴벌리 직원 연봉이 얼마인데 여기 와서 일하겠습니까. 연구비 220만 원도 소셜펀딩으로 모은 거고요.

생리대 관련 토론회 했을 때 패널이 5명이었습니다. 패널은 분야별로 구성되니, 기업체 관계자가 자리에는 보통 매출 1위 업체를 부르죠. 그럼 언론에서는 모든 업체를 다 불러야지 왜 유한킴벌리만 부르냐 그래요. 5명 패널인데 어떻게 모든 업체를 부릅니까. 그리고 업체들 다 모이는 기업간담회도 했습니다.


릴리안 생리대에 대한 부작용 목소리 높아...제조 공정과정 조사해야...생리대 사태는 시민단체가 먼저 나서서 유해성 조사한 것으로 비난받을 일 아냐

공 : 특정 제품이 릴리안 생리대인데 원래 문제가 많았나요?

고 : 1년 전부터 여성커뮤니티에서 많은 사람이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을 호소했습니다. 저희가 피해제보를 받자 빠른 속도로 3,009명이 제보를 했습니다. 릴리안 생리대 사용한 후 생리 출혈량이 줄고 생리불순을 겪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업체에서는 고분자 흡수체라 양이 줄어든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월경 기간이 7일이나 5일이던 사람이 3일로 짧아지는 등 두 가지가 같은 증상이 나타났거든요. 실제 특정 브랜드 제품을 사용했을 때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열 명, 스무 명도 아니고 100명이 넘어가면 이상한 겁니다. 설문조사 내용에는 다른 제품의 부작용도 몇 건 있었지만 릴리안과 같은 경향성은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릴리안이라고 하는 겁니다.

공 : 왜 릴리안 생리대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높게 검출됐을까요?

고 : 업체에서 직접 유해성 물질을 넣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접착제나 만드는 과정의 부산물 같은데 공정과정에 문제가 있는 거 같습니다. 공정과정을 조사하면 문제가 드러날 것 같아요.

공 : 공정과정을 조사해봐야겠네요. 식약처에서 할 일이 많은데 현재 어떤 상태인가요?

고 : 식약처가 할 일이 많죠. 식약처가 해야 할 유해성 검사를 시민단체에서 먼저 한 거잖아요. 그런데 처음부터 “너네 잘못됐어, 실험결과 믿을 수 없어” 이렇게 나오니까...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하는데 그 근거도 없어요. 식약처는 제품을 얼려서 가루로 만들어서 실험 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인체에 착용했을 때와 같은 조건으로 통으로 체온을 맞춰서 실험했습니다. 식약처는 실험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말만 할 일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험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해야죠. 위해성 평가를 하고 유해물질이 인체에 흡수가 되는지, 얼마나 흡수가 되는지 역학조사를 해야 합니다.

공 : 여성환경연대에서 조사한 업체명도 밝히고, 식약처 태도가 좀 변한 거 같은데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고 : 식약처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가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위원으로 끼워주지도 않습니다. 당사자라서 빠져야 한다면서요. 현재 참관인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공 : 여전히 답답한 상황이군요.

고 : 얼마 전 한국소비자원에서 업체 공정과정을 조사하고 싶다고 피해자 개인정보를 제공해달라고 했습니다. 피해자 제보 3,009명에게 정보제공 동의서를 돌렸고 동의 과정은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2,800명이 동의했고 이렇게 많은 분이 적극적으로 동의해줬다는 건 그만큼 무엇이라도 빨리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뜻입니다. 한국소비자원에 어제 정보를 드렸는데 방금 식약처에도 줬냐고 물어보네요. 식약처는 요청도 안 했습니다. 식약처에 한국소비자원이 움직이니 같이 협조해서 움직이시라고 얘기도 했거든요. 돈, 시간, 인력이 드는 일이니까 관계기관들이 협조해서 진행하면 훨씬 효율적이잖아요.


식약처, 전성분 유행성 평가와 전성분표시제 실시해야...피해센터 설치하고 역학조사 제대로 해야...안전한 생리대, 면 생리대 사용 등 생활패턴 바꾸는 것 필요

공 : 식약처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고 : 전성분 유해성 평가를 하고, 전성분표시제를 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위해성 기준치를 만들어 관리해야 하고요. 저희가 피해조사 한 건 역학조사 형식이 아닙니다. 피해센터를 만들어서 제대로 된 역학조사 형식으로 다시 조사해서 데이터를 모아야 해야 합니다. 이미 저희가 피해자 데이터를 모아놨으니 밥상은 다 차려 놓은 격이죠.

공 : 안전한 생리대란 어떤 것일까요?

고 : 일단 향 있는 제품과 팬티라이너는 사용하지 마시고요, 지금까지 사용하면서 부작용 없이 몸에 편했던 생리대입니다. 특히 자궁질환이나 질염, 생리불순이 있는 분들은 면 생리대를 추천합니다. 처음에 대안생리대로 면 생리대를 사용한다고 하면 극성맞게 별별 걸 다 하는구나, 요즘 같은 시대에 불편을 자초하면서 산다는 시선이 많았는데 요즘은 프레임이 바뀌어 면 생리대가 없어서 못 팔잖아요.

공 : 솔직히 저도 면 생리대를 써볼까 하다가도 쉽게 써지지 않아요.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나요?

고 :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아요. 면 생리대가 흰색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색깔 진한 제품으로 골라서 물에 반나절 정도 담가 놓거나 샤워하면서 찬물에 조물조물 핏물만 빼서 색깔 있는 옷과 같이 세탁하면 됩니다.

공 :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네요.

고 : 또 자신의 생활패턴도 고려해 고르면 좋습니다. 화장실을 자주 가기 어려운 경우 생리컵이 편하더라고요. 직접 사용해보니 한 12시간까지 괜찮았습니다. 깨끗한 물을 구하기가 어려운 나라에 살면 면 생리대를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깨끗한 물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 좋죠. 이런 점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한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과연 안전할까? 그 폐기물은 어떻게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가? 일회용 생리대보다 면 생리대가 안전하듯 내 몸과 지구를 위해서 일회용품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안전과 지속가능성, 이게 일회용이 아닌 물건이 가지는 미덕입니다.

공 : 바쁘신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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