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DDT’와 우리생협○○점 ‘직원해고’건으로 본 ‘프레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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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DDT’와 우리생협○○점 ‘직원해고’건으로 본 ‘프레임 경쟁’
<라이프인'창'>달걀 살충제 파장으로 파생되고 있는 생협 진영에 대한 공격과 내부 경쟁을 보는 시각
  • 2017.08.23 19:34
  • by 강찬호
우리생협 상왕십리역점 전경(출처 우리생협 홈페이지) 최근 이곳에서 근무하던 매장 직원이 부당해고로 해당 대표를 제소했다. 달걀 살충제 파동 이후 생협에 대한 지적과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할까.

달걀 살충제 파동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해관계 때문이다. 방어를 해야 하는 곳도 있고, 위기를 기회로 삼는 곳도 있다. 무임승차를 하는 곳도 있다. 프레임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8월23일자 SBS 취재파일은 “‘모두가 함께 잘살자’던 생협...직원에게는 해고와 감시”라는 제목으로 ‘A생협’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생협은 후발주자로 최근에 빠르게 성장했고, 전국에 70여 개 지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기사는 성동구 지점에서 근무했던 두 명을 익명으로 인터뷰했고,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해고를 당한 경우와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며 노동부에 제소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언급하기에 앞서, 앞부분에서 생협을 소개하고, 한국에서 대표적인 생협은 한살림과 아이쿱이라고 언급했다. <라이프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A생협’은 ‘우리생협’으로 확인됐다. 해당 매장은 ‘우리생협 상왕십리역점’매장이었다. 우리생협 홈페이지에는 ‘우리생협 전국지점’이라는 코너에, 우리생협 상왕십리역점(생산자직거래매장)으로 표기되어 있다.

SBS 보도, A생협 매장의 부당 노동행위 지적...취재결과, 우리생협 상왕십리역점 해당...생협 VS 비생협 등 '프레임 경쟁' 양상 

해당 기사는 ‘A생협’매장의 사례를 통해 일반적으로 생협이 표방하는 가치가 매장 등 노동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제소를 한 당사자들의 노동의 권리가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런데 이 기사는 자칫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기사 제목부터가 ‘생협’으로 거론하고 있다. 기사 내용에서도 ‘A생협’으로만 거론하고 있다.  ‘우리생협’으로 특정해서 거론하지 않았다. 독자들은 어떤 인상을 받거나, 판단을 하게 될까.

최근 달걀 살충제 사건은 보다 안전한 곳을 찾아 나서는 소비자들에게 생협에 대한 선호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살림 DDT 검출이나, 이번 기사처럼 ‘우리생협’의 사례를 통해 생협이 표방하는 것과 실제가 다를 수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서 체념을 안겨줄 수도 있다. 결국 달걀 살충제 사건은 또 다른 측면에서 ‘프레임 경쟁’을 야기하고 있다. 달걀 파동의 이익, 이해관계를 토대로 이러한 ‘프레임’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이 기사는 생협과 비생협의 프레임이다. 생협은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를 판매하고 소비자와 생산자 간에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상생, 공동체를 지향하는 생협에서 부당해고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제기되는 것을 통해 생협을 비판하고 있다. 일반화의 오류로 생협 전체가 매도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생협계에서는 ‘우리생협’의 사업 확장 방식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제기해왔다. 우리생협 개인사업자 매장에 대해 ‘유사생협’혹은 ‘무임승차’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생협계에서는 생협법 상 개인사업자에게 ‘생협’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위법이라고 입장을 견지해왔다.

우리생협은 생협의 대중적 확장이라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며 생협 명칭을 사용해왔고, 해당 건에 대해서 소송을 통해 다투고 있다. 당분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 사안은 ‘유보’된 채로 놓여 있다. <라이프인>은 이 사안을 취재해 보도한 바 있다. 생협계 내부에 여러 스펙트럼이 있고, 정체성 논란 외에도 ‘생협이냐, 아니면 유사생협이냐’를 놓고 입장이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생협들이 ‘우리생협’의 사안이 전체 사안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생협 측은 해당 매장이 개인사업자 매장으로 본사 직영이 아니라고 ‘선 긋기’에 나섰지만, 외부의 시각에서는 ‘생협 대 비생협’의 구도로 볼 가능성이 높다. 프레임 때문이다.

한살림 DDT 검출 건과 우리생협의 해고 사건은 어떤 프레임을 형성하고 있는가

다른 측면의 프레임 설정도 가능하다. ‘친환경 인증’과 ‘무임승차’이다. 친환경 인증은 기존 물품 대비 건강과 안전에 대한 좀 더 높은 사양을 의미했다.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에서 ‘친환경’인증 물품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이유였다. 생협과 같은 친환경 전문매장 등도 더 높은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달걀 파동에서는 친환경 인증에도 구멍이 뚫렸다. 친환경 인증 달걀 생산 농가에 대한 부실인증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물품이라고 해도, ‘친환경’으로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대형마트 등 판매대에서 친환경 인증이 붙어 있는 물품들에 대해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유기농이나 친환경 등 환경과 먹거리 안전에 대한 높은 기준을 유지해 온 진영에서도 비슷한 불똥이 튈 수도 있는 나쁜 상황이 됐다. 일반 소비자들의 눈에는 일반 유통과 생협 등 친환경 전문유통의 차이를 알 수 없고, 설령 안다고 해도 불신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 ‘생협’의 명칭 사용이나 친환경 인증에 ‘무임승차’해 온 이들로 인해, 기존 생협들이 어려워지는 것은 앞서 프레임과 유사하다.

동시에 ‘생협’내부에서의 프레임 경쟁도 있다. 생협은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등 일반 유통에 대한 불신의 대안으로 형성된 또 다른 시장이다. 생협은 안전과 건강, 환경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동의하고 신뢰를 보내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정된 시장, 즉 거래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기존 시장에서의 유통보다 더 높은 사양을 유지하고 있고, 각 생협 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자신의 시장, 즉 조합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달걀 파동에서 각 생협들은 대부분 살충제 성분이 불검출되면서 기존 시장보다 안전지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선 보였다.

그런데 생협에서 가장 많은 조합원 수를 확보하고 있는 한살림에서 살충제 성분인 DDT가 검출되면서 이러한 신뢰가 깨지기도 했다. 한살림 조합원들은 내부에서 충격을 받아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내부 단속을 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합원의 불신이나 이탈을 막기 위한 여러 징후나 노력일 수 있다. 아이쿱생협이나 두레생협 등 다른 생협들도 혹시 모를 조합원들의 불안에 대비해 ‘조합원 공지’등을 통해 불검출 사실을 알리며 내부 대응에 나서고 있다. 생협은 생협 간 경쟁과 협동을 통해 생협계(界)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생협계 내부의 이해관계가 작동한다. 한살림의 DDT 검출은 생협계 전체에 ‘생협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을 더하는 부작용과 함께, ‘우리는 안전하다’는 내부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 그 형태의 하나가, ‘독자인증’경쟁이다. 생협 외부나 생협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한 대안으로 내부적으로 자체 인증 혹은 독자인증을 통해 별도의 신뢰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생협계 내에서 ‘우리는 다르다’라는 차별화 ‘프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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