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아내가 다시 고국으로 돌아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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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아내가 다시 고국으로 돌아간 이유는?
공정경 기자가 만난 사람들 / 경남교육연구정보원 황선준 원장(1)
  • 2017.04.25 14:57
  • by 공정경
황선준 원장은 스웨덴에서 20년 가까이 전문상담사로 경력을 가진 부인이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결국 고국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이라고 말했다.

라이프인은 해외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경험이 있는 분들과 만나 ‘다름’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국과 외국의 소소한 일상부터 제도까지 종횡무진으로 수다 떨다 보면, 더 나은 사회로 갈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요?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경남교육연구정보원 황선준 원장입니다. 황 원장은 유학생으로 건너간 스웨덴에서 27년 동안 교수 및 교육공무원 간부까지 역임했고, 스웨덴 여성과 결혼하여 세 자녀를 두었습니다. 2011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황 원장과 복지, 교육, 협동조합으로 명성 높은 스웨덴과 한국의 다름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스웨덴에서 20년 전문 상담사 경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일자리 못 찾고 되돌아간 아내

공정경 기자(이하 공) : 레나 황(황선준 원장의 부인)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직장은 바로 잡으셨나요?

황선준 원장(이하 황) : 바로 잡았어요. 스웨덴에서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 중의 하나를 하게 됐어요. 스웨덴에서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아시아 난민의 아이 중 부모 없이 오는 아이들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돌봐야 해요. 아내가 하는 일은 지자체에 온 이 아이들의 생활과 정신적·심리적 상담을 해주고 고등학교까지 교육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에요. 그러면서 보고서도 쓰고요. 스웨덴으로 돌아가서 한 달 정도 쉬었다가 바로 다시 직장을 잡았어요. 스웨덴 중학교에서 20년 가까이 전문상담사로서 쌓아온 노하우라든지, 연구역량이 있으니까 직장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아요. 

공 : 레나 황이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간 이유는 뭐죠?

황 : 2015년 6월, 아내가 한국에서 저랑 같이 살려고 왔어요. 부부가 떨어져 있으면 좋지 않다고 해서 그쪽 직장 다 그만두고 왔지요. 이쪽에 직장을 구하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전문상담사인데도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물론 언어적인 문제가 있죠. 자기 나름대로는 한국어 공부 열심히 했어요. 창원대 다니면서 한국어도 배웠고 일상생활의 언어는 어느 정도 이해도 소통도 됐는데, 직장을 구하는 것은 상당히 제약이 많았어요. 박사학위가 있느냐, 한국에서 경력이 있느냐, 이런 여러 가지 형식적인 요구사항과 조건들이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힘들어서 포기하고 가버렸어요.

공 : 굉장히 안타까운... 그런데 원장님은 스웨덴에서 직장을 잡으셨잖아요.

황 : 저한테는 안타깝지만... 이런 상황을 보면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해요. 성인이 돼서 외국어를 배우면 아무래도 모국어처럼 구사하기가 어렵잖아요. 저도 스웨덴에서 살 때 절대 스웨덴어를 완벽하게 한 사람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러면서도 대학에서 강의했고 공무원으로 감사원에서 근무했고 국가교육청에서 간부로 있기도 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내를 계약직으로도 받아주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왕따나 학교폭력 전문상담은 꼭 필요한 분야의 전문지식이잖아요. 스웨덴이나 북유럽 같은 경우에는 우리 집사람 같은 전문 상담사들이 학교 교장과 선생님들이 힘을 합쳐 왕따, 학교폭력을 거의 없애버렸어요.

스웨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리나라엔 아직 왕따와 학교폭력이 많아요. 그쪽에서는 아주 미미한 걸 가지고도 “왕따다, 학교폭력이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그 정도가 상당히 거친 거예요. 그런데도 아내가 20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우리나라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면에선 굉장히 안타깝죠.
 

저출산 극복하려면...가족 중심의 복지 구축 기반 위에 공동육아, 공동가사 이뤄져

공 : 아까 원장님 책상에 스크랩된 기사를 보니까 '저출산이 문제다, 가사분담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던데요.

황 : 우리가 저출산 문제를 잡으려면 스웨덴에서 1930년대부터 해왔던 일을 해야 합니다. 1930년대 스웨덴은 출산율이 너무 낮아서 발칵 뒤집혔어요. 낮은 출산율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많은 정책이 가족 중심의 복지에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공립유아학교, 아동수당, 무상교육 등의 제도들을 만들어 냈지요.

그러면서 남자든 여자든 밖에서 다 일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공동육아, 공동가사가 되고...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자기의 성취욕을 달성하려면 남녀가 집에서 가사를 분담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그걸 스웨덴은 이미 1930년대 저출산 문제가 나라의 미래와 관련된다며 이런 복지들을 펼치기 시작했어요. 

복지가 얼마만큼 잘됐느냐, 복지가 얼마만큼 좋아지고 나빠지느냐에 따라서 출산율이 높아지고 낮아진다는 것은 연구를 통해서 알 수 있어요. 출산장려금 몇 푼으로 출산율 올린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우리나라는 너무 살기가 힘듭니다. 청년실업률이 너무 높습니다. 공식적으론 11.3%라고 하지만 체감실업률은 24%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청년들이 직장도 제대로 없으니까 결혼할 엄두도 못 내고 집도 못 구하고 그렇죠?

그런 데다 나중에 아이 낳고 키우고 유치원 보내고 학교 보내고 이 모든 것들, 돈이 엄청 들지요? 또한, 가사와 육아를 부부가 분담하지 않으니 여성들이 결혼하고 나서 출산하면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향이 많지요? 그러다 보니 아이를 안 낳는 거잖아요. 이런 모든 문제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완을 해줘야 해요. 출산 문제가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존폐와 관련된 문제가 됐잖아요? 여성들이 육아와 직장을 병행할 수 있게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줘야 여성들도 직장을 다닐 수 있잖아요. 동시에 ‘남자와 여자가 육아를 분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동육아 공동가사를 해야 한다’ 그런 얘기에요. 이게 안 되면 출산율 안 높아져요.

황선준 원장 집무책상에 놓여 있는 신문 스크랩. 황 원장은 매일 아침 근무시간 1시간 전 주요 일간지와 지역 신문을 꼼꼼히 읽고, 중요한 기사는 꼬박꼬박 스크랩해둔다고 한다. 신문 읽는 테이블에는 스크랩한 기사가 가득했다.

공 : 그런데 이게 다 연결돼 있잖아요. 먼저 복지가 되고, 그다음 여성이 일하고 싶을 때 괜찮은 일자리들도 열려야 하고... 지금은 다시 일하려고 해도 본인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요.

황 : 그렇죠. 지금 한국 여성들 일자리 경향을 보면 M 곡선을 그려요. 20~30대,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후엔 취업률이 높았다가 결혼하고 출산하면 낮아져요. 40대 중후반, 아이를 키우고 나서 일이 하고 싶어서 다시 밖으로 나갑니다. 그 시기에 다시 이렇게 올라가는데, 이때 이 직장이 대학에서 전공한 것과 관련이 있냐? 거의 없어요. 대체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향이 많아요.

그래서 가만히 보면 우리나라는 왜 여성들을 이렇게밖에 취급하지 못하는가? 초중고대학까지 대체로 여성들이 남자들보다 성적도 10%p 이상 좋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여성들을 집에서 집안일을 한다든지 아이를 키우는 그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런 얘기에요. 직장에 들어가서도 문제가 많잖아요. 유리천장이 있다 보니 승진에서 여성들이 어느 선 이상으로는 못 올라가는 거죠. 앞으로 엄청나게 큰 변화와 발전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 교육 때문에 왔지만, 어떤 면에선 한국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바로 찾게 하려고 왔다고 봐도 됩니다.

공 : 아휴, 그렇게 생각하면 과연 가능할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한숨)

황 : 시간 좀 걸려요. 시간이 걸리죠.
 

시간 걸리더라도 신뢰 쌓아가는 과정 중요...복지와 시민성 제고의 선순환 고리로 앞으로 나아가야...미래사회와 복지국가에 대한 비전과 이를 이루기 위한 정치인의 역할 중요

공 : 현재 이 상황에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답답해요.

황 : 풀 수 있어요. 육아정책 바로 펴야 하고. 육아정책이라 하면 공립유아학교(단설, 병설 유치원) 대폭 늘려야 하고, 부모가 내는 비용은 최저로 하고 국가가 이제 유아교육의 대부분을 부담해야 합니다. 교육도 중학교까지 무상인데 재원이 되면 고등학교, 나아가 대학교육까지 무상으로 해야 합니다. 교육비에 이렇게 돈이 많이 들면 결국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교육경력을 제대로 못 쌓게 돼 있어요. 그런 것들을 북유럽 국가들은 다 없앴거든요. 모두가 원하면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놨어요. 학비라는 게 없어요. 대학도 대학원도 완전 무상이에요.

우리가 당장 그걸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시민과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복지를 통해 신뢰를 높이고 이것이 또 시민성을 높이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다시 복지를 높이고...이런 형식으로 우리나라도 앞으로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하지 않느냐 저는 보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입니다. 중산층이 몰락했습니다. 소수에 의한 부의 집중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크게 세 가지 때문에 일어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엄청난 소득 차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엄청난 소득 차이, 그리고 자본소득과 노동소득 사이의 엄청난 차이. 이러한 차이가 복합적으로 일어난 것이 우리나라의 양극화입니다. 현재 대통령 선거로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거의 모든 후부가 "양극화를 줄여야 한다. 공정한 사회로 가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또 "그런 사회로 가면 내가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는 국민이 65%나 된다고 합니다. 희망이 보인다 할 수 있죠.

황선준 원장은 스웨덴과 같은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복지에 대한 신뢰를 쌓는 과정이 중요하고, 이를 위한 정치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를 이렇게 이끌어나가야 하는 게 정치인데 세금 올리지 않겠다는 공약이 나오는 게 어떤 면에서는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을 제대로 못 보고 있는 거죠.

공 : 그렇죠. 세금 더 내게 하겠다는 정치인은 거의 없잖아요.

황 : 65%나 되는 국민이 세금 더 내겠다 하는데도 정치가 수용을 못 하는 상황이니깐.
     세금 더 내기 운동 같은 거 하고 그래야 할 거 같아요. ㅎㅎ

공 : 세금 더 내기 운동 ㅎㅎ

황 : 국민세금 더 내기운동 총본부 이런 거 만들고 ㅎㅎ

공 : 대기업도 법인세를 제대로 내야 신뢰관계가 쌓일 거 같은데요. 법인세도 안 올리겠다, 개인 세금도 안 올리겠다 하니까.

황 : 복지국가가 형성되려면 적어도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해요. 하나는 복지를 위해 세금을 내야 할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복지국가 절대 못 돼요. 특히 고소득자들, 기업들이 기여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탈세하려고 노력하면 복지국가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복지혜택을 받아서는 안 되는 분들 즉 자격이 안 되는 분들이 예를 들어 가짜서류를 만들어서라도 복지혜택을 받으려고 하면 복지국가가 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런 사회는 아직 복지를 위해 성숙한 사회가 아닙니다. 복지문제는 그래서 시민성과 크게 관련이 깊다 할 수 있죠.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게 정치입니다. 신뢰를 쌓으며 복지를 하나하나 늘리는 그런 형태로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야 해요. 

기업들도 어려운 점이 있겠죠. 법인세가 외국과 비교해서 높으면 경쟁력이 떨어지잖아요. 굉장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소득세를 더 낼 것인가? 법인세를 더 낼 것인가? 간접세를 더 낼 것인가?..’ 그런 고민 하면서 실현해가야 해요. 현재 간접세를 올릴 여력은 있습니다. 그런데 간접세를 올리면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봅니다. 복지라는 것이 ‘경제민주화’만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세금을 통해서 복지를 하나하나 늘리면서 신뢰를 높이고 시민성을 높이고, 그렇게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합니다.

공 : 스웨덴도 그런 과정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황 : 2차 대전 이후에 그렇게 했어요. 복지 틀은 그전에 잡혔다 해도, 복지가 확 확대된 건 2차 대전 이후에 1940~60년대에요.

공 : 당시 신뢰를 높여 나가는 과정에서 분명히 국가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만큼 잘했기 때문에 높아진 거겠죠?

황 : 그렇죠. 세금을 더 냈는데 그 세금이 어디로 술술 새버렸다면 국민이 세금을 안 내려고 하죠. 세금을 냈는데 복지라는 혜택으로 되돌아 왔을 때, ‘아! 유아교육 좋아졌다. 공립유치원 많이 생겼다. 아이들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교육도 상당히 많이 달라졌네. 저렇게 하니까 참 좋네. 나뿐만 아니라 가난한 우리 이웃도 공부하는 데 참 좋아졌다.’ 고 직접 느낄 때 세금을 내려 하는 의지가 높아진다는 거죠. 그게 안 되고 세금을 내라 하는 건 말도 안 되고.

공 : 그건 도둑놈이죠. 

(편집자 주_황선준 원장과 인터뷰는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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