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농장'으로 닭 진드기 퇴치 안 돼..도발적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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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농장'으로 닭 진드기 퇴치 안 돼..도발적 문제제기
['식품안전시스템 재구축을 위한 방안과 과제' 긴급토론회] 김재홍 교수, 닭 진드기 제거는 독자 처방해야...동물복지농장 도입은 동물복지 차원에서 확대...곽노성 교수, 기록관리 의무화 제도 필요
  • 2017.08.23 11:37
  • by 공정경 기자

살충제 달걀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살충제 오염 달걀 사태를 계기로 본 식품안전시스템 재구축을 위한 방안과 과제' 긴급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오제세·전혜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정덕화 대한민국 GAP연합회장,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곽노성 전 식품안전정보원장,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김태민 식품법률연구소 변호사,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총장, 오정완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축수산물정책과 과장, 김상경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과장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서는 이번 살충제 오염 달걀이 어떻게 유통됐는지와 식품안전시스템 강화를 위한 과제와 대응방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동물복지농장이 닭진드기 해결의 답은 아니다?

먼저 발표에 나선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환경친화형 농장이 닭진드기 해결의 답은 아니다"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방사형 사육을 도입하면서 닭진드기 발생률이 약 13% 증가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밀집사육을 하면 질병발생 시 피해가 크고 대처가 어려울 수 있지만, 밀집사육 자체가 진드기 발생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닭진드기는 방사형 계사 구석 곳곳에도 밀집해 살기 때문이다.

"닭진드기 대응에는 왕도가 없다"며 "천적 진드기를 이용하는 생물학적 살균제, 올바른 화학적 살균제 사용, 45도 이상의 온도에서 소독, 닭 혈액 내 진드기 항원에 대한 항체 형성을 위한 예방약 개발, 규조토 등 총체적으로 돌아가야 닭진드기 퇴치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싫든 좋든, 동물복지농장(cage-free)은 세계적 대세이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닭 진드기 서식 밀도 감소 효과와 무관하게 동물복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정부는 닭진드기 퇴치기술 연구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 사육농가에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사육농가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참여정부에서 시작한 식품안전시스템 혁신을 이번에는 완성해야...식품사고시 컨트롤타워 명확히 해야...'기록관리 의무화' 통해 추적조사 가능해야

곽노성 교수(전 식품안전정보원장)은 현행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의 혁신을 주장했다.

곽 교수는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을 지난 2005년 발생한 말라카이트 그린 사태와 비교하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왜 같은 패턴의 문제가 발생하는지 물었다. 그동안 식품안전 시스템이 외형적 변화는 있었으나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도적으로는 식품안전기본법 제정, 총리를 위원장으로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설치, 위해성 평가와 기록관리 의무화, 식약청이 식약처로 승격돼 현재의 식품안전 관리는 총리실 산하 식약처로 일원화됐다. 하지만 유명무실한 식품안전정책위원회와 개별법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식품안전기본법, 식약청 시절과 별 차이가 없는 업무방식, 친환경과 HACCP 인증을 무조건 늘려야 한다는 관성적 정책으로 실질적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곽 교수는 송학식품을 예로 들며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왜 그 대책이 HACCP 인증 확대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 친환경인증제품을 과연 해외로 수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곽 교수는 "식약처는 농수산물 안전성조사 권한이 있지만, 계획은 식약처에서 현장집행은 농식품부와 해수부에 위탁한 채 손을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식품안전기본법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이 법률상 컨트롤타워로 규정돼있는데, 사고 대응에서는 총리만 보이고 국무조정실은 보이지 않았다"며 "현재 식품안전 컨트롤타워 부재가 가장 큰 문제이고 식품사고 시 긴급대응을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가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무실화된 긴급대응 규정과 컨트롤타워로서 식약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무조정실 중심 긴급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식품안전시스템 강화 방안으로 생산 현장 관련 소통 및 조사 강화, 기록관리 의무 전면 도입 및 이력관리제 통합, 국민 시각에서 식품기준규격 정비를 들었다.

생산 현장 관련 소통 및 조사 강화의 구체적 방안으로는 ▲농어민 단체 포함 잔류기준 협의체를 구성해 현장 상황을 반영 ▲생산단계 안전성조사에 대한 부처 간 역할 분담 재정립하되 애초 업무분장이 작동하도록 총리 훈령으로 정리 ▲생산단계 등 식약처 단독 추적조사권한 부여, 부처 간 합의 늦어지면 우선 특별사법경찰 활용 통해 조사 등을 제시했다.

곽 교수는 "추적조사의 기초인 기록이 중요하고 식품안전기본법을 통해 기록관리 의무화를 도입하려 했으나 무산되었다"며, "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모든 식품사업자에게 기록관리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력추적 목적이 회수인데 부처, 품목, 유형별로 파편화된 현재의 이력추적제도로는 어렵다. 단일 법률로 통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식품사업자가 안전기준을 지키려면 해당 기준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해당 기준이 없을 때는 전문가도 명확히 알기가 어렵게 돼 있다"며 "선진국처럼 해석의 여지 없이 모든 기준치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식품품규격기준을 시행규칙 이상으로 격상시키는 법률개정안과 식품안전관리 일원화를 위한 식품표시법안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라며 조속한 심의를 부탁했다.


원천적 농업구조의 청산 없이는 제2의 살충제 달걀 사건은 내년, 내후년에도 끝없이 터져 나올 것이라 확신

하상도 교수(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는 사료나 가축에 대한 생산자들의 살충제 항생제 오남용과 안전성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며 "그간 우리 양계농가에서 살충제 사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수차례 제기됐음에도 정부가 사실상 방치해 왔고 2016년 국정감사, 올 4월 한국소비자연맹의 토론회 등 미리 경고가 있었으나 제때 대응하지 못해 화를 키운 것이다"라고 질책했다.

하 교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불법적 살충제 오남용'이지 '위해성 문제'가 아니라며 정부의 전형정인 위험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 위기 시 시민과 소통하는 체계) 실패라고 말했다.

또한, 1970년대 농업 개념을 빨리 벗지 않으면 이런 사태는 계속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즉, 우리나라는 농업을 산업이 아니라 많은 보조금 지원과 보호의 대상인 애국자로 생각해 단속이나 처벌은 꿈도 못 꾸는 예외 무법지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하 교수는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 현재의 농업환경에서 안전성 확보와 프리미엄 제품개발,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과 연구, 농가들 간의 경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반문했다.

하 교수는 "우리보다 물가가 몇 배나 비싼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농수축산물의 가격은 국내에 비해 훨씬 싸고 품질/안전 등의 가치도 높아 보인다"며 "우리나라는 가치 대비 세계 최고의 가격인 국내산 식재료를 사 먹고 있는 소비자들만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그는 "원천적 농업구조의 청산 없이는 제2의 살충제 달걀사건은 내년, 내후년 끝없이 터져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며 마무리했다.

김순복 사무총장(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축산법상 직접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는 지자체의 직무유기도 빼놓을 수 없다"며 각 지자체 소속의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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