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는 ‘락(Rock,樂)’과 함께 춤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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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는 ‘락(Rock,樂)’과 함께 춤 췄다
11살 딸과 동행한 구례자연드림파크 락페스티벌 참여기
  • 2017.08.22 22:06
  • by 강찬호
김경호는 한 시간 가량 진행된 공연에서 최고의 무대 매너와 열정을 보여주었다. 모든 것을 보여 주겠다고 했고, 그렇게 했다.

구례자연드림락페스티벌은 ‘락(樂)’이었고, ‘락·페’(락페스티벌)이었다. 락페 현장 곳곳에 ‘사람꽃’이 피었다. ‘비어락’(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판매되는 수제맥주)을 손에 들고, ‘구례락’을 즐겼다. 구례락페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페스티벌이었다. 구례락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참여하고 즐기는 대중적 락이었고, 독특한 구례만의 락이었다.

2017년8월19일(토) 오후4시 구례에서는 제3회 구례자연드림락페스티벌(이하 구례락페)이 구례 자연드림파크 일대에서 진행됐다. 1만여명의 인파가 운집해 락페를 즐겼다. 구례 자연드림파크는 젊음이 떠난 농촌의 현장에서 젊음을 다시 불러내는 현장으로 기록되고 있다. 구례 자연드림파크는 친환경식품클러스터로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에게 다양한 식품을 공급하는 생산 ‘공방’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자연드림파크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구례 지역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던 젊은이들에게도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친환경식품클러스터이다. 곳곳에 공방들이 들어서있다. 식품 공장이 아닌, 공방을 지향하고 있다. 그곳 현장 곳곳에서 구례락을 즐기는 '사람꽃'이 피어났다.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는 자연드림파크 락페스티벌을 통해 젊음의 구례를 드러낸다...다양한 세대의 표정이 살아있는 구례 락페는 구례락만의 특징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구례락페는 특별하다. 농촌에서 락페는 돌발적인 발상이다. 촌로(村老)들이 머무는 농촌에서 락페를 벌인다는 발상 자체가 가능할까. 누구의 발상일까. 구례락페는 그래서 엉뚱하다. 농촌의 촌로들과 락을 즐긴다는 것인가. 아니면 물리적인 공간의 이동으로 장소만 빌린다는 것인가. 구례락페는 이제 3회째다. 어떤 평가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있는 그대로 반응해보자. 짐작컨대 구례락페는 자연드림파크의 어떤 정신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젊음이 돌아오는 농촌이 되려면 말과 구호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떠나지 않고 머물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일자리는 필수이다. 일자리로만 될까. 일자리와 함께 이곳에서 삶을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과 문화들이 형성되어야 한다. 구례락은 그런 정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지리산 자락의 농촌 한 구석에서 젊음을 상징하는 락페를 개최하는 것은 그런 도전의 상징이다.

구례락페는 구례만의 독특함을 만들어가고 있다. 모든 세대가 어울리는 '세대공감형' 락페의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구레락페의 표정은 독특하다. 어린아이부터 십대, 이십대, 삼십대, 사십대 그리고 그 이상의 중년과 노년들의 모습도 보인다. 겉모습과 표정만 보면 구례락페는 ‘세대공감형 락페’이다.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꽃의 표정이 만들어진다. 온 가족이 손을 잡고 와서, 락페를 즐기는 모습은 오히려 낯설고 이상할 정도이다. 통상 락페는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마 구례락페는 앞으로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이 지점에서 독특한 평가를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구례락, 구례락페는 농촌에서 젊음을 되찾고자 하는 희망과 열정의 산물로서 시도되고 있는 도전이고 모험이다라고 전제하고 락페 현장으로 들어갔다.

하늘도 함께 한 특별한 구례락...관객도 열정적으로 호응...참가 뮤지션들 끼와 열정 다 토해내

이날 락페는 오후4시부터 10시30분까지 진행됐다. 총 8팀이 출연해, 6시간 30분 동안 공연했다. 출연팀별로 30분씩 공연했고, 7번째 출연한 김경호와 8번째, 마지막 순서로 참여한 YB(윤도현밴드)는 각각 1시간 이상 공연했다. 한 동안 선선했던 날씨가 이날 오후는 매우 더웠다. 비도 내릴 듯 말 듯 오락가락했다. 관객들은 우비나 우산을 챙겼지만,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잠시 우산을 펼치다가 곧 접었다. 비는 조금 내리다 말고 그쳤다. 모든 공연은 날씨의 방해를 크게 받지 않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윤도현밴드가 앵콜을 받으며 마지막 곡으로 ‘꽃비’를 부르자, 마치 사전에 각본을 짠 듯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연이지만 놀랍다. 공연은 깔끔했다. 뮤지션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무대를 선 보였다. 관객들도 함께 호응하며 페스티벌을 즐겼다. 3회째를 맞아 행사 운영과 진행도 안정적이었다. 앞 순서로 마르멜로, 소울엔진, 신현희와 김루트가 출연했다. 특히 신현희는 맘껏 끼를 부리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들 표정이 웃고 있어요. 어머니, 아버님 소리 질러 주세요. 제가 짙은 향수를 뿌려서 인지 자꾸 왕벌이 저한테 와요. 무서워요.” 애교, 앙증 그리고 그 만의 카리스마가 끼로 드러났다. 야외무대, 라이브에서만 볼 수 있는 현장감이었다. “오빠야....너를 좋아하고...나를 좋아하고..” 관객과 하나가 되어 모두 함께 곡을 불렀다. “행복하신가요? 앵콜 곡으로 ‘왜 때려요, 엄마’를 부를께요.”

올해로 32년째를 맞고 있는 락 그룹 부활. 10대 보컬 김동명을 열정적으로 노래했다. 기타리스트 김태원은 구례가 멋진 작전을 시작했다며, 앞으로를 기대했다.

이어진 무대는 부활. 올해 32년째인 부활의 무대에 관객들은 함께 호응했다. 10대 부활의 보컬 김동명은 열정적으로 노래했다. “이 무대에 처음인데, 관객들의 열정이 대단합니다. 음악 하는 사람들보다도 더 열정적입니다.” 기타리스트 김태원도 마이크를 잡는다. “구례 락페스티벌은 엄청난 작전입니다. 시작한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구례 락페스티벌 파이팅”
부활에 이어 5번째로 출연한 그룹 ‘스컬&하하’는 락페의 변주였다. 하하는 “인지도는 있는데 인기가 없다. 오늘은 1위였으면 좋겠다. 우리는 ‘레게’ 가수다”라며 팀을 소개했다. 하하와 스컬은 맘껏, 열정적으로 레게 무대를 펼쳤다. “여러분들을 편파적으로 좋아한다. 제가 기분 좋을 때 하는 말입니다.” 무대에 선 뮤지션들이 맘껏 무대를 즐길 때 관객들도 그 매력에 흠뻑 빠진다. 재밌고 멋진 무대를 선 보였다.

하하는 레게음악을 선 보였다. 락페의 변주였다.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그는 예능인이지만, 뮤지션이었다.

그리고 말이 필요 없는 무대로 이어졌다. 이날 락페에 11살 딸과 처음 참여했다. 차량으로 3시간 반 가량 이동해, 락페 현장에 도착했다. 1시쯤 도착해 자연드림파크 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미 행사장 곳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곳을 찾고 싶었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는 것으로 더위를 달래야 했다.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체험부스와 판매부스를 둘러봤다. 체험부스 중 ‘Non-GMO' 캠페인 코너에 참여해 인증샷도 찍고 컵 팝콘도 받았다. 구례 농민들이 판매하는 판매코너에서 ‘산수유 식혜’ 한 컵을 구입해 딸과 나눠 마셨다. 점심을 듬뿍 먹은 참이어서, 양으로는 더 먹을 수가 없었다. 곳곳에 펼쳐 있는 먹거리 코너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유혹’을 포기해야만 했다. 공연 시간까지는 1시간 정도 남았다. 파라솔에 자리가 비어, 그곳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사람구경을 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3시30분이 되자, 사전 행사가 진행됐다. ‘유료존’인 락페 행사장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은 상태여서, 먼발치서 행사진행이 스피커를 타고 들려왔다. ‘견우와 직녀를 찾아라’라는 순서로, 참가자들 중 다섯 커플을 불러내, 서로 소개하고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중 최종 한 팀이 견우와 직녀 커플로 결정 나고 선물을 받았다. 사회자는 ‘안심먹거리 생산 공방에서 생산한 먹거리가 경품으로 제공된다’라고 소개했다.

Non-GMO 캠페인 체험부스에 들러 체험도 하고 팝콘도 받았다.

딸과 '‘Non-GMO' 캠페인 인증샷 찍고...본 공연에 딸은 6시간이나 스탠딩 무대에서...작년보다 진행 깔끔해 호평

공연 시작 10분 전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락페를 즐기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돗자리도 준비하지 못하고 갔다. 딸이 현장에서 판매하는 작은 매트를 구입해와 같이 앉았다. 이미 자리는 빼곡하게 채워져서 무대와 멀리 떨어진 곳에 ‘끼워앉기’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옆자리는 거제도에서 온 양경숙 거제아이쿱 조합원 가족이 함께했다. 초면이라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곧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올해로 3회째 락페 방문이라고 했다. 초등학생 3학년 윤서연 어린이, 중학교 2학년 아들, 남편이 함께 왔다. 거제에서 2시간 정도 걸려서 왔다. 일박하는 일정으로, 숙소는 지리산관광호텔에 잡았다고 했다. 락페 참가자들은 10퍼센트 숙박 할인이 적용된다. 축제 관람 후 지역에 머물면 조금이라도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서연는 ‘하하를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양경숙씨는 ‘서연이가 1회 때는 바로 잤고, 2회 때는 절반정도 보다가 잠들었다’며 웃었다. 공연을 즐기던 양씨는 “지난해는 ‘스탠딩 존’이 어수선 했는데, 올해는 구분이 정확이 되어 행사진행이 훨씬 안정적이고 깔끔하다”고 평가했다.

11살 딸은 두번째 무대부터는 스탠딩 존으로 이동해 줄곧 자리를 지켰다.

한편 11살 딸은 첫 무대인 ‘마르멜로’를 아빠 옆에 앉아서 지켜보더니, 그 이후부터는 ‘스탠딩 존’으로 이동해 돌아오지 않았다. 4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공연이 중반을 지날 무렵, 딸을 찾아 무대 앞으로 이동했다. 정확히는 딸을 찾으러 간 것인지, ‘크라잉넛’의 등장에 저절로 이동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부활’과 ‘스컬&하하’의 무대로 행사장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었다. 그리고 ‘크라잉넛’의 등장은 그런 고무적인 분위기를 더욱 자극했다. 구례 자연드림파크 락페 현장의 주변도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동시에 무대의 불빛은 더욱 밝아지기 시작했다. 모든 여건들이 락페 무대 현장에 몰입해도 되는 상황으로 몰아갔고, 뒤로 물러나 있던 ‘젊음’이 찾아왔다. 딸 뒤에, 옆에 서 있다가 딸과 독립되어 스스로의 세계로 몰입해갔다. ‘크라잉넛’과 함께 춤추기 시작했다. 구례는 ‘락’이고, ‘락페’였다. 구례는 ‘락’으로 물들었다. 더웠지만 더위는 잊었다. 크랑이넛과 함께 ‘룩셈부르크, 아르헨티나’를 외쳤다. ‘퍼즐’ 노랫말을 개사해 ‘구례,구례,구례’를 외쳤다. 함께 말을 달렸고, 밤이 깊도록 노래하고 춤췄다. 크라잉넛과 함께 락페에 몰입하는 사이, 나이는 잊었다. 기분이 좋았다.

크라잉넛 무대부터는 11살 딸 아빠도 스탠딩 존으로 이동해, 함께 춤을 추며 몰입했다. 멀리 떠났던 젊음이 락페에서 되살아났다.

40대 아저씨도 크라잉넛과 춤을 췄다..그리고 이어진 스탠딩에 정신줄 놓아...김경호, '모든 것 보여 주겠다.'...정말? 

그것도 잠시. 다시 김경호가 등장했다. 순천이 고향이라며 ‘구례는 30분이면 오는 곳인데 25년 만에 찾았다’고 한다. 멋진 대통령과 함께 하니 더욱 좋다고 한다. 구례는 아름답고 인심이 좋은 곳이라며, 관객들과 인사를 건넸다. 김경호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고, 정말 그렇게 했다. 김경호의 멋진 무대는 글로,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했다. 최선을 다하는, 그리고 모든 것을 토해내는 그 모습을 보고, 반하지 않은 관객들이 있었을까. 그는 구례 락페 참가자들이 만나고 싶은 락커 1위로 선정될 만큼 카리스마, 무대매너를 갖췄다. 크라잉넛과 춤추던 40대의 11살 딸 아이의 아빠는 더 깊은 젊음을 끌어냈다. 더 달렸다. 락페가 끝날 때까지 달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것이 이 경우도 해당이 되는 것일까. 윤도현 밴드의 ‘나비’가 되어 끝까지 열창했고, 날았다. 11살 딸 아이는 6시간 스탠딩에 참여했고, 그 아이의 아빠는 2시간 30분 스탠딩에 참여했다. 락은 역시 ‘라이브’가 제 맛이었다.

구례락은 젊음이고 열정이었다. 무대 위 뮤지션과 관객은 하나로 호흡했다.

11살 딸 아이는 ‘구례 락폐’에 정말 오고 싶어 했고, ‘크라잉넛’을 보고 싶어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오지 못한 엄마를 위해 ‘폴더 폰’으로 크라잉넛을 촬영해 건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 가족은 2018년 구례 락페를 미리 예약한다. 함께 ‘비어락’을 마시며, ‘치킨’과 함께 ‘구례 락페’를 즐기고, 다음 날 화엄사 절 구경과 지리산 산 구경을 하고 올라갈 것이라고 계획해본다.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에서 구례 락페를 만나고, ‘락樂’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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