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후드(neighbourhood)'라는 단어는 '동네' 그리고 '이웃'을 뜻한다. 동네에서 이웃과 함께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진주시 충무공동은 그 작지만 위대한 시도를 시작했다. 지난 6일 진주시 충무공동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는 '진주시 충무공동 공정무역마을 만들기' 포럼이 개최됐다.
공정무역마을운동은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일상적인 소비습관으로 공정무역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현재 전 세계 2천개가 넘는 도시에서 참여하고 있으며, 주로 유럽에 분포돼 있다. 아시아에서도 일본 구마모토를 시작으로 확산되어, 한국에는 인천시, 서울시, 화성시 등의 공정무역도시가 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로 광역시, 특별시 단위에서 지자체와 공정무역단체가 주축이 되어 활발한 운동을 전개해 왔다.
진주시 충무공동은 가장 작은 동단위에서 참여한 공정무역마을운동의 첫 사례로 비수도권 지역인 경남에서 처음으로 동참했다. 또한, 기업과 시의원, 자원활동가들이 주도적으로 논의를 시작해 민간이 이끄는 '마을 만들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포럼에는 충무공동의 주민들 100여명과 함께 충무공동 민도식동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포럼에는 신명직 구마모토 가쿠엔대학 교수와 이영희 인천공정무역협의회 감사가 각각 '일본 공정무역 도시현황', '한국 공정무역 도시 현황과 추진 절차'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서 송원근 경남과기대 교수, 공창용 아름다운가게 경남본부장, 오영오 LH 미래혁신실 실장의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김경순 진주아이쿱생협 이사장은 포럼 시작에 앞서 "최근 LH, 진주시의회 정인후 의원, 경상남도 사회적경제민관합동추진단, 진주시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충무공동을 공정무역마을 만들고자 모임을 가졌고, 이것이 계기로 이번 포럼까지 개최하게 됐다"며 추진경과를 공유했다.
심낙섭 진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축사를 통해 "교육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가치로움을 실행하는 것이다. 가치로운 공정무역을 교육하겠다"며 "교육청도 뜻을 같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명직 교수는 '방글라데시는 중국 뒤를 잇는 의류 수출 세계 2위 국가이다. 하지만, 수도 다카에서 끊임없는 의류공장 화재와 건물 붕괴가 있었다. 그 책임은 누구 때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 책임은 첫 번째 공장관리자, 두 번째 글로벌의류회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있다"라고 이야기하며, 공정무역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최초의 공정무역마을인 구마모토를 소개하고, 구마모토 카쿠엔대학 학생들과 함께 협동조합으로 공정무역카페를 운영한 경험을 공유하며, 공정무역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점과 선과 면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초기 공정무역마을운동부터 참여해온 이영희 감사는 "공정무역마을운동은 소비 너머의 관계와 다양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시민들의 공감대를 통해 보다 민주적인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동단위에서 시작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인 진주의 사례는 한국의 공정무역 마을운동에 커다란 시사점을 주고 있다"라며 진주시 충무공동의 공정무역마을운동을 축하했다.
이 감사는 현재 한국 공정무역마을 운동의 전개에 대해 설명하며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받는 보조금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사업비를 심사하는 심의기구로써 공정무역 운영위원회를 조례에 근거해 설치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공정무역 분야의 당사자 조직이 운영위원회에서 배제되기도 한다"며 "이렇게 공정무역 마을운동의 주체가 배제되는 경우 사업비를 심사하는 위원회가 공정무역 운동의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진주의 공정무역 마을운동의 협의회, 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역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충무공동을 공정무역마을로 인정할 때 물리적인 범위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원마련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발제에 이어 패널토론에서 송원근 교수는 "충무공동의 공정무역마을운동은 공정무역제품을 얼마나 소비하느냐보다 지역사회운동과 공정함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대한 지향점이 더 중요할 것 같다. 경남과기대는 최근 사회책임센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사회적경제 전문인력 양성 사업단'의 학생들은 진주지역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랩 활동을 하고 있어, 공정무역과 함께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공창용 본부장은 "지역사회에서 공정무역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다. 재사용과 공정무역은 작은 실천에서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앞으로 모임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오영오 실장은 "충무공동은 새롭게 만들어진 도시로 혁신도시 이외에는 도시를 대표할 만한 특징이나 브랜드가 없는 편이다. 진주에 오래 살던 직원들은 충무공동을 강 건너 사람이 살지 않던 곳에 만들어 놓은 아파트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충무공동이 공정무역마을운동을 통해 따뜻한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LH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충무공동은 민간에서 먼저 추진되고 있는 만큼 혁신도시로 이전해온 공공기관이 한 축을 담당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사 직원들의 상당수가 충무공동에 거주하는 만큼 회사에서의 공정무역 상품 사용 경험이 직원들의 가정과 이웃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된다. 충무공동이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기에, 이전해온 공공기관의 직원들의 수, 예산 등을 고려하였을 때 공공기관은 이번 운동에 작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충무공동의 작은 시작이 진주시와 경남으로 확산되기를 소망하며, LH도 직원교육과 공정무역코너를 만들어 점과 선과 면을 확대해 나가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충무공동의 이러한 움직임은 진주시의 공정무역 조례를 만드는 계기가 되고있다. 포럼에 참석한 정인후 진주시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조례를 만들어 제도화시키는 것이 진주시의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시장님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 앞으로 조례가 제정될 수 있도록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충무공동'의 충무공이란 명칭은 이순신으로 유명하지만, 조선에는 8명의 충무공이 있었다. 진주시 충무공동은 진주대첩의 주역이면서 충무공 시호를 받은 진주목사 김시민에서 따온 것이다. 진주대첩은 김시민이 3천 8백명의 병사와 곽재우, 최경회 등 의병의 힘을 합쳐 10배가 가까운 3만 대군에 맞서 이겨 행주대첩, 한산도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불린다. 진주성을 지켜낸 김시민 장군의 얼이 담긴 충무공동이 앞으로 공정무역마을운동을 통해 시민들의 아래로부터 자발적인 참여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갈지 지켜보자.
공정무역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인구당 일정한 공정무역 판매장이 있어야하고 활발하게 교육과 캠페인이 진행돼야 한다. 약 1만 6백천 명의 충무공동은 1개의 공정무역판매장이 있으면 조건을 만족시키는데, 포럼이 열린 LH 본사 20층에 공정무역 카페가 있다. 진주아이쿱생협은 다음주 진양고등학교 교육을 시작으로 지속적이고 꾸준한 공정무역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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