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이 사회적 경제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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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이 사회적 경제를 만났을 때
사회적 경제,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툴킷(Toolkit)이 될 수 있을까?
  • 2018.11.01 19:32
  • by 송소연 기자
1908년 '빵과 장미의 행진', ‘빵’은 일과 경제를 ‘장미’는 삶의 질을 의미한다.

1908년 미국 뉴욕의 의류와 섬유산업 여성노동자들 “우리는 빵과 장미를 원한다!”고 외치며, 형편없는 임금과 노동 조건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100년 후인 1995년 캐나다 퀘벡에서는 실업률이 14%까지 치솟았고, 경제위기에 봉착한 여성노동자들은 다시 ‘빵과 장미의 행진’을 시작했다. 여성, 노동 운동은 ‘빈곤운동을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퀘벡 주정부에게 전달하며 사회적경제에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퀘벡의 사회적경제 운동은 사회적 운동의 전략적 협업에서 시작되었다. ‘빵과 장미의 행진’은 결국 퀘벡 주정부를 중심으로 기초단체, 경영자협회, 노동자연맹, 사회단체 대표가 모여 '퀘벡 경제사회의 미래에 대한 정상회의'를 이끌어 냈다. 연석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낸시 님탄(Nancy Neamtan)은 공공부문과 시민사회의 상호 합의하에 만들어진 퀘벡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와 각종 사업 프로젝트 등 구체적인 경제 위기 해결 방안이 담긴 '자, 연대로 나아가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주 정부에 제출했다. 

이것은 큰 전환점이 되었다. 퀘벡주 정부는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 연대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고, 보고서를 바탕으로 보육과 주거, 환경, 문화 분야에서 각종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설립 등을 적극 지원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NGO 등이 연대한 사회적경제 협의체 '샹티에(Chantier, 프랑스어로 ‘작업장’이란 의미)'가 만들어졌다.

지난주 명동에 자리잡은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는 낸시 님탄(Nancy Neamtan) 샹티에 전 대표가 초청되어 퀘벡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노동조합과 사회적경제의 연결고리는 무엇이 였을까? 낸시 님탄은 “지역단위에서부터 협력을 시작했다”고 한다. 퀘벡은 1980년대 경기 침체로 대기업과 제조업체들은 잇따라 떠나, 실업자가 늘어나고 갈등이 심화되었다. 이 때 활동가와 노동조합이 주축이 되어 지역의 활력을 넣기 위해 노력했고, 지역 경제 개발을 위한 조직을 만들었다.

퀘벡의 노동조합 조직율은 약 40%정로 높은 편이다. 이것은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을 인정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가입한다. 지역사회를 위해 노동조합은 앞서 언급된 사회적경제 협의체 ‘샹티에’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노동자 훈련과정에서 기업이 원하는 노동자 역량을 파악하고 이를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산업별로 근로환경이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보육시설의 근로자의 임금과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사회적경제를 조직화해 노동자들이 직접 부모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시설의 경우에도 간호사들의 근로조건과 서비스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되어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혁신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했다. 이때 새로운 시도가 잘 작동될 수 있는지 연구해 관련 모델을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가 재정적인 부분을 지원하도록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연구, 지식전수, 연방정부차원의 연대, 정책개발 이외도 사회적금융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1983년 퀘벡의 가장 큰 노동조합연맹인 FTQ에 의해 '퀘벡연대기금'이 설립되었다. 이때 ‘연대기금의 재정 일부를 할당하는 부분’에 대해 노동조합 안에서는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긴 토론 끝에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것도 노동조합의 역할’이라는 것을 합의하고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이 기금은 퀘벡의 가장 중요한 인내자본(patient capital) 역할을 하며 경제 발전에 기여해 왔다. 이 기금은 단순히 사회적경제 조직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된 조직에서 일하는 운영자, 노동자들이 중요한 재무 결정을 할 때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특이점은 노동자들의 월급 일부를 적립하게 해 노동자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을 때 별도의 수입이 확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적립금의 65%를 퀘백 지역 활동을 지원하고 있어 지역 안에서 조합원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퀘벡에서 두 번째로 큰 노동조합 연맹도 사회적경제 조직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대기금은 지방정부들이 지역경제를 위해 기금들을 모을 때 권장하고 돕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샹티에 영상'The impact of the social economy'(https://www.youtube.com/watch?v=IOVLj2Wihtg)

2013년 퀘벡주는 사회적경제법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퀘벡주 정부는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낸시 님탄은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 받기까지 3가지 전략을 공유했다. 첫 번째로 모두와 함께 일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공동체, 비영리단체, 시민단체, 연구자, 청년이 참여했고, 이때 샹티에는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로 역할을 했다. 두 번째로는 '경제 민주주의'가 실현 될 수 있도록 단순히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델이 발굴하고 공유 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는 퀘벡에서 누구라도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면 적극 지원했다. ‘퀘벡사회경제투자네트워크기금(RISQ)’을 조성해 사회적 기업에게 5만 달러까지 무보증 신용 대출을 시작했다. 지역사회 기여 부분 중점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리스크 보다는 사회적 임팩트가 컸다. 1달러를 투자했을 때 9달러의 지원효과가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이러한 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전통적인 금융이 사회적경제 조직에게 무담보로 대출해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낸시 님탄은 퀘벡 경험을 통해 3가지 시사점을 공유했다. 첫번째 사회적경제는 지역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것과 바라는 지향점의 사이를 메꾸는 역할을 해야하고, 이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 두 번째로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전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 집단적인 소유와 집단지성, 공동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번째로는 사회적경제는 다양한 사회  영역의 시민을 조직화 하는 운동이다. 사회적 경제는 기존의 운동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를 통해서 시민들이 함께하는 운동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한다. 이를 위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사회적경제 발전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한국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면서 결과물을 장기적으로 지역발전, 사회적경제 비전과 연결시켜야 한다. 그럴 때 만이 문제에 부딪쳤을 때 장애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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