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을 만나고 온 날, ‘그 시절’MBC 'PD수첩'이 그리워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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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을 만나고 온 날, ‘그 시절’MBC 'PD수첩'이 그리워지더라.
[강찬호의 위험사회 아웃(21)]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꾸준하게 보도해 온 언론들...일간은 경향신문, 탐사보도는 스포트라이트...인터넷신문은 베이비뉴스...라디오 시사는 ‘시사자키 정관용’
  • 2017.08.10 14:24
  • by 강찬호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스튜디오 현장. 8일 저녁 6시30분에 문재인 대통령 면담에 대해 인터뷰 했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으로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꾸준하게 보도해주었다.


8월8일 오전. 고려대에 있었다. 오후 2시 문재인 대통령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 대표단들과 면담을 앞둔 시간이었다. 마음이 오후 일정으로 향해 있는 특별한 오전이었다. 오전에 고대에서 보건의료분야 학생들의 모임인 ‘매듭’이라고 하는 청년단체 학생들을 만나는 일정이 있었다. 이들은 5박6일 방학캠프를 진행하며 사회 현안을 공부했다. 오전에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내용을 들은 후, 낮 12시에 광화문 사거리로 이동해 이 이슈로 캠페인을 하는 일정이었다. 학생들과 간담회 후, 함께 캠페인에 참여하기로 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 일정이 잡히면서, 캠페인에 함께 할 수 없게 됐다. 한 시간 가량 이야기 하고, 질문과 답변으로 30분 더 이야기했다. 학생들의 질문들 속에서 그들의 진지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인터뷰 요청이 반가운 이유

한 시간 반 동안 학생들과 있는 동안에, 몇 통의 전화가 와있었다. 대부분 언론들이었다. 오후 대통령 면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확인하고 면담 후 인터뷰를 요청하는 전화들이었다. 제일 먼저 손이 가는 번호는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프로그램 작가로부터 온 전화였다. 어떤 믿음과 신뢰 그리고 고마움으로부터 온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슈가 우리사회에 등장한 지 6년이 됐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이슈가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고, 때론 꺼져가는 촛불처럼 사회 한 구석에서 간신히 지탱되기도 했다. 그래도 조금씩 진전이 있어왔고, 부족하지만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이 제정돼, 8월9일 시행됐다. 8월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만나 정부차원에서 처음으로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의 활동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지는 소비자단체들의 활동의 힘이 컸다.

동시에 언론의 꾸준한 보도의 힘이 있었다. 그 중 눈에 띠는 몇몇 언론들의 활약이 있었다. 일간지 중에 <경향신문>의 보도 노력은 눈부셨다. 사건 발생 이후 줄곧 이 이슈를 다뤄왔다. 끈질긴 보도였다. 메인 탑 기사로도 종종 배치했다. <주간경향>은 ‘엄마, 숨이 안 쉬어져’라는 기획코너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1년 가까이 매주 피해자들을 소개하며, 문제를 부각시켜왔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다음 날인 8월9일 피해자들과 좌담회를 끝으로 이 코너는 종료된다. 좌담회에서 만난 코너 담당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가 나와, 그간의 고생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사안을 취재하고 보도했던 기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간지로서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다뤄 온 <경향신문>은 청와대 발 뉴스로 8일 면담 결과로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들과 면담을 시작하면서 임성준 군과 인사를 나눴다.

경향신문과 함께, 가습기살균제 이슈를 지속적으로 붙든 또 다른 언론은 <베이비뉴스>였다. 육아전문 인터넷매체인 베이비뉴스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어린 아이와 산모의 목숨과 건강을 해친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참사로 인해 젊은 엄마들의 불안이 커지는 점에 주목해, 사건의 진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며 취재하고 보도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매년 연말 ‘환경피해시민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를 통해 경향신문과 베이비뉴스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보도에 대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두 매체는 언론의 사회적 연대에 대한 하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경향신문><베이비뉴스> 그리고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의 경쟁...익숙해진 용어, ‘안방의 세월호사건’

탐사보도도 있었다. 사건 발생 초기, KBS <추적60분>이 심층보도에 나섰다. MBC <피디수첩> 보다 먼저 치고나가고자 했던 담당 피디의 열정이 있었다. 사건 발생 초기인 2011년 말, 담당피디와 피해자 몇 명이 동행하며 가해기업 현장을 쫓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담당 피디가 지금도 고맙다. 경쟁사이자, 경쟁 프로그램이었던 MBC <피디수첩>은 취재에 나섰다가 데스크 반대로 좌초됐다는 소문이 피해자들 사이에 있었지만 소문이었던 것 같다. 피디수첩과 추적60분의 경쟁이 당연시 됐던 사회적 분위기 탓에, 추적60분에 보도되었으면 피디수첩도 보도하겠지 하는 기대가 작용했던 것 같다. 문화방송(MBC)는 현재도 방송의 개혁성 후퇴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당시에도 정권의 관리와 눈치로 인해 개혁성과는 멀어져 있었다.

KBS의 <소비자고발>, <시사기획 창>도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다뤘다.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이 문제를 다뤘다. 2015년 말 담당 피디로부터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이후 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는 말을 종종 인용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차원에서 옥시제품 불매선언을 하면서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지칭해, 이 말은 더욱 확산됐다. ‘안방의 세월호 사건’의 원 저작자는 SBS ‘그것이알고싶다’의 담당피디이고, 필자는 이 말을 유포했고, 박원순 시장이 대중적으로 확산시켰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으로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해 3부작으로 편성해서 보도하는 파격을 보여주었다.

이슈가 꺼져갈 즈음이면 언론의 보도는 이슈를 지탱해 가는 힘이 되었다. ‘박근혜-최순실’보도로 주가를 최대치로 끌어 올린 ‘JTBC'는 탐사보도프로그램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보도했다. 단일 이슈를 3부작으로 다루는 파격을 선 보였다. 이런 JTBC의 파격이 ‘박근혜-최순실’보도로 이어지는 ‘맹아’가 아니었을까. 제대로 역할을 하는 언론이 우리사회의 ‘공기(公器)’인 이유이다.

<시사자키 정관용>,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보도해 준 매체들의 따뜻한 사회적 연대

8월8일 오전에 CBS <시자자키 정관용입니다> 작가와 저녁 인터뷰를 약속했다. ‘내 마음에 일 순위’로 즐겁게 링크하는 마음이었다. 작가 역시 오후에 있을 대통령과 면담에 대해 함께 기뻐해주는 마음이 역력했다. 사전에 준비한 대통령 면담 시 발언 할 내용에 대해서도 작가에게 바로 전달했다. 면담 후 진행될 저녁 인터뷰에 참고하라고 하는 마음과 함께 해당 방송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면담은 기대 이상으로 잘 진행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목동 CBS 사옥으로 향했다. 더워도 덥지 않은 것은 기분 탓, 마음 탓이었다. 모든 것은 정말 ‘마음먹기’에 달렸나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CBS 사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보도국에 들어설 때마다 편안한 분위기였다. 두 번의 생방송, 한 번의 녹화 방송. 이날은 생방송이었고, 첫 번째 순서로 방송됐다. ‘시사자키’의 마음이었다. 8월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만남과 면담의 성과에 대해 함께 기뻐해 주는 것이 여과 없이 느껴졌다.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고 저널리즘의 시선을 잃지 않아야 하는 방송현장이라고 하는 고정관념 탓인지,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다소간 긴장감과 함께 감정이나 기분을 드러내는데 알아서 ‘절제’하게 된다. 그동안 담담하게 인터뷰를 하거나,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나온 이유일 것이다. 이날도 여느 때와 같이 담당 작가, 피디, 그리고 진행자가 반갑게 맞이했다. 그러나 느끼는 감회는 더욱 컸다. 제작진도 그랬을 것이다. 실제로 함께 기뻐하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스튜디오 세번째 방문을 한 8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 발언에 고무된 이날 방송 후, 정관용 진행자(왼쪽)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내친김에 진행자인 시사자키 정관용 교수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스스로 요청했다. 그간 마음의 불문율처럼 가지고 있던 보도국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좋아라’하고 싶었다. 담당 작가가 ‘쿡’눌러 기념사진을 찍어 주었다. 지켜보던 담당 피디도 별도로 ‘꾹’눌러 사진을 찍어 주었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는 세 번의 스튜디오 초대, 그리고 수많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해결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연대해 준 또 하나의 언론이었다. 정말 좋은 언론들이 우리 사회에서 빛과 소금 역할을 다해야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사람들은 행복해진다.

2017년8월9일 문화방송(MBC) 기자와 피디 100여명이 방송제작을 거부했다는 뉴스가 세상에 전해지고 있다. 문화방송의 개혁과 정상화를 요구하는 언론인들의 저항이다. 내부의 적폐를 제거하겠다는 몸부림이다. 세상은 변했고, 대통령이 바뀌었다. 그런데도 이에 맞서는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 때 그 시절’MBC ‘PD수첩’이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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