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공생에 대한 어떤 '차담(茶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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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공생에 대한 어떤 '차담(茶啖)'
구매력 늘리기를 넘어서현지화를 통한 장기적 관계를 맺는 공정무역, 공생관계 중요
  • 2018.06.26 15:27
  • by 강찬호 기자
신경직 교수는 동아시아 상생마을 만들기에 관심이 많다. 공정무역, 공생마을을 주제로 차담을 나눴다. (사진출처, 신명직 페이스북)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 신명직 교수가 6월25일 라이프인 사무실을 방문해, 송경용 본지 발행인과 차담(茶啖)을 나눴다. 신 교수는 일본 NPO법인인 동아시아공생문화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국 출신으로 일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관심사 중 하나는 공생, 공정이다. 대학을 공정무역대학으로 만들어 가는 것, 학교주변을 동아시아 공생마을로 만들어 가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아시아 공정과 공생을 주제로 작은 규모의 영화제를 해오고 있다. 예를 들면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이에 속한다. 영화는 대중적인 상업영화'류'를 선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10여편 이상 상영했는데 근래에는 5편 내외로 축소해 상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8회차 영화제를 개최했다.

신 교수는 한국과 교류를 통해 한국에서 진행되는 공정무역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과 한국을 방문해 공정무역, 사회적경제 현장 등을 방문하고 있다. 부산을 방문해 교류했고, 성북구와 교류하기도 했다. 올해 1년은 안식년을 맞아 한국 대전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차담을 통해 신 교수는 최근 흐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영국 등 유럽에서 사회적경제에 주목하는 배경에 대해 '저성장시대의 돌파구'로 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파이를 키워서 나누는 방식이 더 이상 안 되니까, 협력해서 나누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 작은 파이로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 그것이 사회적경제에 주목하는 이유같고, 유럽의 대안 같다."고 말했다. 

한국 상황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한국도 저성장 시대에 들어섰는데 저성장 시대가 아닌듯한 느낌이다. 남북문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북한 저임금을 따먹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경우는 경제구조, 사회구조를 해결해 갈 절호의 기회이다. 양극화 해소, 사회적경제 기업군을 제대로 성장시켜 가는 기회,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기회 놓치면 일본이 저성장 시대에 겪었던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진행되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의 로드맵에서 자칫 중소상공인 문제, 노동자들의 문제가 많이 빠져 있을 수도 있다"며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함께 가야 할 문제이다. 양극화를 최소화하는 경제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경용 발행인은 통합적이고 전면적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지에 힘이 되는 공정무역, 공생마을 관계맺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출처, 자료사진)

공정무역 운동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송경용 발행인이 개인적 의견을 통해 견해를 밝혔다. 송 발행인은 공정무역이 생산지와 장기적 유대를 맺는 방식을 통해 현지인들에게 힘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체류 당시 경험을 통해 영국 등 유럽사회가 아프리카 등 현지를 지원할 경우, 대학 등 사업기관에서 현지 전문가 양성을 위해 언어와 문화를 배웠는데  2년 이상 사전 준비를 하고, 현지에 파견 가서도 현지화 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상품거래 위주의 단기적 거래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구매력 중심이 아닌 통합적이고 전면적인 접근, 홀리스틱한 접근이 필요하다. 동아시아 상생마을만들기 접근도 이러한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 교수도 "한일간 문제를 바라보는데 있어서도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공정무역, 동북아시아 상생 모델에 접근하려는 것도 일본 대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송 발행인과 신 교수는 언어를 유연하게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담소를 나눴다. '공정무역'이라는 용어와 '페어트레이드'의 차이에서, 어느 용어가 더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서기 좋을까, 더 대중적일까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다.  '공정'함이 가지는 용어의 가치, 사회적가치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사용하기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어떤 무게나 당위 혹은 경직일 수 있고, 언어가 가지는 어떤 오독일 수도 있다는 기우나 우려였다.

신 교수는 "대학 앞 24시간 카페에서 밤을 새우며 공부하는 한국 대학생들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무한경쟁의 끝을 보는 것 같다. 그 무한경쟁의 끝에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유라 사건으로 공정함을 요구하는 것이 촛불의 발단이 되었다는 시각도 있지만,  공정함에 대한 요구의 한 켠에는 사회적약자의 무임승차를 용납하지 않는 또 다른 잣대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공정함이 전근대적 것들을 극복하는 것에 대한 요구로서는 정당하지만, 신자유주의의 끝에 서있는 가치관이고 포용적이지 못한 경우에 선다면, 이런 토대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정서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 발행인도 "'페어'라는 용어가 일상적 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소비권력이 커지고 있고, 소비자들도 우리를 가르치려 들지 말라고 하는 시대인 만큼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대중화해야 할지, 용어의 선택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송 발행인과 신 교수는 "언어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가진 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이 스스로 해나갈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이들의 에너지, 창조성을 수용하는 새로운 장이 열려야 한다. 비지니스 이전에 상상의 세계, 공간을 마련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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