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GMO 검역 체계, 다가오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먹거리 안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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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GMO 검역 체계, 다가오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먹거리 안전 어쩌나
  • 2023.05.12 17:47
  • by 노윤정 기자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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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을 믿고 먹어도 될까?"

최근 우리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이슈들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가 지난 2021년 4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수산물이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설비 공사가 막바지에 돌입하여 이르면 오는 7월경 방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3일 관련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 시찰단이 후쿠시마 현장으로 파견될 예정이나, 시찰단이 실제 안전성을 평가하는 '검증' 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려를 키우는 대목은 원전 오염수 방류를 용인할 경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시행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질 가능성 또한 커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유럽연합(EU) 주요국에 후쿠시마 식품 수입 규제를 철폐하라고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지난달 7일, 11일 주일 프랑스 대사, 주일 독일 대사를 잇달아 만나 방사성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식품은 일본 내에서도 유통되지 않으며, 후쿠시마 농수산물에 대한 잘못된 소문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최근 여당 측에서는 '오염수'를 '오염 처리수'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으냐는 의견까지 나온 상황이다. 다만, 정부에서는 용어를 변경하는 방안은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은 지난 3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2023 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 미국무역대표부 작성)를 통해 현재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를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생산된 고기'로 수입을 제한한 조치는 '과도기적 조치'(transitional measure)였으나 15년간 유지되고 있으며 소고기를 가공한 제품은 여전히 수입이 금지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광우병을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하여 소 등 반추동물을 가축과 반려동물 사료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치를 무역장벽으로 지적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보고서에서는 미국 정부가 지난 2018년 한국 정부에 반려동물 사료의 시장 접근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미국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APHIS)는 의견을 교환했으나 진척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 나도 모르는 새 GMO(유전자 변형 식품)를 먹고 있었다?

ⓒ정부 SNS 채널
ⓒ정부 SNS 채널

이처럼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 속에서, 최근 국내에서 2015년부터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 변형 생물체(이하 LMO)가 확인된 주키니 호박이 유통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지난 3월 국립종자원은 국내에서 생산된 주키니 호박 종자 일부를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LMO로 판명했고, 농식품부는 해당 종자의 판매를 금지하고 전량 회수·폐기 조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주키니 호박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식품을 조사하고, 미승인 LMO가 검출된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 중지 조치를 취했다.

LMO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승인된 안전한 음식을 먹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해 온 한살림 생협 제품에도 미승인 LMO 주키니 호박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한살림은 "민간 주도로 가공식품 GMO 조사를 진행했고 볶음밥 4종에서 GMO 주키니 성분이 검출된 것을 4월 7일 공지"했다며 "볶음밥을 제조한 가공 생산지는 주키니 호박을 원재료로 사용하던 가공 생산지이며 이미 정부로부터 GMO 검사를 받아 불검출로 판명이 났던 곳"이라고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하여 식약처 관계자는 라이프인과의 통화에서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주키니 호박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된 234개 식품제조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생산재고, 유통재고 등을 조사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신속하게 검사가 필요한 제품에 한해 표본조사 방식으로 검사하여 1차적으로 결과를 발표했다. 그 이후, 재고가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었으나 소비기한이 길어서 유통사 등에 보관할 수 있던 제품에 대해 2차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에는 1차 조사에서 '적합' 판정이 나왔으나 1차 조사한 제품과 유통기한이 다르거나 제품명이 다르게 생산된 제품에 대해 순차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순차적으로 검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LMO 주키니 호박' 적발 건과 관련하여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최초 보도자료를 보면, 4월 2일까지 전국 주키니 호박 재배 농가 대상으로 출하정지 및 유통 단계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리고, 주키니 호박을 사용한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4월 중순경까지 수거 및 검사를 진행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 지난달 14일 'LMO 국가 검역·관리 시스템 붕괴 규탄,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송용식 한살림 주키니호박 생산자가 발언하고 있다. ⓒ한살림
▲ 지난달 14일 'LMO 국가 검역·관리 시스템 붕괴 규탄,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송용식 한살림 주키니호박 생산자가 발언하고 있다. ⓒ한살림

다만 한살림은 자체 검사(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에서 LMO 성분이 검출된 자사 가공품 4종이 식약처 성분 검사에서는 LMO 성분 불검출 판명을 받은 제품이었다는 점, 한살림 자체 검사에서 LMO 성분을 발견한 것을 식약처 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게 자료를 배포한 점 등을 들어 비판했다. 한살림이 속한 GMO반대전국행동은 농식품부 앞에서 'LMO 국가검역·관리시스템 붕괴 규탄,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GMO 주키니 호박 유통 및 정부 부실 대처에 의한 소비자·농민 피해 대책 간담회'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먹거리 안전성과 관련해) 우려하는 사항이나 이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라며 체계 개선을 약속했다.

▲ 5월 12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GMO 수입통관 시스템 강화·GMO 완전표시제 전면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사)소비자기후행동이 GMO 식품을 걸러내지 못하는 정부의 검역 체계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라이프인
▲ 5월 12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GMO 수입통관 시스템 강화·GMO 완전표시제 전면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사)소비자기후행동이 GMO 식품을 걸러내지 못하는 정부의 검역 체계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라이프인

또한 검역을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검역 정책과 관계자 역시 라이프인과의 통화에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개선책이 마련되는 대로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검역 과정에서 미승인 LMO가 걸러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LMO 주키니 호박 종자를 들여온 회사가 신고 의무를 위반하여 검역 자체를 받지 않아 문제가 된 사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역물 신고 체계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 측은 "해당 부분도 개선 대책에 담아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농식품부는 공식 자료를 통해 식물검역 신고 의무 위반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종자에 대해 국경검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식품안전의 날(5월 14일)을 앞두고 (사)소비자기후행동,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iN라이프케어이종협동조합연합회,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GMO반대전국행동,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등은 12일 'GMO 수입통관시스템 강화, GMO 완전표시제 전면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유채씨 생산·유통업자인 김 씨와 벌이고 있는 'GMO 유채씨' 관련 법정 분쟁을 이야기하며(관련 기사: "GMO 유채는 유기농 유채가 될 수 없다, 대법원의 상식적 판결 요구한다!") "수입, 검역, 표시, 유통, 사후 관리 등 GMO가 거쳐 가는 모든 과정에서 '철저하게 믿을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먹거리 산업은 소비자들의 일상과 매우 밀접하다. 먹거리는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먹거리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의 역할은 식품안전을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빈틈없이 관리하여 시민들이 안전하고 좋은 음식을 먹을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정부 체계가 시민들의 '안전한 밥상'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우리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일련의 사태들 속에서 정부의 감시·검역·관리 체계가 얼마나 엄격하고 꼼꼼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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