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명에게 월 800유로 지급" 카탈루냐州의 혁신적 기본소득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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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명에게 월 800유로 지급" 카탈루냐州의 혁신적 기본소득 실험
14일 '스페인 카탈루냐주 보편적 기본소득 시범사업 목표와 전망' 초청 간담회 개최
  • 2022.12.17 17:15
  • by 노윤정 기자
▲ (왼쪽부터)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안효상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용혜인의원실
▲ (왼쪽부터)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안효상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용혜인의원실

올해 우리 사회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대선)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1지방선거)라는 두 차례의 중요한 선거를 치렀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국내에서도 ▲개별성 ▲무조건성 ▲보편성 ▲주기성을 주요 요소로 하는 보편적 기본소득 논의가 중요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본소득 의제가 담론의 형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서 구체적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기본소득에 주목하고 정책적으로 실험해 본 나라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핀란드, 미국 알래스카가 있으며, 스페인 카탈루냐주(州)에서는 내년부터 주민 5천 명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2년간 시행한다. 이와 같은 선행 사례를 공유하고 우리 사회의 기본소득 제도화 논의에 시사점을 얻기 위한 자리로서 14일 용혜인 의원실이 주관한 '스페인 카탈루냐주 보편적 기본소득 시범사업 목표와 전망 간담회'가 국회 현장과 온라인 줌(Zoom)에서 개최됐다.

▲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첫 번째 발표는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이사장이 맡아 '한국 기본소득 운동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에서 나타난 기본소득 운동의 흐름과 기본소득 논의가 제도로 자리잡아 가는 과정을 개괄했다.

안 이사장은 한국 사회의 기본소득 논의를 ▲기본소득 관점(아이디어에서 정책으로 가는 경로) ▲민주주의 관점(형식적 민주주의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 ▲사회운동 관점(민주주의의 확장 및 사회적·생태적 전환) 등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봤다. 이어 △2000년 전후로 나타난 보편적 복지국가 논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 구조 및 고용 형태 변화 △분단을 배경으로 한 협소한 이념 스펙트럼을 가진 양당 체제 △지속적인 기술 변화와 그에 따른 충격 등의 배경 속에서 한국 기본소득 운동이 어떤 흐름을 거쳐왔는지 설명했다.

안 이사장은 "2009~2010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기본소득의 정당성과 민주주의, 사회운동과 관련해서 기본소득이 어떤 함의를 갖는지 탐구하고, 한국에서 적용 가능한 기본소득 모델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증세에 기초한 월 30만원의 부분적 기본소득 모델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으며, 2016년 기본소득세계대회(BIEN Congress) 개최를 통해 기본소득 논의가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2018년 성남시 청년 기본소득 도입 등을 통해 기본소득 제도화를 위한 시도들을 거쳤다고 전했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다양한 기본소득 정책 제안의 의미를 "보편적 기본소득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긴 하지만 파일럿으로서 의미가 있고, 이후 전국적 차원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이 시행되더라도 지역 기본소득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제도화 과정에서 볼 때 올해 치러진 대선에서는 기본소득 정책을 내세운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가 등장하여 보편적 기본소득 실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높아졌다. 안 이사장은 기본소득 제도화 관점에서 올해 대선의 의의를 "기본소득이 전국적 정치 의제로 부상했다. 그리고 기본소득당 오준호 당시 대선후보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매우 다양한 관점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제안했고,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과 의미 있는 기본소득이 무엇인지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펼쳐졌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주장한 집단에서는 기본소득의 원칙을 응용하여 토지배당, 탄소배당 등의 정책들을 제시했는데, 한국의 심각한 부동산 불평등,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는 데 기본소득 방식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안 이사장은 최근 한국 기본소득 흐름의 의미를 "좁은 의미의 소득 보장 정책을 넘어서 사회적·생태적 전환의 전망,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넘어서는 데 기본소득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제시했다. 그리고 기본소득 의제가 사람들의 정치적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을 통해 제도적 민주주의 하에서 사회 변화 가능성을 탐색해 왔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 카탈루냐 주(州) 보편적 기본소득 시범사업 관계자들이 초창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세르히 라벤토스 카탈루냐 기본소득 시범사업 사무국의 세르히 라벤토스 사무국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이 두 번째 발표를 진행하는 모습.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카탈루냐 주(州) 보편적 기본소득 시범사업 관계자들이 초창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세르히 라벤토스 카탈루냐 기본소득 시범사업 사무국의 세르히 라벤토스 사무국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이 두 번째 발표를 진행하는 모습.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어 카탈루냐 기본소득 시범사업 사무국의 세르히 라벤토스(Sergi Raventós) 사무국장이 카탈루냐에서 시행을 앞두고 있는 보편적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대해 발표했다. 카탈루냐 보편적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개요를 보면 다음과 같다.

■ 대상 인구: 소득 최상위 10%를 제외한 전체 주민
■ 금액: 빈곤선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
성인 월 800유로(한화 약 110만원), 미성년자 월 300유로(한화 약 41만원)
■ 기간: 2023~2024년(2년)
■ 표본: 5,000명

이번 시범사업은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근거'를 확보하는 데 목표를 두고 기본소득이 지역사회, 집단, 가정 내에서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 관찰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특히 무작위대조시험(RCT,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누어 결과 차이 분석)과 통제집단합성법(SCM,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의 성과 차이를 통해 특정 사건의 영향 및 인과관계를 데이터 중심으로 추계)을 결합한 형태로 연구를 진행하는데, 라벤토스 사무국장은 "개인, 가족, 집단 내에서의 파급 효과를 중점적으로 관찰하길 원하고, 시민활동 참여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할 계획이다. 또한 공공 서비스나 지역경제에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 실험집단 안에서 어떤 사회변혁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내용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시범사업의 내용은 굉장히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을 재분배하고 또 다른 공공정책을 변화시키는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제대로 설계하고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증거 기반 사회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 순서에서 카탈루냐 측 참석자들은 보편적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대해 심도 깊은 설명을 이어갔다. 우선 기본소득 지급 대상에서 최상위 10% 소득자를 제외한 것에 대해 "(부의 재분배라는 관점에서) 추후 조세개혁을 통해 소득 최상위 10%로부터 세수를 확보하여 보편적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하길 바랐다"고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 최상위 10%는 이번 시범사업에서 추가적인 세금 부담이 없는 대신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됐다는 것. 다만 보편성을 훼손한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 부분에 관한 토의는 계속할 것이다. 조세개혁을 포함하는 규모의 시범사업을 설계하기에 2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다. 그 시간 안에 (조세개혁을 포함한 보편적 기본소득 정책 수립에) 필요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부연했다.

또한 2000년대부터 꾸준하게 이루어진 기본소득 논의와 주 정부 집권정당의 의지가 시범사업 시행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으며, 돌로레스 메디나 포사디에르(Dolores Medina Foussadier) 사회학자는 "시민들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이 무엇인지, 그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설명했을 때 지지도가 굉장히 높았다. 카탈루냐주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을 위해 어떻게 재원을 확보할 것인지 논의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시민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유관기관과도 긴밀하게 대화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다수가 공감하기 때문에 보편적 기본소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시민들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알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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