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에너지 해소엔 춤만 한 것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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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에너지 해소엔 춤만 한 것이 없죠!
예비 사회적기업 갬블러크루, 이준학 대표 및 김응혁, 정형식 멤버 인터뷰
브레이킹 버스킹 공연 현장 취재
  • 2022.10.21 12:10
  • by 이새벽 기자
08:00
▲ 갬블러크루가 회사밀집지역에서 근로자 대상으로 브레이킹 버스킹 공연을 펼치고 있다. ⓒ라이프인
▲ 갬블러크루가 회사밀집지역에서 근로자 대상으로 브레이킹 버스킹 공연을 펼치고 있다. ⓒ라이프인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산업진흥원 앞 광장에서 브레이킹(Breaking, 힙합 음악의 브레이크 부분, 즉 가사가 없이 비트만 나오는 부분에 추는 스트릿 댄스의 일종으로 비보잉(B-boying) 또는 비걸링(B-girling)이라고도 일컬음) 춤판이 펼쳐졌다. 현란한 춤 동작을 선보인 브레이킹 댄서 크루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브레이킹의 유래와 변천사를 설명한다. 브레이킹이 처음 생겨난 1970년도 뉴욕 클럽의 한 무대를 재연하며 당시 상황에 따라 생겨난 춤 동작을 해설하고 직접 몸으로 보여준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댄서의 머리와 발끝이 자유자재로 교차한다. 진귀한 광경에 사원증을 목에 걸고 슬리퍼를 신은 직장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공연을 관람한다. 공연을 지켜보던 어린아이는 춤판에 동화되어 몸을 들썩인다. 아이의 아빠이자 인근 은행에서 일하는 30대 중반 남성은 "이런 공연을 자주 볼 수 없는데 광장에서 공연해주니 너무 좋다"며 "직장인들이 지나가다가 볼 수 있는 공연 콘텐츠를 자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갬블러크루의 식(Sick, 정형식), 리프(Leap, 김응혁),
▲ (왼쪽부터)갬블러크루의 식(Sick, 정형식), 리프(Leap, 김응혁). ⓒ라이프인

관객의 호평 속에 '예술로 행복한 중소기업'이라는 공연을 마친 브레이킹 댄서 크루이자 예비 사회적기업인 '갬블러크루' 멤버 리프(Leap김응혁), (Sick, 정형식)과 공연장 옆에서 잠시 대화를 나눴다.

Q. 근로자 대상 버스킹 공연을 했는데, 공연 전 어떤 것을 제일 기대했고 그 결과는 어땠나?
(리프) 회사 밀집 지역에서 근로자 대상으로 하는 공연은 처음이었다. 대부분 브레이킹 공연을 보신적 없으셨을 것 같아 관객 반응이 어떨까 걱정했다. 한편으로는 처음 보시니까 오히려 신나고 즐거워하실 것 같다는 기대도 했는데 관객 반응이 좋아 뿌듯했다. 
(식) 근로에 지쳐 있으신 분들에게 힘을 주러 왔는데, 퇴근 시간에 진행 예정이던 공연이 한 시간가량 앞당겨지고 비 소식도 있어 관객이 있을까 걱정했다. 지나가다 보더라도 즐거워하셔서 우리도 에너지를 얻었다. 
 

▲ 갬블러크루 공연 모습. ⓒ갬블러크루
▲ 갬블러크루 공연 모습. ⓒ갬블러크루

Q. 공연 중 '해설이 있는 비보이'라는 코너에서 브레이킹의 유래와 역사, 춤 동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리프) 브레이킹 문화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공연으로 멋있는 동작을 보여드리는 것도 좋지만 브레이킹 문화가 어떻게 시작됐고 다양한 춤 동작들이 어떻게 탄생됐는지 설명 드리면 브레이킹 문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 같아 설명 코너를 기획 및 진행했다.  

Q. 예비 사회적기업인 갬블러 크루에 들어올 때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련한 목표의식이 있었나? 있었다면 무엇이었나?
(리프) 갬블러크루는 올해 20년 차인 브레이킹 전문 예술단체다. 갬블러크루가 오래전부터 브레이킹 문화를 대중화하기 위해 힘써온 노력을 나는 알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이 크루에 들어오고 싶었다. 나도 브레이킹을 대중에게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식) 나는 무용 전공 지도교수로 근무하다가 사회적기업인 갬블러크루에 들어왔다. 갬블러크루가 문화예술과 사회적경제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면 좋겠다. 브레이킹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대목에서 다른 분야 예술인들도 더 큰 포부와 희망을 가지면 좋겠고, 기업으로서 예술인을 정규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다양한 기회와 자리를 제공하고, 예술인이 헤쳐 나갈 길을 지도하면 좋겠다.  
 

▲ 에콰도르 로하페스티벌에서 갬블러크루가 공연하는 모습. ⓒ갬블러크루
▲ 에콰도르 로하페스티벌에서 갬블러크루가 공연하는 모습. ⓒ갬블러크루

Q. 어떤 관객을 만날 때 가장 의미와 보람을 느끼는가?
(리프) 문화예술의 소외‧취약계층 앞에서 공연하는 것이 제일 보람차다. 그분들 앞에서 공연하고, 그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볼 때 제일 뿌듯하다. 
(식) 도서산간 지역에 가서 공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지역 주민은 브레이킹을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갬블러크루가 '문화사절단'이라는 타이틀로 해외에 있는 한국 근로자나 교포를 찾아가 에너지를 전해주는 공연도 뜻깊다.  
(리프) 해외 공연으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 갬블러크루 이준학 대표, 소울소이(Soul soy). ⓒ갬블러크루
▲ 갬블러크루 이준학 대표, 소울소이(Soul soy). ⓒ갬블러크루

며칠 후, 크루 멤버에 이어 리더 겸 기업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1999년 힙합이라는 만화책과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 무대에 매료된 이준학 대표는 소울소이(Soul soy)라는 예명을 쓰며 활동했다.  

Q. 현재는 기업 경영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댄서로서의 활동은 멈춘 것인가? 
(소울소이) 그렇다. 그러나 여전히 춤에 대한 애정은 있어 멤버들이 무대에서 춤추며 관객과 소통하는 모습을 볼 때 대리만족을 느낀다. 2013년쯤에는 춤을 추면서 크루를 위한 비즈니스를 병행했는데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어 2017년부터는 춤을 내려놨다. 우리 크루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관리와 경영에 힘을 쓰고, 크루 댄서들이 춤에 더 매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Q. 브레이킹 크루가 기업 형태로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어떻게 크루를 기업화하게 되었나? 
(소울소이) 아직 기업이라는 명칭을 쓰기에 많이 부족하다. 멤버를 관리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로서의 역할, 공연을 상품화해서 홍보하는 일, 민간 및 공공기관과 우호관계 구축 등 해나가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갬블러크루가 체계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 회사 형태로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공연과 체험교육 제공 등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예비 사회적기업에 도전했다. 현재는 크루가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해 규모화하는 것이 목표다.  

▲ 갬블러크루가 용인 흥덕마을1단지 임대아파트에서 공연하는 모습. ⓒ갬블러크루
▲ 갬블러크루가 용인 흥덕마을1단지 임대아파트에서 공연하는 모습. ⓒ갬블러크루

Q. 갬블러크루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서 어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나?
(소울소이) 우리가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사회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본다. 2012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사업에 참여해 전국에 있는 소년원학교에 가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했고, 올해로 10년 이상 됐다. 이 사업으로 회사 수익은 없지만 소년원 학교에 있는 학생들이 춤을 통해 부정적 에너지를 발산‧해소하는 것에 의미를 느낀다. 처음에 학생들에게 춤동작을 알려주며 따라해 보길 제안할 때 학생들은 크루 멤버들을 째려보며 반항했다. 그래서 춤을 알려주기 전에 학생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함께 축구도 하며 놀았다. 그 과정으로 학생들은 마음을 열고 좋은 쪽으로 많이 변했다.  

▲ 선암호수노인복지관에서 갬블러크루의 공연을 보고 환호하는 관객. ⓒ갬블러크루
▲ 선암호수노인복지관에서 갬블러크루의 공연을 보고 흥겨워하는 관객. ⓒ갬블러크루

통일부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학교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을 했다.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와 국적은 한국이어도 한국말을 못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임대 아파트에 가서 거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도 3년째 이어오고 있다. 공연을 보신 노인 거주민께서 "내 나이가 이제 구십이 넘었는데 이런 공연 처음 봤네. 고맙네"라고 말해주셨을 때 굉장히 뿌듯했다. 춤으로 다양한 처지에 있는 국민에게 행복감을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나는 멤버들에게 우리 크루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하곤 한다.

Q. 공연 외에 시도하고 싶은 활동 또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소울소이) 지역마다 인구 감소 문제와 더불어 빈집이 많아지고 있다. 지역에 있는 유휴공간을 의료와 문화의 복합공간으로 활용해보고 싶다. 지역에는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지역민이 문화예술을 누리기 어렵다. 의료인과 예술인이 팀을 꾸려 지역에 내려가 머물면서 의료와 예술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면 해당 지역이 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라이프인 독자들에게


(리프, 식) 사회적으로 다들 어려운 시기에 제일 먼저 없어지는 것이 공연이다. 코로나19로 우리도 힘들었을 때가 있었지만 오히려 이때가 자기 개발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라 여기며 ‘우리가 잘하는 것을 계속하자’는 생각으로 멈추지 않고 연습했다.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내기 위해 계속 연구했다. 비대면 교육 및 스트리밍 공연, 버스킹 공연 등 주어지는 자리마다 도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독자 여러분도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으셨을 것 같다. 일부는 하시던 일을 포기하신 분도 계실 것이고, 애써 이어오신 분도 계실 것이다. 본인이 해오던 그 일과 노정이 맞는 것이라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하시기 바란다. 본인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항상 힘내시라는 응원의 말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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