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를 지키는 소비자-생산자의 '이인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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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농부를 지키는 소비자-생산자의 '이인삼각'
한살림 생산자연합회 청년위원회 나기창 위원장 인터뷰
  • 2022.09.29 12:00
  • by 정화령 기자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매해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곡물 자급률은 19.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심각한 수준이다. 기후위기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농가에 세대교체가 되지 않아 지속가능한 농업이 어려운 현실도 한몫한다. 2020년 전체 농가 인구 약 231만 명 중 20세 이상 40세 미만은 약 23만 6천 명으로, 전체의 10% 정도 수준이다. 많은 소비자, 특히 가치를 중시하는 친환경 농산물 구매자는 청년 농업인이 줄어드는 농업 현실에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단법인 한살림재단(이하 한살림재단)이 나섰다. 한살림재단은 지난 6월부터 친환경농법을 하는 청년농부를 알리고 지원하여 지역을 살리고, 장기적으로는 농업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청년농부지킴이' 사업을 진행하여 청년 생산자를 돕는 창구가 되고 있다. 청년농부지킴이는 한살림 생산자회에 가입한 청년 농부나 청년 농부 공동체를 대상으로 선정하고, 월별로 조합원에게 홍보하여 받은 후원금을 100% 전달하는 사업이다. 1만 원부터 후원할 수 있고 2만~2만 5천 원 이상 후원하는 기부자는 감사선물도 받을 수 있다. 
 

 ▲ 청년농부지킴이 소개 자료 중 일부. ⓒ한살림재단 

사업을 주관하는 한살림재단 관계자는 기부자들로부터 반응이 무척 좋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개인이 감사선물을 받을 수도 있고, 감사선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역사회에 필요한 곳에 기부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감사선물을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부금을 추가로 내는 일도 있다. 6월에는 유기농 참외가 감사 선물이었는데, 지역의 아동‧청소년 그룹홈에 후원할 수 있었다. 익명의 한 후원자는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유기농 참외를 먹을 수 있도록 사용해달라며 300만 원을 기부했다"라며 조합원들의 관심과 호응을 설명했다. 

이런 소비자의 움직임을 직접 농업에 종사하는 청년 농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청년 농업인의 오늘과 앞으로 방향에 대해 한살림 생산자연합회 청년위원회 나기창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수확을 앞둔 토종쌀 논을 배경으로 서 있는 나기창 위원장. ⓒ라이프인

■ 먼저 소개를 부탁드린다

대학에 다닐 때 IMF로 인해 경쟁 구도 사회로 급변하는 시기였다. 전공에 맞춰 취업했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계속 남아 있었다. 마침 이 지역에 한살림 공동체가 생겼고 부모님이 공동체에서 농사지으시는 걸 보면서 이런 방식의 농업이면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보다 빠른 28세에 귀농해서 벌써 16년이 지났다.

방울토마토, 로메인 상추, 양파를 주로 재배하고 5년 전부터는 종자를 지켜가고 싶다는 생각에 토종 쌀도 몇 종류 농사짓고 있다. 키가 커서 잘 넘어지고 까락(까끄라기, 짧은 털)이 있어 도정이 어렵지만, 열심히 우리 종자를 지키는 분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 가치를 실감하고 있다.

■ 한살림 생산자 연합회 청년위원회는 어떤 조직인지?

만 49세 미만의 생산자로 기후위기, 농업위기 시대에 한살림 운동의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250여 명의 청년 농업인으로 구성돼있다. 당사자들이 겪는 현실과 과제를 바탕으로 청년과 농업에 관련된 정책과 사업을 제안하고 수행한다. 그리고 청년 생산자들 간 교류와 교육의 장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청년 농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서 모이지 못했지만, 매년 여름 청년위원회 가족 700여 명이 모여 '가족 한마당'을 진행한다. 그리고 2‧30대를 위한 교류회와 지역 단위 모임, 농업 기술 교육이나 연수를 진행하며 서로 지지와 격려를 한다. 

■ 전국 조직인 한살림에 속한 생산자와 실제 농촌의 청년 현황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농촌 지역에 청년이 없어서, 수치보다 분포를 눈여겨봐야 한다. 내가 우리 공동체에서 16년 동안 막내였는데 내 위는 (50대가 없이) 바로 60대로 훌쩍 뛰어넘는다. 관행농보다 친환경이나 유기농이 어려우니 청년 수가 더 적을 수도 있겠다. 

■ 농촌에 청년들이 오기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그동안 청년 귀농 정책은 높은 소득을 위한 초기 투입비나 농지은행을 통한 임대 지원, 그리고 부족한 농업 기술을 보완하기 위한 교육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 청년이 농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배경과 동기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그들에게 농업은 생계유지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도시 생활에서 한계를 느끼고 귀농한 청년들이나 자연과 함께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고픈 사람, 부모님의 의지를 물려받아 전업농으로 성장하는 후계농, 절반은 농업 절반은 다른 본업을 하는 경우까지 다채로운 삶의 방식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청년들이 농촌이란 공간에 정착하려면 주거 문제를 비롯한 생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복지, 문화 프로그램 등 각자 욕구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라이프인 

■ 앞으로는 새로운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일단 농촌에 유입되는 루트가 무척이나 다양하다. 생계만을 위한 농업을 벗어나 다른 것들에 초점을 맞출 때이다. 한살림 내부에도 알게 모르게 '전통적인 농업인의 상'이 만들어져 있다. 그걸 탈피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투자나 사업 방면의 지원이 물론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지금 농촌 청년에게 활력을 주거나 귀농에 정착하는데 충분한 대안이 되지 않을 거라는 고민이 많다.

다행히 우리는 개별 생산이 아니라 공동체에 속해야 정회원이 될 수 있는 구조라 지역 공동체에서 하는 교육이나 활동들이 농촌에 녹아 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느끼기도 한다. 한 사례로 최근 기존 생산자의 출하량의 5%를 청년‧여성‧취약계층 생산자에 양보하는 '공유 약정제'를 결의했다. 현재 내가 가진 파이를 나눠서 여성이나 청년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우리 조직이 발전할 거라고 판단하신 거라 본다. 이렇듯 청년 문제를 조직 차원에서 대응하자는 시대적 판단이 있다.

■ 마지막으로 농촌에 정착하고자 하는 청년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단계적으로 적응해보고 결정했으면 좋겠다.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것보다 지역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보고 내가 정착하고 뿌리내려도 좋겠다는 판단이 서야 한다. 처음에는 농사가 아니더라도 관련된 일을 하면서 농촌에서 지내다가 농지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농촌 현실은 내 생각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도시나 농촌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한데, 일방적인 도피나 자유로움에 대한 동경과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는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처음부터 많은 투자를 하거나 '나는 꼭 정착할 거야'라고 굳게 마음먹고 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과정을 경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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