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협력과 사경]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오라" 제로웨이스트 활동이 어떻게 국제개발협력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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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협력과 사경]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오라" 제로웨이스트 활동이 어떻게 국제개발협력으로 이어질까
알맹상점 망원 본점·서울역 리스테이션 탐방 및 인터뷰
  • 2022.09.16 15:00
  • by 코이카 '사회적경제와 ODA' 동아리팀(박진아, 신민철, 임예지, 최혜령)
11:02

국제개발협력 분야 안에서 사회적경제와의 접점을 모색하는 시도가 이루어진 지 수 년이 지났습니다. 사회적경제가 지향하는 연대, 협력, 지역 기반 활동과 같은 가치들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도 유효한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현재는 코이카(KOICA)를 포함한 다양한 기관에서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려는 사회적기업가를 발굴 및 육성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도상국 진출 사업은 낯설고 문턱이 높게 여겨지는 영역입니다. 이에 코이카와 라이프인은 코이카 직원 학습공동체인 '사회적경제와 ODA'(사오다)의 기고를 통해, 국제개발협력 내의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담론과 현황, 사례를 탐색하고 코이카가 해당 분야에서 축적해온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동민산업협동조합이 인도네시아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방 정부, 폐기물 수거 업체, 지역 주민과 함께 자원순환 네트워크 행사 워크숍에 참여했다. ⓒ동민산업협동조합
▲ 동민산업협동조합이 인도네시아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방 정부, 폐기물 수거 업체, 지역 주민과 함께 자원순환 네트워크 행사 워크숍에 참여했다. ⓒ동민산업협동조합

ESG, 가치소비 등 지속가능한 환경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국내 무상원조 대표기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환경경영 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하며 글로벌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내부 경영은 물론, 코이카가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 유형 내에서도 기후·환경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내 플라스틱 리사이클 생산라인 및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나 한-인니-동티모르 태양광 에너지 접근성 향상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전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원이나 노하우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러한 지원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코이카 사내 학습동아리 '사회적경제 ODA'(이하 사오다)는 개발협력 분야에서 지향해야 할 환경 주류화 방향을 고민해 왔다. 사오다는 이미 개발도상국에서도 시작된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바라보며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직접 경험하고 국제개발협력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 논의해 보고자 했다. 가장 먼저 국내 제로웨이스트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알맹상점을 방문하여 사업 현장을 체험하고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알맹상점은 서울에서 두 곳의 사업장을 운영 중으로, 망원동에 본점이 있고 서울역 옥상정원에 카페형 알맹상점 리스테이션(리사이클 스테이션, Recycle Station)이 있다. 사오다는 이 두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장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업현장을 둘러보았다. 현장 방문에 앞서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 책의 저자이자, 국내 제로웨이스트 운동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이주은 알맹상점 공동대표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 알맹상점 망원동 본점. ⓒ코이카
▲ 알맹상점 망원동 본점. ⓒ코이카

Q. 알맹상점은 소비자가 직접 매장을 방문해야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다소 불편함이 있는 상점입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수 지지자들의 환경운동을 넘어서서 제로웨이스트 상품의 대중화를 위한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시장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변하면서 이젠 오프라인 시장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워졌죠. 하지만 제품의 쓰레기를 최소화한다는 의미로, 배송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접 와서 볼 수밖에 없는 공간이 되면서 특별한 주류가 형성되는 것 같고,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소위 '힙(Hip)하다'는 인식이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용기를 가져와서 펌프질을 하고 알맹이만 담아가며 쓰레기를 줄여 보기도 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들을 가지고 와서 직접 나만의 굿즈를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하고, 시민의 캠페인에 직접 서명도 해 보며 변화의 물결을 함께 만들어 보는 것으로 오프라인만이 가지는 따뜻한 온도가 만들어지며 지속가능하게 운영되지 않나 싶습니다.

Q.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알맹상점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중들의 인식 개선과 참여를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긍정적인 방향을 이끄는 캠페인에 참여하고, 그 변화들을 재밌어 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브리타 어택'도 한 사람의 목소리가 두 사람이 되고 세 사람이 되며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한 서명운동으로 이어져 결국 브리타 본사는 한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필터 회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시민과 함께한 서명운동과 활동들이 기업을 변화하게 하고, 국가 정책을 변하게 합니다. 물론 캠페인들이 항상 성공하진 못하지만, 관심을 갖고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앞으로 다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내용을 공유하면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알맹상점은 비영리단체가 아닌 비즈니스를 지향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사업도 지속가능하려면 수익 창출이 중요할 텐데요. 이를 위한 대표님의 생각이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발걸음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 물건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의 가치를 전달하고, 교육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연대 플랫폼' 공간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속적으로 상점에 방문할 이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알맹상점의 경영 방식을 NPO, NGO가 아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친환경'으로 돈을 벌긴 어렵다는 인식을 깨고 싶었고, 캠페인을 하는 NPO, NGO 사업들은 후원을 받고 진행을 하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활동하는 것에 제약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번 돈으로 자급자족하며 우리가 하고 싶은 캠페인을 진행해 보자'라는 생각을 갖고 개인사업자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Q.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을 보면 청년 세대가 제로웨이스트 문화에 압도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알맹상점의 주요 고객군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코로나19와 여러 이상기후로 인해 기후위기를 체감하면서 어떻게 해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소위 'MZ 세대'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재미있게 실천하는 방법들과 '소비를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기업과 국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 등 가치소비 인식들이 퍼지면서, 방법을 찾아보고 직접 실천하게 된 것 같아요. 이런 문화의 변화가 MZ 세대를 통해 지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대표와의 인터뷰 이후, 서울역에 위치한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에서 근무하는 신예원 매니저를 만났다.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은 제로웨이스트 숍과 철저하게 비건, 다회용품만 취급하는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카페에서 비건 음료와 함께 내어준 과자를 식음하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몇 가지 질문을 나눴다.

▲ 서울역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에서 만난 신예원 매니저(중앙). ⓒ코이카
▲ 서울역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에서 만난 신예원 매니저(중앙). ⓒ코이카

Q. 알맹상점에서 일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채식을 하고 있고,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관련 캠페인을 통해 대표님을 알게 됐고, 대표님께 직접 연락하여 인턴으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 후에 리스테이션이 열리면서 지금 자리를 제안 받아 직원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Q. 카페에 빨대도 없고, 컵도 직접 씻어서 반납해야 합니다. 고객들이 어려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이 주로 찾아오는지, 운영상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옥상공원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카페가 보고 예쁘다고 들어오시면서 여기가 제로웨이스트 상점인 것을 알게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직접 컵을 씻어야 한다는 것에 놀라기도 하지만, 카페의 성격과 취지를 설명해 드리면 문제없이 잘 따라주시고, 100% 반환해 주십니다.

Q. 알맹상점에서 수거하는 물품의 재활용률은 얼마나 되나요? 수익성 사업이 아닌 '쓰레기 수거'를 계속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재활용률은 100%이고, 모든 물품의 용처 및 처리업체가 연계되어 있습니다. 우유팩 같은 경우, 주민센터에서 수거하고 있으며 주거 지역 내에서 수거하여 처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주민센터에서는 우유팩 수거함을 신청하면 수거함을 설치해 주면서 지역 안에서 자원이 순환되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알맹상점에서 이렇게 자원순환 업무를 하는 것은 상징성이 있기도 하고, 자원이 재활용되는 것을 고객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Q. 매장을 둘러보니 한국에서 제조하지 않은 상품들이 꽤 있고, 플라스틱 제품도 있습니다. 보통 '제로웨이스트'라고 하면 플라스틱은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데, 플라스틱 제품을 비치한 이유가 있을까요?

플라스틱이라고 해서 제로웨이스트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경계하고, 플라스틱이라도 다회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제로웨이스트의 취지에 적절하다고 봅니다. 물건을 들여올 때 우리가 우선 고려하는 것은 알맹이를 팔기 위해 포장을 벗겨야 하지는 않는지(무포장 여부),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제품인지, 재사용 가능한지, 비건 제품인지 등입니다. 중국 같은 타 국가에서 들여오는 물건도 알맹이만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하고 들여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격 경쟁력을 위해 국산 물건이 아닌 해외 제품도 선택하게 됩니다.

 

서울역 리스테이션에서 신 매니저와의 즐거웠던 인터뷰를 마친 뒤 알맹상점이 태어난 곳, 알맹상점의 본점을 방문했다. 마감 1시간 전, 손님 응대와 함께 매장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두 매니저와 간단히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오다 멤버들이 알맹상점 본점을 방문해 현장 매니저(좌)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코이카
▲ 사오다 멤버들이 알맹상점 본점을 방문해 현장 매니저(좌)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코이카

Q. 청년 여성들이 알맹상점을 많이 찾는다고 알고 있는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남성 고객들은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나요?

아무래도 가사노동이 아직 여성의 업무로 인식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파는 물품 중 세탁세제, 주방세제 같은 제품들도 많은데, 이런 물건은 주로 가사를 하는 사람들이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점에 귀엽고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많은 것도 여성들이 더 많이 찾아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남성 고객층 중에서는 자취하는 20대 남성들이 가장 많이 방문합니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함께 오는 남성, 아내 요청으로 물건을 사러 오는 남성도 많습니다.

Q. 코이카가 사업으로 지원한 닥터노아, 쉐어라이트 등의 제품들도 숍에서 꽤 보입니다. 개발도상국에서 가져오는 물건도 있는지, 얼마나 수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많지는 않지만 네팔에서 가져오는 공정무역 인형, 수저주머니 같은 물건들도 있고, 베트남 등에서 들여오는 물건도 있습니다. 대표님들이 판매처에 개별적으로 연락해서 제품을 직접 들여옵니다. 아무래도 주요 고객층이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분들이다 보니,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도 높아서 수요는 꽤 있는 편입니다. 코이카에서 공정무역 단체를 지원하는지는 잘 몰랐는데, 협력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 사오다 멤버들. ⓒ코이카
▲ 사오다 멤버들. ⓒ코이카

알맹상점 인터뷰와 현장 방문을 통해 제로웨이스트 소비 문화의 대중화와 인식개선, 지속가능한 친환경 비즈니스, 그리고 개발도상국과 코이카와의 협업 방향 등 꽉 찬 '알맹이'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단순한 판매를 넘어 그 물건의 가치를 전달하고 교육과 실천까지 이끌어내는 알맹상점의 정신(Spirit)과 비전을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이 필수 불가결한 가치로 떠오르는 요즘, 사오다는 이러한 비전과 가치가 선진국을 넘어 개발도상국에서도 주류화되고 전파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느꼈다. 특히 "소비를 변화시키는 것만으로 기업과 국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주은 대표의 말은 코이카가 개발도상국 내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과 소비 변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중요한 숙제를 남겼다.

알맹상점에서 코이카 기업협력사업인 CTS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닥터노아 칫솔, 쉐어라이트 제품들을 만날 수 있어 참 반가웠다. 또한, 코이카에서 지원하는 개발도상국 제품들이 알맹상점에서 판매되어 생산지 주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는 한편,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상품군이 소개되는 미래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보았다.

"긍정적인 방향을 이끌고 그 변화들을 즐기게 한다"는 알맹상점의 가치를 기억하며, 소비자인 나부터 그 변화의 시작점이 되면 어떨까? 이 글을 읽는 독자 하나하나가 국가와 기업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동시에, 그 변화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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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사회적경제와 ODA' 동아리팀(박진아, 신민철, 임예지, 최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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