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인터뷰] "공공기관 '부채 규모'가 문제? '부채 비율' 오히려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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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인터뷰] "공공기관 '부채 규모'가 문제? '부채 비율' 오히려 줄었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인터뷰
  • 2022.08.29 18:36
  • by 노윤정 기자
09:57

라이프인은 8월 한 달간 '공공기관 존재의 이유'를 주제로 최근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8월 24일 기획을 마무리하는 자리로,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과 독자들이 모여 공공기관 혁신과 공공기관이 우선해야 할 가치에 대해 묻고 답하는 '열린 인터뷰'를 진행했다.

 

▲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새 정부가 들어서며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추어 사업을 수행할 공공기관에도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개편',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공공기관의 강력한 쇄신을 주문했다.

공공기관의 혁신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혁신' 의지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공공기관 개혁의 방향이 공적 영역의 축소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보면,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민간과 경합하거나 비핵심적인 기능의 규모 축소 및 민간 이양, 자산 매각, 경상경비와 업무추진비 예산 삭감, 조직·인력 감축 등의 방안을 요구한다. 명목은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인데, 이와 같은 정책 기조 때문에 공공기관을 사유화(민영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나온다.

과연 정말로 공공기관이 '방만한 경영'을 하여 재정 상황이 악화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뼈를 깎는 강도 높은 혁신'이 필요할까? 공공기관 혁신을 이야기할 때 수익성과 효율성 등 재무적 가치뿐 아니라 공공기관 존재 이유인 공공성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이와 관련하여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 24일 '라이프인 열린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 24일 '라이프인 열린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 많은 시민이 공공기관 경영이 방만하게 이루어진다고 여기는 듯하다. '공공기관 정책 인식도 조사 결과'(한국리서치, 7월 실시)를 보면 일반 국민의 63.8%, 전문가의 64.9%가 공공기관 방만경영이 심각하다고 답했고, 일반 국민의 71.8%, 전문가의 77.3%는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민간 기업과 비슷한 잣대로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대고객 서비스' 면에서 공공기관이 민간 기업보다 부족할 수 있다. 그러면 시민들은 공공기관이 경영을 잘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의 경영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보여주지 않은 채 '공공기관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곧 실제로 공공기관 경영이 방만하게 이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보면 공공의 역할을 축소하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공공기관 관련 정책들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구조조정'이다. 공공기관이 방만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고자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면 '공공기관이 정말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방만한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생산성, 효율성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새 정부는 공공기관의 혁신을 이야기하며, 공공기관 방만 경영의 근거로서 '부채가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민간 기업을 보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을 봐도 어마어마하게 부채가 많다. 부채의 절대 액수가 아니라 부채 비율(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 중요하다. 민간 기업 회계를 평가할 때도 보통 부채 비율로 평가한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부채 비율 지표는 점점 개선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선 공공기관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인지 따져봐야 한다.

■ 공공기관 부채 비율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면, 현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에서 '경영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책을 평가할 때 이익, 이념, 제도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현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은 '이념'에 가깝다. '공공기관은 효율적이지 않은 기관이니까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미 박힌 상태에서 공공기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공공기관 경영 상태는 수치만 보면 놀라울 정도로 좋아지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을 민간 기업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철도를 예로 들어 보겠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는 KTX 차표 값이 2만 5천 원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서울에서 대전까지 자가용을 운전해서 가도 그보다는 비용이 더 든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원가가 매출액보다 크다는 의미다. 이처럼 공공기관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민간 기업과 동일한 잣대를 대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런데, 심지어 민간 기업 평가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경영 상태가 많이 개선됐다. 그럼에도 '공공기관은 효율적이지 않은 조직'이라는 답을 정해 두고, 무조건 정원도 예산도 못 늘린다고 말하면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이건 현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는 데도 마이너스 요소다.

■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에 대한 공공기관 내부의 의견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내부 종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다. 재무적 평가를 중심으로 경영평가가 바뀌면 공공기관이 어떤 선택을 할까. 자산을 매각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청사 매각이다. 그런데 일할 곳은 필요하니, 결국 청사를 팔고 나서 세를 내고 다시 들어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매각 비용이 들어오니까 당장의 재무제표 지표는 좋아지겠지만, 월세를 계속 내야 하지 않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재정 안정성을 더 해치는 일이다. 그런데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이 바뀌면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곳들은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고, 그 여파는 아마 다음 정부, 혹은 그다음 정부에서 나타날 것이다.
 

▲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공공기관 사업은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경우, 전기요금을 연료비 상승에 맞춰 인상했다면 적자를 줄일 수 있었겠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요금을 올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공공기관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도 있겠다.

한전 적자 문제의 핵심은 연료비가 상승했는데 전기료를 올리지 못 했다는 점이다. 한전이 사유화됐을 때와 공기관으로 남았을 때를 가정해 보자. 한전이 계속 적자 상태일까. 아닐 것이다. 2016년도에는 12조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때는 유가가 낮았기 때문이다. 유가가 낮아진다고 해서 한전이 전기요금을 낮추지는 않는다. 그런데 유가가 오른다고 전기료를 크게 올리지도 않는다. 이렇게 한전은 유가 하락 시 적자를 보전하고, 유가가 오를 때 요금 상승률을 제한하며 전기를 공공재로서 제공한다. 그런데 민간 기업이라면 어떨까. 유가 하락 시 전기료를 내리지 않는 것은 공기업과 같겠지만, 유가 상승 시에는 공기업과 달리 전기료를 크게 올릴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민간 기업의 가격 결정에 개입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가 사유화되면 곤란하다. 우리는 전기 없이 생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부채 비율을 따졌을 때 한전에 크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내년에 유가가 지금보다 내려가면 부채 규모도 줄어들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전을 연료비 급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로 만드는 일이다.
다른 예로, 대한석탄공사의 경우에도 경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석탄 산업이 기후위기 악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니 사업을 더 할 수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재정을 크게 투입해서 노동자들의 생계 수단을 마련하고 사업을 전향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그 해의 재무제표 지표는 안 좋아지겠지만, 정부라면 한 번쯤 큰돈을 들여서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 한국전력공사 누리집 화면 갈무리.
▲ 한국전력공사 누리집 화면 갈무리.

■ 공공기관에서 '혁신'이 꼭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시민들이 공공기관이 방만하게 경영된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민간 기업에서 받는 서비스와 공공기관에서 받는 서비스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에서는 고객 응대가 매출과 회사 명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고객 서비스를 굉장히 타이트하게 관리한다. 그런데 공공기관은 그런 마인드로 접근이 안 된다. 그러면 공공 서비스 제공자의 마인드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강조된 적이 있었나 싶다. 공공 서비스 제공자라는 인식을 공공기관이 조금 더 강하게 가지는 것이 정말 혁신이 아닐까.

■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인 '공공성'과 기관이 존속하기 위해 추구해야 하는 '경영 효율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에 공공성과 효율성의 균형을 맞추려는 요소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 공공성과 함께 수익성을 담보하도록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가 모두 포함돼 있고, 공공기관들은 이 제도를 통해 매년 평가받고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이나 포상 등을 받는다. 현재 경영평가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잘 발전시키면 공공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요소를 모두 확보하도록 해줄 것이다.
공공기관은 공공성과 수익성을 모두 추구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공공재를 공급하는 입장이지만 적자를 마냥 늘릴 수만은 없다. 그런데 둘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둬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공공성이라고 답하고 싶다. 공공기관이 수익성을 추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본인들이 공급하는 공공재의 가격을 올리면 된다. 그러면 아마 대기업 부럽지 않은 영업이익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전기, 수도, 철도와 같은 것들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필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제공되는 가격이 높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공공기관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런데 사실 최근 10년 지표를 보면 공공기관 수익성에 큰 문제는 없다. 한전의 부채 규모를 많이 언급하는데, 한전에서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일단 연료비가 올랐고,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도 있었다. 이런 면들을 고려해서 제대로 된 공공기관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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