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꿈이 있다면 끈질기게 버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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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꿈이 있다면 끈질기게 버티세요"
사회적기업 '농업회사법인 김포농식품 주식회사' 배효원 대표 인터뷰
  • 2022.06.29 10:30
  • by 이인경 객원기자
08:09

이인경 前성북구마을사회적경제센터장이 라이프인 객원기자로 참여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사회적경제조직을 돋보기로 자세히 살펴보며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배효원 농업회사법인 김포농식품 주식회사 대표. ⓒ이인경
▲ 배효원 농업회사법인 김포농식품 주식회사 대표. ⓒ이인경

"꿈이 있다면 끈질기게 버티세요. 발품을 팔아 배우고 협동하며 힘을 키워요."

대답은 짧고 명확했다. 기업가로서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작은 기업이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동료들과 협력해서 가치 있게 만들고, 유기농 농사를 지어 농사가 만물의 근원이라는 것을 올바른 말로 인식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자신의 일들을 옛날 이야기 들려주듯 풀어 놓았다. 사회적기업인 농업회사법인 김포농식품 주식회사(이하 김포농식품) 배효원 대표다.

배 대표는 결혼 후 남편의 고향인 김포로 와서 농사일을 시작했다. 김포의 대표적인 농산물인 쌀과 유기농 작물을 농사짓다가 농업회사 법인을 설립했고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지 10년이 넘었다. 쌀 등 유기농산물 가공 식품을 마을 어르신들과 만들고 판로를 찾기 위해 특판전이 열리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갔다. '엄마의 마음과 농부의 정성으로 만든다'는 의미가 담긴 마미's라는 브랜드 구축, 제품 디자인, 특허 취득, 온라인 판매 시스템 구축, 기계설비 증설 및 공장 확충, 해외 수출 등을 이루기까지 그가 발품을 팔아가며 배워 온 노하우가 빼곡히 담겨있다. 배 대표는 다행스럽게도 사회적기업 지원 제도가 있어서 자금조달이나 사업 안정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최근 그의 관심은 로컬푸드와 생산 과정에서의 플라스틱 제로화 실현에 집중되고 있다. 농산물 가공식품은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닐을 쓰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유과 같은 과자류는 바삭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속포장재로 비닐을 쓰게 되거든요. 비닐 포장재에 인쇄를 하지 않거나 겉포장재에도 잘 떼어지는 스티커를 써서 재활용되도록 해보자는 거죠. 포장재 인쇄를 덜하면 원가절감도 할 수 있으니 어려울 것은 없어요."

장기적으로는 소비자가 직접 용기를 가져와서 담아가는 판매 방식으로 가게를 운영해 보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숍에서 세제를 필요한 만큼만 담아가는 것처럼 농산물도 필요한 만큼 담아가도록 하자는 것인데, 일반 마트와 다른 형태의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해 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생산자로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자 선호라는 벽에 부딪혀 포기할 때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쌀과 잡곡류를 활용해 간편식 제품을 만들었는데, 소비자들이 대용량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로컬푸드 매장에 유기농 채소를 납품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유기농산물이어서 선택하기보다 가격이 싸고 모양이 좋고 가져가기 좋게 포장된 제품을 원했다. 소비자에게 생산자인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도 고민 중 하나다.

▲ 농산물. ⓒ이인경
▲ 소소한 농 플리마켓에서 판매한 농산물. ⓒ이인경

배 대표는 11년째 풀과 전쟁을 벌이며 비닐 멀칭(농산물을 재배할 때 경지 토양의 표면을 짚이나 비닐 따위로 덮는 일) 없이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다. 멀칭이 병충해를 막아주고 풀매기의 수고로움을 덜어 주기는 하지만, 폐비닐로 인해 발생하는 토양과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서 멀칭을 하지 않는 것이다. 새벽부터 밭둑의 황토색 흙이 드러날 때까지 풀을 뽑고 농작물을 수확해 시장에 내놓고 가공품을 만든다.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라는 말이 올바른 말이 되는 세상을 위해서 기쁘게 일한다고 한다.

배 대표는 제품이 잘 팔린다고 소비자에게 약속한 정직한 생산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그동안 쌓아 온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 기업의 문을 닫게 되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지난 10년간의 사회적기업 운영 과정에서 경험했다. 그래서 유기 가공식품 설비를 활용해 위탁가공을 할 때에도 입고되는 원료에 대해 원칙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원료의 생산, 이동 과정에서 불순물이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관리는 생산 과정에 대한 철저한 통제와 관리에서부터 시작되며 기업가로서 책임은 말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생산원칙을 지키고 통제하는 것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농업회사법인 김포농식품 주식회사에서 판매하는 유과. ⓒ이인경
▲ 농업회사법인 김포농식품 주식회사에서 판매하는 유과. ⓒ이인경

기업가로서의 책임과 원칙에 대한 그의 생각은 김포 지역 안에서 사회적경제기업 간 협력으로도 나타난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의 이합집산이나 협력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에서 비켜나 김포 지역 안에서 협력자들과 윈윈(Win-win)하는 사업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배 대표는 "어쩌다 보니 3개 정도의 네트워크와 협동조합에서 임원을 맡아서 일하게 됐어요. 작은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협동을 잘해야 해요"라며 "김포 지역도 협동조합까지 포험하면 2백여 개 사회적경제기업이 활동하고 있는데 네트워크의 회원 수를 늘리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협동의 가치와 원칙을 지키며 활동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기업가는 누구에게서든 배워야 한다며 코로나19로 비대면 상황에서 만남의 기회가 줄어든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배 대표가 말하는 협동은 부족한 자원을 얻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것들을 꺼내 놓아서 같이 잘 살아나가는 신뢰의 관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사회적경제기업의 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정책 지원이나 규모가 늘지 않아 기업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는 민관협력을 이끌어 가는 내적인 역량과 협력의 기술을 잘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배 대표는 "지난해 9월 전문인력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이 아직까지 지원금을 못 받고 있다고 해요. 기업은 자금조달 계획을 세울 때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방안을 고려하는데 약속된 정책자금이 제때 조달되지 않으면 타격을 받잖아요. 사회적 일자리 지원금도 지속적으로 지원 비율이 낮아지고 있어서 사회적기업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으며, 공공구매보다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지역 안에서 소비자들에게 사회적경제기업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와 인프라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사회적경제를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설 투자를 정책자금을 받아서 했는데, 올해 원리금 상환기한이 도래했어요. 유기농 땅을 팔아서 빚을 갚아야겠다고 하고 있는데, 아들이 '팔 땅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네'라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에 사회적경제기업 대출 공고를 보고 신청서를 작성하다가 포기했어요. 서류가 복잡하고 까다로운데다 심사용 자료를 7부나 제작해서 제출하라고 하는데 포기하고 땅을 팔자고 결심했어요"라는 것이다. 

▲ 6월 11일 김포아트빌리지센터에서 열린 소소한 농 플리마켓 토요장터에 배효원 대표와 젊은 농부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인경
▲ 6월 11일 김포아트빌리지센터에서 열린 소소한 농 플리마켓 토요장터에 배효원 대표와 젊은 농부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인경

그동안 지역에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던 기업 중에 인증을 반납한 사례들도 보았다. 하지만 배 대표는 '사회적기업 김포농식품'은 아니더라도 지금 하는 일은 지속할 것이라고 한다. 몇 년 전 배 대표의 아들(정재봉 김포청년농부협동조합 이사장)이 쌀 농사를 시작했다. 마케팅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배 대표를 돕던 아들은 '김포시 4H 연합회' 회원으로 참여해서 몇 년 동안 젊은 농부들을 조직하고 생산자협동조합과 마케팅 전문 협동조합 2개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배 대표의 협력자이자 든든한 지원자가 된 것이다. 젊은 농부들은 '소소한 농'이라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매월 두 번째 토요일마다 장터를 열고 있다. 신선채소며 특허받은 가공식품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김포농식품도 이들에게 유과와 조청 등 제품을 납품한다. 

김포농식품은 이 젊은 농부들이 잘 성장하도록 지원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도 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김포 지역의 농업 특성이 가족농, 소농중심이고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농업 인구가 2% 미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배 대표는 젊은 농부들이 대를 이어 농사지으며 사회적경제기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선배로서 멘토를 자임하고 있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끈질기게 버티면 된다. 버티는 힘과 기술은 부지런히 배우고, 사회적 책임감으로 같이 일하면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 앞으로 3년 정도 더 열심히 일하다가 은퇴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염색 일을 하고 싶다는 배 대표가 지역의 사회적경제도 김포농식품도 세대교체를 이루어 새롭게 꾸는 꿈이 손조롭게 실현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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