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우리를 이롭게 하리라, '혁신'과 '사회적 책임'이 조화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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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이 우리를 이롭게 하리라, '혁신'과 '사회적 책임'이 조화된다면
'제1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 23일 개최
'노동의 미래' 저자 겸 이코노미스트 수석편집자 라이언 아벤트·옥스퍼드대 잔드라 바흐터 교수·옥스퍼드대 선임연구원 겸 前 영국 총리전략팀 정책자문관 대니얼 서스킨드, 기조세션 진행
  • 2022.06.24 14:31
  • by 노윤정 기자, 오대산 인턴기자, 임수정 인턴기자
▲ ⓒ라이프인
▲ '제1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이프인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블록체인, 자율주행, 무인비행장치(드론). 이와 같은 용어들이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은 시대가 됐다. 그만큼 기술은 빠르게 발달하고 디지털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은 바로 디지털 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책임이다. 새로운 기술이 사회 구성원이 합의한 윤리와 규범에 어긋나게 사용되지는 않는지, 기술 발달이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타인과 자연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진 않은지, 기술 발달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사람은 없는지를 두루 살펴야 한다.

'사람과디지털포럼'은 바로 이러한 디지털 사회 이슈를 다루는 자리로 마련됐다. 23일 그래비티 서울 판교에서 열린 '제1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은 "함께 가는 디지털의 혁신과 책임"이란 주제로 개최됐으며, 개회식과 3개의 기조세션, 원탁토론, 점심 특강, 이슈대담, 특별세션, 그리고 사람과디지털연구소의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순으로 진행됐다.

■ 사람을 소외시키지 않는 기술 발전을 논하다

▲ 라이언 아벤트(Ryan Avent) 이코노미스트 수석편집자. ⓒ라이프인
▲ 라이언 아벤트(Ryan Avent) 이코노미스트 수석편집자 겸 '노동의 미래' 저자. ⓒ라이프인

첫 번째 기조세션에서는 이코노미스트 수석편집자이자 '노동의 미래' 저자인 라이언 아벤트(Ryan Avent)가 '플랫폼경제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사회규약'을 주제로 하여, 과거 산업화 시대의 사회 변화를 살펴보고 디지털 사회로 변화하는 현재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했다.

산업화로 인한 빠른 경제·기술 발전은 시장에서 '독점' 체제를 형성했다. 독점은 공급 감소와 소비자 선택의 어려움을 야기하고,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함을 초래한다. 또한 시장이 첨단 산업에 집중하고 대기업 위주로 작동하면서 경제 성장으로 발생한 이익이 불평등하게 공유됐다. 이러한 점은 지금 우리 사회에도 적용되지만 아벤트는 "산업화 시대와 디지털 시대는 유사하기도 하지만 차이점도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기업들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소득 규모가 적은 노동자들도 혜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맥락에 따라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과거와 현재 동일하게 마주한 문제는 '사회적인 조정'의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벤트는 "사회가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화 이후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고 노동자들이 자본가들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를 받게 됐다. 한편으로는 교통과 언론이 발달하면서 국제적인 수준의 커뮤니티, 공동체가 연결됐다. 이러한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은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정 문제에 직면하게 했다. 아벤트는 산업화 초기 노동자들이 정치적 힘을 발휘해 고용주와의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우리가 힘을 모아 집단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도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 보호나 정보이익분배 등의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벤트는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데이터'에 집중했다.

다만 아벤트는 "오늘날 사회적 조정 문제가 와해되기 쉽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 예시로 '스마트폰' 사례를 들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데, 스마트폰에 매몰돼 서로를 의식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아벤트는 "다 같이 스마트폰을 보지 말자고 합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일상이 변할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밝혔다.

한편 아벤트는 "디지털 기술이 민주주의를 갉아먹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산업화 시절 도입된 민주주의가 사회 조정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지난 10년간 민주주의 지수가 하향 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아래에서 위로 접근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벤트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그만해야 한다. 선진국이 누리고 있는 혜택들은 지금까지 사회 구성원이 노력한 결과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디지털 시대에서 조정 문제 해결 및 디지털 사상을 반영하고 조화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며, '규범과 가치를 형성하는 것은 집단의 책임이지만, 집단의 책임은 곧 개인에게서 시작된다'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 잔드라 바흐터(Sandra Wachter)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터넷연구소 수석연구원. ⓒ라이프인
▲ 잔드라 바흐터(Sandra Wachter) 영국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 수석연구원. ⓒ라이프인

이어 영국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잔드라 바흐터(Sandra Wachter)의 '빅테크의 알고리즘, 인간화 방안의 모색' 발표가 진행됐다.

바흐터는 데이터를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빅테크의 알고리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만약 대학교수를 구인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 데이터를 활용하면 과거에는 교수를 어떻게 채용했는지, 이상적인 교수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유사한 성향을 가진 구직자를 뽑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의사결정이 항상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면 매우 좋은 기술이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가 알고리즘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보면 편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빅테크 기업은 사용자의 인종, 성별, 나이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누구와 관계를 맺고 있고 어떤 게시글을 올렸는지 등을 토대로 한 개인에 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소득 하위계층에는 부동산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하거나, 흑인에게는 구인 광고를 제외하는 등의 일이 발생한다. 그동안 회사 조직 관리자가 중년 남성 위주였기에,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인공지능은 적합한 능력을 갖췄더라도 30대 초반 여성은 관리자 후보에서 제외할 것이다.

바흐터는 "사람들은 자신이 빅테크 기업에 의해 분석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빅테크 기업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광고는 중립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차별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빅테크 기업의 편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규제할 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바흐터는 알고리즘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막기 위한 해결책으로 편향성을 감지할 수 있는 '편향성 테스트'를 제시했다. 해당 테스트는 법이 지향하는 가치, 사법재판소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등을 알고리즘에 담아, 알고리즘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한 상황을 감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알고리즘으로 인한 문제는 존재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계속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 대니얼 서스킨드(Daniel Susskind) 前 영국 총리전략팀 정책자문관 겸 옥스퍼드대학 인공지능윤리연구소 선임연구원. ⓒ라이프인
▲ 대니얼 서스킨드(Daniel Susskind) 前 영국 총리전략팀 정책자문관 겸 옥스퍼드대학 인공지능윤리연구소 선임연구원. ⓒ라이프인

마지막 기조세션 발제자는 전(前) 영국 총리전략팀 정책자문관이자 옥스퍼드대 인공지능윤리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대니얼 서스킨드(Daniel Susskind)였다. 그는 '자동화'를 키워드로 하여, 비약적으로 이루어진 기술 발달과 일자리 감소, 그리고 실업 증가에 따라 발생한 사회문제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서스킨드는 "과거에는 어떤 기계가 자동화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인간이 옆에서 업무를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는 것을 가정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업무를 파악하고 설명해서 기계를 트레이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인간이 업무 처리 과정을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 업무는 정형화되고, 정형화된 업무는 자동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의학적인 진단이나, 날아가는 새를 보고 그것을 새라고 인지하는 것과 같은 작업은 비정형화된 업무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업무를 보고 비정형화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자동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은 '자동화'를 이야기할 때 정형화된 일과 비정형화된 일의 차이를 논하는 것이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인간이 업무의 처리 과정을 판단하여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기계가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서스킨드는 앞으로 기계가 점차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러한 '업무의 침범'이 이루어지면 사람들의 일자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서스킨드는 단순히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여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교육 수준과 경력에 맞는 직업을 찾기 어려워져 자발적으로 실업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증가할 수 있다는 말을 전했다. 아울러 자동화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 심화, 기업이 가진 정치적인 영향력 역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로서 제시했다.

'자동화'는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경기 침체, 집단 작업 불가능,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다양한 기술적 실험 시도로 인한 사회적 수용성 확대 등의 이유로 가속화됐다. 서스킨드는 이와 같은 변화에 대응하려는 방안으로서 '교육'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언제 무엇을 가르칠지를 생각할 때 우리는 '불확실성'을 상정한다. 불확실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연성'이다. 그래서 평생학습을 해야 한다. 평생학습을 통해 우리는 변화하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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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정 기자, 오대산 인턴기자, 임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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