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교역 5년' 발랑곤 바나나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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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교역 5년' 발랑곤 바나나를 아시나요?
  • 2022.05.18 09:00
  • by 노윤정 기자
▲ ⓒ라이프인
▲ '2022 민중교역포럼-발랑곤 바나나를 더 달콤하게'가 13일 서울 두레생협연합회 메인홀에서 진행됐다. ⓒ라이프인

바나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과일 중 하나다. 농촌진흥청이 이달 발표한 '소비자 과일 선호도 변화와 요인'만 보더라도, 최근 5년 사이 국내 소비자가 가장 많이 구매한 과일 3위에 바나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바나나는 부드럽고 달콤해서 누구나 좋아하고 일상에서 많이 소비하는 과일이다. 그러나 바나나 재배와 교역의 역사를 보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대농장 방식으로 재배되다 보니 상품성 있는 특정 작물만을 생산하여 종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많은 환경문제와 노동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민중교역이다(두레생협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 교류와 연대, 서로의 삶을 책임지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생산자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매개 또는 문제 해결 방안으로서의 교역이라는 의미로 '민중교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우리가 바나나를 민중교역 방식으로 생산하고 소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2022 민중교역포럼-발랑곤 바나나를 더 달콤하게'가 지난 13일 서울 두레생협연합회 지하 메인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해외 연사들도 참석한 만큼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필리핀 재래종인 발랑곤 바나나 공급 5주년과 '달콤한 바나나의 씁쓸한 현실' 번역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 ⓒ라이프인
▲ 이치하시 히데오 APLA 공동대표가 '2022 민중교역포럼'에 온라인으로 참석하여 '달콤한 바나나의 씁쓸한 현실' 집필 계기와 발랑곤 바나나 민중교역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라이프인

이날 기조발제는 '달콤한 바나나의 씁쓸한 현실'을 공동 저술한 이치하시 히데오 일본 APLA 공동대표가 맡았다. 히데오 대표가 책을 집필한 최초의 계기는 2013년 ATJ(Alter Trade Japan)라는 일본 공정무역 회사가 '바나나 조사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프로젝트 과정에서 발랑곤 바나나와 민중교역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산자 과점에서 발랑곤 바나나의 의의를 검토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APLA와 ATJ, 아시아태평양자료센터(PARC)는 '윤리적 바나나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며 플랜테이션 방식으로 바나나를 재배할 때 발생하는 노동 및 환경 문제들을 알리기도 했다.

히데오 대표는 이런 프로젝트들을 통해 소규모 영세 농가와 인터뷰하며 발랑곤 바나나 민중교역의 의미를 파악했다. 그는 이를 정리하여 ▲소액이지만 정기적인 현금 수입원 ▲공명정대한 매입 ▲무상으로 기술 전수 ▲수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는 자부심 ▲사람과 지속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감각을 통해 느끼는 안정감 등이 발랑곤 바나나가 생산자들에게 가지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민중교역이라는 개념은 다소 추상적이다. 이것 자체에 대해서는 생산자들의 이해가 깊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해결 과제를 제시했다.

또한 히데오 대표는 플랜테이션 방식으로 생산한 바나나와 비교하여, ▲무농약 재배 ▲독립된 소규모 영세 생산자 재배 ▲사람(생산자) 중심의 품질 관리 ▲생협으로 조직된 조합원 소비자에게 배송 ▲산지와 생산자 상황에 관한 구체적 정보 제공 등을 발랑곤 바나나의 특징으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민중교역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관점으로서 사람 사이의 관계(People to People Trade), 전문 연구자와 기술자를 통한 조사와 피드백, 정보의 쌍방향 교류 및 공유, 조직 간 인사 교류 등을 언급했다.

▲ 최현호 두레생협연합회 상무이사. ⓒ라이프인
▲ 최현호 두레생협연합회 상무이사. ⓒ라이프인

이어 최현호 두레생협연합회(이하 두레생협) 상무이사는 '두레생협 발랑곤 바나나 공급 5년! 의미와 현재'를 주제로 발제하며 두레생협이 진행해온 민중교역 과정과 발랑곤 바나나 공급을 위한 노력, 발랑곤 바나나 교역의 의미와 과제 등을 이야기했다.

두레생협의 민중교역 논의는 2003년 안전한 설탕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며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일본 ATJ가 두레생협에 원조가 아닌 교역 방식으로 설탕을 공급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안했고, 두레생협은 필리핀 네그로스 섬에서 생산하는 마스코바도 설탕(비정제 설탕의 한 종류로 필리핀 전통 설탕) 공급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팔레스타인 생산자들의 생존과 자립을 지원하는 의미로 올리브유를 수입했으며, 지난 2017년 세 번째 민중교역으로서 발랑곤 바나나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두레생협이 지향하는 생산자 직거래 운동을 제3세계 생산자로 확장하고, 호혜적 관계를 맺으며 민중교역을 확산하고자 한 것이다.

최 상무이사는 두레생협 민중교역 안에 담긴 세 가지 의미를 ▲생활재 교류 ▲사람 교류 ▲프로젝트 기금 교류 등으로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생활재는 생협 운동의 기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민중교역에서 생활재는 정당한 가격을 부여하여 각자의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생협 운동은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제3세계까지 확대해 관계를 넓히고 신뢰가 담긴 물품이 조합원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민중교역 생활재에는 '100원의 기적'이라는 프로젝트 기금이 포함되어 생산자 분들의 자립을 지원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최 상무이사는 발랑곤 바나나 민중교역의 의미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얼굴이 보이는' 민중교역 생활재의 확대 ▲안전한 먹거리 수호 ▲소생산지와 토착민들의 삶을 보호하고 유기농업으로 기후위기에 대응 등으로 설명했다. 다만 적은 공급량, 가격 부담, 품질 안정화 등은 향후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했다.

▲ '2022 민중교역포럼'에서는 발랑곤 바나나 생산자(렐리타 오모소)와의 짧은 대담이 이루어졌다. 이날 대담에 참석한 생산자는 필리핀 태풍 피해 상황 등을 참석자들에게 공유했다. ⓒ라이프인
▲ '2022 민중교역포럼'에서는 발랑곤 바나나 생산자(렐리타 오모소)와의 짧은 대담이 이루어졌다. 이날 대담에 참석한 생산자는 필리핀 태풍 피해 상황 등을 참석자들에게 공유했다. ⓒ라이프인

이후 레이 테네프란시아(Ray Tenefrancia) 필리핀 ATPI 생산부 부장이 생산자 입장에서 본 발랑곤 바나나의 의미와 도전과제를 이야기했다. 그는 "필리핀 민중교역은 마르코스 독재 정권에 대한 투쟁과 관련 있다"고 운을 뗀 뒤, 마스코바도 설탕과 발랑곤 바나나를 생산하는 네그로스 섬의 대농장 시스템과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문제를 전했다.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구성된 네그로스 평화 및 발전 협의회(NCPD)와 그들이 물품 판로개척을 위해 설립한 ATC(Alter Trade Corporation)에 대해 설명했다. 네그로스와 일본은 1987년 마스코바도 설탕으로 처음 민중교역을 시작했고, 1989년 발랑곤 바나나를 두 번째 품목으로 하여 민중교역을 이어갔다.

발랑곤 바나나 생산은 군부가 발랑곤 바나나 생산자 연합(BGA)을 공산주의 조직으로 고발하고, 바나나에 바이러스(BBTV)가 번지는 등의 고난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됐다. 이렇게 확대된 발랑곤 바나나 교역은 ▲소규모 농부와 파트너십 형성 ▲지속가능한 농법을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가족 단위의 생산자 지원 ▲평화 지지 ▲토착 문화 지지 ▲공동체 역량 지지 등의 사회적 가치를 가진다.

이어 일본 그린코프생협의 사카모토 히로코 이사장과 토가미 요시코 이사장이 그린코프생협의 발랑곤 바나나 취급 연혁과 실적, 당면과제와 실천 방안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특히 발랑곤 바나나 민중교역의 당면과제로서 태풍 등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이에 따른 공급 기획의 어려움 등을 이야기했다.

▲ 왼쪽부터 안민지 피티쿱 생산지 코디네이터, 양정현 두레생협연합회 농산팀장, 한준현 피티쿱 사무국장, 이미화 한살림수원 공정무역활동팀 팀장. ⓒ라이프인
▲ 왼쪽부터 안민지 피티쿱 생산지 코디네이터, 양정현 두레생협연합회 농산팀장, 한준현 피티쿱 사무국장, 이미화 한살림수원 공정무역활동팀 팀장. ⓒ라이프인

이어진 토론에서는 양정현 두레생협연합회 농산팀장이 시중 대비 높은 가격대, 균일하지 못한 품질 상태, 정체된 소비 물량 확대 등에 따른 발랑곤 바나나 소비 확대의 어려움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한 한준현 피티쿱 사무국장은 발랑곤 바나나 공급 사슬을 설명한 뒤 "생산지와 수확 후 품질 개선에 중점을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바나나가 강한 바람에 취약한데 기후위기로 인해 태풍이 자주 발생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원이 되고 소비자에게는 품질 좋고 건강한 바나나를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화 한살림수원 공정무역활동팀 팀장의 경우 "우리의 고민은 발랑곤 바나나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공정무역활동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한살림이 민중교역과 만날 수 있는 방법과 고민에 대해 전했다.

한편 두레생협과 한살림, 행복중심생협, 피티쿱, 대학생협은 태풍 피해를 입은 필리핀 생산지를 지원하기 위해 공동모금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필리핀은 지난해 12월 태풍 '오데트'로 큰 피해를 입은 바 있으며, 피해 복구가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시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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