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백조를 뜻하는 '그린 스완'(Green Swan)이라는 말은 2020년 1월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또는 금융의 위기를 뜻하는 말이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금융위기를 가리키는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파생한 말로, 급격한 기후변화가 몰고 올 충격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린 스완>의 저자 존 엘킹턴은 여기에 '해결책'의 개념을 더하여, 그린 스완을 '시장의 변화를 촉진하는 개념이자 해결책'으로서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경제·사회·정치·환경 등을 모두 아울러 회복과 재생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라이프인은 4월 한 달간 기후변화가 초래할 경제 위기로서의 그린 스완과 지속가능한 미래 경제 모델로서의 그린 스완을 모두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저서 <위험사회>에서 심각한 재난과 같은 파국의 상황에서 도리어 길을 찾는다는 의미로 '해방적 파국'을 말했다. 부정적 효과에 동반되는 긍정적 효과가 기회를 만들고 부정적 효과의 심각성을 우리가 인식하게 만들어 개인과 사회 전체의 수준을 탈바꿈해 '해방적 파국'이라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스완의 원인은 분명한 만큼 해결책도 명확하다. 전체 온실가스의 70%는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에너지의 전환이 필요하다. 해방적 파국을 맞이하기를 고대하며 라이프인이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고 있는 7곳을 소개한다.
루트에너지
루트에너지는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펀딩 서비스를 제공한다.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풍력 등의 '발전사업자'와 설치할 수 있는 적합한 공간을 가진 '호스트'를 다수의 '개인 투자자'와 온라인으로 연결하고, 펀딩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발전소를 건설한다. 발전소를 직접 투자, 건설 관리, 관리 운영, 전력 중개거래 하는 과정에서 IT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발전소 건설부터 관리 운영까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미세먼지나 지구 온난화 등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주민, 임직원, 학생을 대상으로 우대 금리를 제공해 발전소를 지역이 함께 소유하는 '지역자산화'를 돕는다.
마을닷살림협동조합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은 대한민국 최초 도시형 에너지자립마을인 서울시 상도동 성대골에서 주택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통해 전환운동을 추진한다. 성대골 주민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2011년부터 에너지 절약 운동, 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 에너지 복지 사업, 에너지 소비자가 직접 생산자로 참여하는 에너지 프로슈머 운동을 펼쳐왔다.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에너지슈퍼마켙'은 마을의 에너지 운동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에너지 사랑방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에너지를 전면에 내걸고 물품을 판매하는 만큼 매장에는 단열재, 태양광 충전기 등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는 제품들로 가득하다. 지난해 말 기후위기 수업에 참여했던 5천 명 가까운 학생은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만들고 각 대선 후보 측에 공약집을 전달하기도 했다.
식스티헤르츠
식스티헤르츠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기술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IT 소셜벤처다. 전 세계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안으로 다양한 종류의 분산자원을 IT 기술로 연결하고, 예측 및 관리 가능하도록 가상발전소를 구축한다. 식스티헤르츠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약 8만 개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도 위에 표시하고 발전량을 확인할 수 있는 '햇빛바람지도'를 개발했다. 최근에는 에너지전환을 위한 비영리 에너지·환경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와 협력해 지역별, 종류별 태양광 잠재량을 확인할 수 '태양광 잠재량 지도'도 개발했다. 용도구역 등 6단계에 걸친 제약조건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다양한 연구 및 정책 결정에 활용될 전망이다.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한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2021년 과거 대통령별장이던 청남대의 경비 파출소 자리에 친환경 주민 공간 미호동 넷제로공판장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내놓은 농산물,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 제로웨이스트 상품, 에너지전환 아이템 등을 판매하면서 삶에서 넷제로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시민들에게 안내한다. 최근에는 대덕구 미호동의 주민주도형 마을단위 RE50+ 달성과 소규모 지역 내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에너지자립 마을 조성에도 참여하고 있다.
엔벨롭스
엔벨롭스는 기후변화 취약지역인 개도국 낙후지역에 신생에너지를 공급한다. 엔벨롭스가 추진하고 있는 '농업 공존형 태양광 에너지 사업'은 외부에서 구매해야 하는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깨끗한 전기를 공급하면서도,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재배해 소득 증대를 통한 지역 경제구조 선순환을 일으키는 사업 모델이다. 2020년 8월 국내 최초로 녹색기후기금(GCF)으로부터 승인받은 피지 오발라우섬 4MWp 영농형 태양광 사업과 신남방 국가, 남태평양 등 개도국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이모빌리티 등 다양한 민관협력 글로벌 그린 뉴딜 프로젝트을 추진하고 있다.
요크(YOLK)
요크는 아동교육과 전력을 보급하는 솔라카우 태양광 시스템을 통해 2019년 타임지의 '올해 최고 발명품'에 선정됐다. 솔라카우는 손전등, 휴대전화 등의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 충전 시스템이다. 학교 근처에 세워진 젖소 모양의 충전 시스템에 젖병처럼 생긴 배터리팩 '솔라밀크'를 꽂아 충전할 수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이 배터리가 충전되고 수업 후에 집으로 가져가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을 학교로 오게 만들고 등유 구입, 전기기구 충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해준다. 최근에는 팬데믹으로 인한 휴교령과 등교 제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라디오에 탑재된 MP3로 SD카드의 교육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게 만든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였다.
이노마드
이노마드는 세계 최초로 휴대용 수력 발전기를 개발했다. 흘러가는 물을 이용한 소형 수력발전기로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어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86%나 되는 데 전력이 없어 사용하지 못하는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흐르는 물을 이용해 누구나 손쉽게 필요한 전기를 직접 만들어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충천할 수 있다. 텀블러 크기의 '우노'는 흐르는 물에 4시간 반 정도 담가두면 스마트폰을 충천할 수 있고, 밤에는 손전등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우노에 탑재된 회로에 납을 사용하지 않았고, 플라스틱은 100% 재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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