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널리스트 크리스 헤지스는 저서 '환상의 제국(Empire of illusion)'에서 낮은 문해력은 민주사회의 위협요인이라고 경고한다. 문해력은 많은 정보 중 '거짓과 진실'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 직장에서 매뉴얼을 읽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소통하며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 모르는 것을 묻고 깨우칠 수 있는 능력 등과 중요한 관계가 있다. 만약 문해력이 취약하면 여러 관계와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은 민주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장애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유네스코는 세계 각국이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걸어서 10분 거리 안에서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 등 공공의 장소, 잘 설계된 시민교육 프로그램, 역량 있는 교사와 시민교육자들을 양성하라고 권고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교육기관, 시민사회와 기업 모두의 긴밀히 협력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필수이다.
문해 교육으로 공동체와 연결하고 돌보는 사회적협동조합 '잇다'
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 대면학습이 중단되었던 학교에서 일어난 학습격차와 문해역량 저하는 단기적인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미래세대에게 닥친 현실의 문제이다. 문해력 저하라는 위기에 빠진 어린이와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 벗고 나선 사회적협동조합 '잇다'와 만났다. '잇다'는 서울시 성북구에 기반을 두고 작은 도서관 운동을 비롯해 책 읽기 운동을 펼쳐 온 풀뿌리 활동가들이 구성한 사회적경제 기업이다.
잇다의 대표적인 사업은 어르신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는데 청년과 대학생들과 협력하여 어르신들의 자서전을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어르신들과의 문해 학습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그림도 그려 동화책 같은 자선이 제작하는 전 과정에서 이뤄진다. 어르신들은 살아 온 이야기를 풀어내고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자신의 창의성과 능력을 발견하게 해주고 그림책 만들기를 돕는 청년들과 소통하며 자신감을 갖게 하여 삶을 회복시키는 돌봄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확산은 잇다에게도 위기였다. 주요 활동처인 공공시설이 폐쇄되어 어려움이 뒤따랐다. 그런데 작은도서관이 문 닫고, 학교의 대면학습도 중단되면서 작은도서관을 찾던 엄마들에게서 고민이 터져나왔다. 언론도 여러 차례 문해력 저하 문제를 다루었는데 어린이를 위한 문해교육을 본격적으로 설계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50+아카데미센터와 공동으로 '그림책을 활용한 어린이 문해교육 활동가 양성교육'을 진행하였다. 20명의 교육자들이 이 과정에 참여했으며 그들 가운데 소중한 회원 10여명을 맞이했다고 한다.
문해교육 과정을 총괄하는 김미희 잇다 협동조합 감사는 "그림책은 일기, 쓰기 뿐만 아니라 이해력, 의사소통, 수리력, 논리력 등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으며 개인의 역량에 맞추어 다양한 교육 접근을 해야 하는 문해교육의 좋은 교재"라고 그림책을 활용한 문해교육의 장점을 전했다.
문해교육은 학업능력 성취를 성적으로 표현하는 교과과정과 달리 자신에 대한 발견과 인정, 이해의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높여준다. 맞춤법을 틀린 아이에게 "어제 배웠는데 왜 틀리지?"라고 엄마나 선생님, 친구들로부터 지적을 받으면 학습의욕이 떨어지는데 문해교육은 틀린 것을 다시 살펴보게 하고 왜 틀렸는지를 스스로 발견하게 해서 지식으로 완성시켜 가는 과정이다.
김미희 감사는 "그림책은 문해력의 다양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들어있어요. 그림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문법에 맞는 글쓰기, 문장을 이해하고 읽고 설명하고 토론하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고 이미지의 의미를 해석하고 설명하고 상상할 수 있게 해주죠. 또 어른도 어린이도 재미를 갖게 하고 성취감과 학습동기를 갖게 하니까 자연스럽게 책읽기 습관을 갖게 해준다."고 힘주어 설명했다.
잇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작은도서관 지원활동을 통해 책 읽기 운동을 오랫동안 해 온 경험과 성과를 '그림책 문해교육 사업모델'로 특화시켰다. 또 이들은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가면서 문해교육을 공동체 운동으로서 추진하고 있다. 문해교육 활동가 양성은 마을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발굴하고 연결하려는 운동의 하나이다. 역량있는 활동가들이 잇다 협동조합의 일원으로 참여하거나 관계를 맺고 협동하면서 적정한 경제적 보상을 통해 시민교육자로서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잇다의 목표는 우리는 문해교육이 왜 중요한지를 알리는 것. 문해교육이 활성화 되도록 더 넒게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돌보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시민교육자들이 사회적경제를 통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 중이다. 잇다는 OECD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의 낮은 문해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서 시민교육 전문 기관으로 도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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