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ㅓ하시는 Zㅣ요?] 가치를 '리스펙트!', 폐마스크에 생명 입히는 '서버번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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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ㅓ하시는 Zㅣ요?] 가치를 '리스펙트!', 폐마스크에 생명 입히는 '서버번피플'
친환경 가치 담은 작품 만들어나가는디자이너 그룹 '서버번피플'
  • 2022.02.09 09:00
  • by 김정란 기자
12:27
▲ 서버번피플의 디자이너 박성찬, 김하늘, 김우진. ⓒ라이프인
▲ 서버번피플의 디자이너 박성찬, 김하늘, 김우진. ⓒ라이프인

최근 가장 힙한 동네라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한켠, 건물 옥상을 함께 쓸 수 있는 한 공간에 웬 폐자재가 쌓여있다. 언뜻 보면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곳은 마스크 부자재들이 다시 태어나는 곳 '서버번피플'이다. 이 공간에서는 폐자재들이 새로운 가치를 담아 다른 생을 시작한다.

서버번피플의 시작은 디자이너 김하늘(24)의 활동이었다. 김하늘 씨는 지난해 계원예술대학교 졸업전시회에 폐마스크를 이용한 작품 '스택 앤 스택(stack and stack)'을 출품해 뉴욕타임즈, 영국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까지 소개되며 주목받았다. 폐마스크를 녹여 만든 의자로 주목받은 그는 이후 무인양품, 이니스프리 등 다양한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졸업전시회에 내놓은 의자 외에도 인센스 홀더 등 새로운 작품을 통해 환경의 가치를 담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김하늘 디자이너 혼자가 아닌 '서버번피플'이라는 팀으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디자이너 김우진, 박성찬 씨가 정식으로 합류했고, 김동휘 씨는 디렉터로 참여하고 있다. 우진, 성찬 씨는 모두 하늘 씨와 같은 계원예대 17학번 동기, 동휘 씨는 1년 선배로 절친한 관계다. 올해의 첫 발걸음으로 아모레퍼시픽 사옥 리뉴얼에 작품을 내놓은 이들을 만나 작품에 환경이라는 가치를 담기 시작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물었다.

하늘 씨의 졸업전시회 작품으로 외신에 소개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폐마스크를 이용한 작품이 그렇게 주목받으리라고 예상은 했을까 궁금했다.

하늘 졸업전시회 할 때 한 해를 거의 꼬박 준비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작업했고, 작업하면서 '이슈되겠다'는 상상은 했지만, 실제로 그게 외신에까지 소개될 줄은 몰랐다. 초반에는 벅찼는데 좀 익숙해지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책임감도 생긴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구나신중하고 멋있게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 디자이너 김하늘의 졸업작품 스택엔스택. ⓒ서버번피플
▲ 디자이너 김하늘의 졸업작품 스택엔스택. ⓒ서버번피플

큰 관심 속에 김하늘 씨에게 협업 제안이 많아지면서 혼자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대학 재학시 자취를 같이할 정도로 친밀했던 우진 씨와 성찬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세 사람이 잘 맞고, 한 사람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모아져 "팀으로 활동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서버번피플'. 생각도, 성향도 각기 다른, 세 사람이 뭉친 디자이너 그룹이 탄생했다. 한 해 선배인 김동휘 씨가 디렉터로 참여하면서 기획과 외부 활동의 방향을 맡았고, 좀 더 짜임새 있는 행보가 시작됐다. 각자 색깔이 뚜렷한, 디자인 전공의 20대 남자 셋. 생각이 잘 맞을까? 싸우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세 사람은 "엄청나다, 주먹만 안 쓰는 정도"라며 웃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결국 그 속에서 접점을 찾는다는 것.

성찬 정말 많이 다툰다. 끊임없이 싸우지만 감정적으로 싸우는게 아니라 색깔이 다르고 표현이 다르고 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생각을 공유하면서 서로 설득하고 그런 과정에서 접점을 찾는다. 많은 대화를 하게 된다.

이들은 지난해 졸업을 하고 사회에 첫발을 뗀, 흔히 말하는 '사회초년생'이기도 하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면서 많은 관심을 얻고 있지만, 어쩌면 그 나이대 얻는 방패막이나 울타리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길을 택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물었다.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냐"고.

성찬 당연히 불안하다. 나 혼자 다 해야 하고, 그 상황에서 현직 작가로 활동하시는 교수님에게 조언을 많이 구한다. 우리와 같은 길을 걸으셨던 황형신 교수님이 특히 많이 도와주신다. 불안해서 더 재미있는 것도 있다. 내가 다 해야 하니까, 오로지 나한테 달려있으니까. 보상이나 금전적 부분도 내가 하는만큼 얻을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

우진 나는 겁이 많아서 엄청 평범하게 살았다. 원래는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고 했었고. 그래서 초반에는 정해진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정말 무서웠다. 그런데 그때쯤 푹 빠져서 하고 있던 게임에서 문득 그게 내가 사는 삶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이 결정돼있지 않고, 내가 만들어가는. 내가 지금 하는 일이라고 다를게 뭔가. 불안감을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혼자 했으면 금방 그만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같이하는 일이어서 의지도 많이 되고. 부담감을 덜어내고 있다.

하늘  우진이, 성찬이는 알겠지만 나는 관종이다. 어머니 고생 많이 하셨다(웃음). 회사에 들어가서 남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내 것을 열심히 하는게 중요하고 흥미가 있었다. 부담감 있지만 즐길 능력도 있다고 생각한다. 주체적인 직업이 나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환경 관련 분야는 정답이 없다 보니 사람들마다 생각의 격차가 크다. 그러다 보니 업사이클링 디자인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이 달라 한 가지 행동에도 여러 가지 의견과 비판이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런 부분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세 사람은 이미 이 부분에 대해 경험한 바가 있는 눈치다. 그럼에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대신, 우리가 단단해질 필요도 있다"고 진지하게 말한다.

하늘 졸업작품 제작할 때는 버려진 마스크를 수거해서 했는데 그렇게 작업하고 나니까 십중팔구는 응원해주셨지만, 비판하는 분도 많았다. 어쩌면 당연히 따라올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당시에는 흥분해서 화도 났다. 폐마스크를 통해 감염되면 어떡하냐는 것 같은 귀담아들을 지적도 있었지만, 줘도 안 쓴다는 식의 비난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런 것들 어느 정도 수용하게 됐다. 맞는 말이니까. 폐마스크 수거를 중단하고, 쉬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은 인터뷰 다니다가 방문한 마스크 제조공장에서 버려지는 마스크 자투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걸 받아 쓰고 있다. 또 모른다. 다른 문제 나올 수도 있고. 하지만 그런 악플에 집중하기보다 코로나19 시대에 버려지는 마스크가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에 집중하면서 내가 단단해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악플보다 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계시니까.

우진 악플도 있지만 댓글을 통해 우리를 옹호해주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때로는 비판적인 댓글이 어떨 때는 키가 될 때도 있다. '어, 이렇게 해도 되지 않나?'하는 아이디어를 주시기도 한다.

이들이 처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하늘 씨 외에 성찬 씨도 폐의류를 이용한 졸업 작품을 전시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공부가 많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업을 위해 환경에 대한 정보가 많이 필요할텐데 어떤 콘텐츠를 통해 이런 정보를 얻는지 물었다. 이들은 "학교 공부하는 건 별로 안 좋아했는데, 환경 관련 공부하는 것은 재미있다"며 웃었다. 젊은 세대답게, 텍스트보다는 영상 자료를 많이 보고, 환경의 심각성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일에 참여하기도 한다.

우진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한 일이 있다. 우리 활동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학생들에게 심각한 환경문제를 각인시키려면 시청각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관련 다큐멘터리를 편집해서 보여준 일이 있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우리도 공부를 계속하게 된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를 싫어했는데(웃음) 이런 공부를 하는 건 재미있다. 특히 영상이 재미있다. 작품도 많이 접하고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려고 한다.

세 사람 모두 생활 속에서 쓰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리빙디자인'을 전공했다. 보았을 때 아름다운 것도 중요하지만, 쓸 때 편안함도 중요한 것이 제품 디자인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 아직 출발하는 이들인만큼 자신의 것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라는 이들 대답의 또다른 공통점은 사람의 온기,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것이다.

성찬 아직 좋은 디자인이 뭔지 잘 모르겠다. 작업하면서 느낀 것은 이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어떤 것을 떠올릴까 하는 생각이다. 스택엔스택을 예로 들면, 나중에 저 작품을 봤을 때 '그래, 2020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힘들었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처럼, 작품을 보고 어떤 감정 느끼고, 그런 것까지 디자인으로 풀어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우진 리빙디자인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가구, 조명 등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을 공부하다보니 학교에서 '디자인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를 제일 많이 들었다. 사용했을 때 편안함을 느껴야 하고, 작품에 스토리를 가져가면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생산하고 싶다.

하늘 대학 시절 기억 남는 것은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에 대해 선생님들이 강조하신 것이다. 졸업작품도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리빙디자인이 사람하고 가까우니 따뜻한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작품성보다 제품성이 짙은 것들을 개발해나갈때도 사람과 가깝고, 따뜻함을 느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만들어나갈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머리 속에서 생각해 낸 디자인이 실제로 구현되는 것에서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어느 정도 비중으로 조율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들은 "최대한 새로운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보고, 구현은 빠른 속도로 하려고 노력한다. 마감은 아주 잘 맞춘다"며 웃었다.

우진 프로젝트 할 때 기간이 한 달 주어지면, 그 중 3주 반 정도는 시행착오인 것 같다(웃음). 기존에 보여주는 것보다 새로운 것 보여주고 싶고 메시지 던지고 의미를 보여주고 싶다. 새로운 것, 새로운 소재를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더라도새로운 것 보여주려고 하고, 머리 속에서 완성되면 본제작은 밤새가며 빠르게 해서, 마감은 꼭 맞춘다.

생각보다 큰 관심 속에 시작한 본격적인 행보, 부담은 없을까? 이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이들이 두려워 못 가는 길을 선택한데는 책임이 따르지만, 그만한 보상도 있다는 것. 막상 부딪혀보니 생각과 다르기도 한 것이 세상이지만, 그래도 셋이 뒹굴며 호흡을 맞춰나갈 생각이다.

하늘 최근에는 우리가 주축이 돼 우리가 구상하던 것들로 작업하려고 하고 있다. 이전에는 들어오는 일이 있으면 그 일들을 해결해나가기 바빴다. 작년 2월 졸업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정신없이 나뒹굴며 작업했는데, 당연히 새로운 작업을 기대하는 분들도 있고, 다른게 필요하다고 계속 느끼고 있고 당연히 부담도 있다. 뻔하지만 이런 부담은 작업하면서 해소하는 것 같다. 지난 해 10월 이니스프리와 협업을 했는데 그 때도 마스크와 이니스프리 공병을 섞어서 또다른 텍스처를 만들었다. 올해에는 성찬이 졸업작품으로 했던 폐의류 등을 완성도 있게 풀어내려고 공부하고 있다. 부담감은 더 미친 듯이 작업하면서 해소한다. 그렇게 나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열정가득한 디자이너 셋.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행보를 보여줄까? 힘들다면서도 웃음이 많은 그들에게 물었다. "서버번피플은 여러분 인생에서 어디쯤일까?"라고. 하늘 씨가 "마지막 질문은 역시 만만치 않네요"라고 웃는다.

하늘 가까운 목표는 많이 있는데 먼 목표를 많이 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서버번피플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작업을 하기 전 내 모습과 작업 후 내 모습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책으로 친다면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나고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는 단락 정도인 것 같다. 세네번째 단락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전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두 번째 서버번피플이라는 이야기로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우진 소심하고, 결정내리는 것을 힘들어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부모님 밑에서 학교 다니고, 학교 마치면 평범하게 취업하고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팀에 합류하면서는 스스로 결정하게 됐다. 그래서 진짜 내 인생을 이제 시작하는 느낌이다. 정지선에 있다가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바뀐 지점 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찬 첫 스타트라고 생각한다. 작업장 옆 공사 현장에 이제 막 1층 올라가고 있는데 그 상태다.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지금 잘못세워지고 중심이 안 잡히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때랄까. 지금 서버번피플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중심을 잘 잡아야 할 때인 것 같다.

하나에서 셋이 된 서버번피플, 먼 미래는 아직 모르겠다고 솔직히 답하는 이들은 다음 발걸음으로 어떤 것을 보여줄까?

하늘 지난해까지 의자, 인센스 홀더 등 작은 오브제를 많이 만들었다. 많은 사람 같이 작업하면 규모있는, 스케일이 큰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팀을 이루게 됐다. 큰 테이블, 벤치 등 크기가 큰 것에서 오는 멋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연말에는 그런 맥락에서 기계로 찍어낸 판재를 만들었다. 기존의 작업이 수공이다보니 수축 등을 잡아내기 힘든 면이 있는데 판재는 기계로 찍으니 양산이 가능하다. 그렇게 만든 판재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공간의 벽을 메꾸거나 타일로 깔 수도 있고, 가구 오브제뿐 아니라 공간을 인테리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큰 규모의 작업들을 기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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