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웨딩거리에 사회적경제의 숨을 불어 넣는 체인지메이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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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웨딩거리에 사회적경제의 숨을 불어 넣는 체인지메이커를 만나다
이대드레스협회 길기태 이사장 인터뷰
  • 2022.01.07 16:00
  • by 정화령 기자

3년 차에 접어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웨딩 산업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혼식 문화도 예전처럼 많은 사람이 모여서 축하하는 자리를 가지는 방식에서 결혼식 자체를 생략하거나, 50인 이하의 '마이크로 웨딩'이 급증했다. 이런 산업 전반의 위기를 지역에서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움직임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이대드레스협회' 길기태 이사장을 만나보았다. 

ⓒ길기태 이사장
ⓒ길기태 이사장

한복, 특히 웨딩관련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1997년, 당시에 꽤 큰 규모의 한복회사에서 마케팅 일을 하다가 IMF가 터졌다. 한복업체들이 줄도산하고 지방에서는 원단을 가져간 업체들이 야반도주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어떡해야 하나 몇 달을 고민하다 근무하던 회사에서 했던 소비자 조사 자료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소비자들은 한복에 대해서 너무 비싸고, 자주 입을 일이 없고, 유행이 짧다는 불만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복도 대여를 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대 웨딩거리에서 시작한 '황금바늘'이 우리나라 한복 대여사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없던 사업을 시작했는데, 반응은 어땠는지?

사업을 시작하면서 당시 문체부에서 진행한 '한복 표준화를 위한 치수 연구'를 참고했다. 연구책임자인 가톨릭대학교 강순재 교수님과 연락이 닿아 여러 조언을 들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매장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도 기존의 주단집과는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고, 체형에 따라 어울리는 디자인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완제품 대여를 위한 공간이라 갤러리와 웨딩숍을 혼합한 구조로 만들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동안 시장에 필요한 아이템이었기에, 주요 일간지에 기사가 보도되고 손님들의 관심이 많이 쏠렸다.
 

▲ 황금바늘 매장전경.
▲ 황금바늘 매장전경.

순조로운 사업에 코로나19가 큰 위기였을 것 같다

이대 웨딩거리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쇠락해왔다고 본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강남으로 중심지가 옮겨갔고, 웨딩 산업 자체가 '플래너'와 기획회사 중심으로 재편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재생 지원사업 신청 등 거리를 활성화하는 시도는 했었는데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웨딩드레스 업체 다섯 군데가 문을 닫았고, 뭐라도 해서 이 거리에 희망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뜻이 맞는 몇몇 사람만으로는 힘이 부족했기에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작은 사업을 찾았고, 2020년 겨울 ‘코로나19 다음을 준비하는 주민주도 사회적경제 사업모델 발굴사업’에 선정되었다. 

이번에는 위기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극복해보고자 한 것인가

▲이대드레스협회 단체사진. ⓒ길기태 이사장
▲ 이대드레스협회 단체사진. ⓒ길기태 이사장

이곳에서 동고동락한 기간이 워낙 길다 보니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힘을 보태 달라는 이야기를 전했고, 5명이 모여서 마을기업을 목표로 출발했다. 팬데믹이 마무리되어도 스몰웨딩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사경센터 사업도 스몰웨딩을 주제로 추진했다. 코로나로 인해 식을 올리지 못한 멕시코 여성과 한국 남성 커플의 결혼식을 진행했는데, 신부의 고향에도 원격으로 연결하여 모두 함께하는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 매우 뿌듯했다.
이 성과를 이어가고자 예비마을기업에 도전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탈락했다. 참여하는 업체 수가 적고 각자 개인 사업장을 운영해서 공동 사업을 위한 시간 할애가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대 웨딩거리는 길 하나를 두고 서대문구와 마포구로 나뉘어있어 함께 신청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상황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마포구 '사이골목' 사업에 다시 도전했다. 

'사이골목' 사업 성과는 어땠는지

사이골목은 마포구에서 진행한 '소상공인×사회적경제 골목경제 활성화 프로젝트'인데,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의 도움이 컸다. 정기적으로 미팅을 진행하고 컨설팅을 받으면서 내부 역량도 강화되었고, 서로 생각을 모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거리 리브랜딩'을 비즈니스 모델로 해서 일정을 짜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데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자체적으로 '나를 위한 시상식'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SNS에서 '나를 위한 응원글'을 받아 참가자를 선정했다. 웨딩숍이 이어지는 60m 정도 거리에 빨간 카펫을 깔고, 시상식장을 꾸몄다. 홍보 과정에서 시니어모델 인플루언서가 인스타그램에 이 행사를 올려,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신청하기도 했다. 미리 지정한 숍에서 드레스나 한복으로 갈아입고 레드카펫을 걸어 시상식장에 도착, 트로피와 상장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즐거운 행사였다. "코로나로 너무 힘든 와중에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내년에도 다시 열어달라"는 후기를 듣고 모두 뿌듯해했다. 
 

 ▲ 나를 위한 시상식.
 ▲ 나를 위한 시상식.

성공적인 행사로 골목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동네에 신선한 자극이 됐다. 우리도 힘을 합치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웨딩)비수기에 가게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고 마을기업에도 다시 도전하려고 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게 목표이다. 사이골목 대표자 회의에서 2022년도에는 사회적경제 예산이 줄어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 걱정이 조금 되기도 하지만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앞서서 만들어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이 거리의 쇠락을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해왔다. 가능한 범위에서 함께 잘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간다면, 보람 있고 나에게도 유익한 일이 아니겠나. 
더불어서 함께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작은 거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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