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사회적경제, 한국도 기본법 제정으로 더욱 공고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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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사회적경제, 한국도 기본법 제정으로 더욱 공고해지길"
마리 J. 부샤 퀘벡대학 교수, CIRIEC 학술위원장 인터뷰
  • 2021.12.09 14:00
  • by 정화령 기자

일자리 창출, 소외된 이웃 돌봄, 소비자의 권리 보장, 기후 위기 대응 등… 사회적경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사회적경제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사회적경제 분야의 통계분석과 측정·연구로 그 중요성을 설명해 온 마리 J. 부샤 퀘벡대학 교수를 만나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의 사회적경제다운 해법과 퀘벡의 사례에 관해 물었다.

CIRIEC(공공경제와 사회적경제, 협동조합 경제에 대한 국제연구센터) 학술위원장이기도 한 그녀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서울대회 사전 행사인 ICA 학술컨퍼런스에서 '사회연대경제의 비중과 규모의 측정에 관한 최신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2019년에 국내에 출간된 '사회적경제의 힘'은 전 세계 판매 부수보다 우리나라 번역본 판매량이 많을 정도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한국 첫 방문에서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의 열정과 역동성을 느꼈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마리 J. 부샤 교수.
▲ 마리 J. 부샤 교수.

국제 영역에서 사회적경제 분야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각기 다른 문화에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는지

사회적경제는 항상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지만 전 세계에서 일자리 창출과 유지, 사회 혁신, 지역 개발과 환경보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직의 공통된 특징으로는, 필요를 충족시키는 서비스나 재화를 개발하며 자본을 얻는 게 아니라 사람을 키운다는 점이다. 사회적경제는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그리고 그들을 위해 발전해왔으며 그것이 민주적인 통제이다.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일반 시장경제 주체들과도 다양한 논의를 하며 이 영역이 폐쇄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새로운 사회 혁신의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퀘벡의 경우 정부·시민단체·노동조합·대기업의 사회공헌 파트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기금을 조성했고, 이 기금들이 다시 다양한 사회적 경제조직에 대출이나 투자되고 있다. 사회 혁신을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는 네트워크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어느 사회에서나 동일하다.


다양한 분야의 통계를 정리하는 데 어떤 노력과 협조가 있었는가? 특히 그 안에서 정부의 역할이 궁금하다

한국은 통계의 여러 체계가 잘 잡혀 있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경제기본법(이하 기본법)이 통과하면 부처별로 흩어진 정책을 하나의 통합적 관점에서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법률적 틀을 바탕으로 정부와 민간이 파트너십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 퀘벡에서도 시민사회와 주 정부가 협력하여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서울 사례를 통해 한국의 사회적경제를 위한 제도와 정책이 시민사회와 협력을 통해 이뤄졌음을 느꼈다. 그러나 보다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발전하려면 퀘벡의 사례처럼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퀘벡주 의회는 2013년 통과한 기본법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부 부처에서 사회적경제 관련 사업을 고려하고, 주 정부의 담당 부서가 정책을 조율하고 있다. 

다만, 통계적 측면에서 사회적경제를 측정하는 일은 20여 년 전부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해서, 아직 체계적인 통계생산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본다. 국가 통계 시스템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회적경제는 실천뿐 아니라 이론에도 다양한 측면이 있고 계속 진화하고 있다. 한국은 통계적 역량이 뛰어나므로 이 영역을 포괄하는 법이 제정되면 좀 더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다. 법률안에 정기적인 통계 평가를 규정하거나, 꼭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적경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면 정부에 통계를 요청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사회적경제는 사람이 기본인 영역이다.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일이기 때문에 공적 영역의 지원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곧 사람을 구하는 일이고 정부도 그 임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으므로 함께 일해야 한다. 

다른 이유로는 정부가 모든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에 필요한 자원은 한정적이고, 사회적경제는 지금의 이익보다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당장 자원을 소모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불평등이나 여러 가지 사회 문제 해결하는데 민관 파트너십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지속해서 사회적경제를 추구해온 퀘벡도 정권에 따라 정책이 급변하지는 않았지만, 사회 분위기가 신자유주의로 변하면서 그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여기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시민사회 영역이 사회 문제 해결의 좋은 접착제 역할을 하기에, 시민사회를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고 자원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 역량과 자원을 어떻게 사회적경제에 불어넣어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분절적이지 않고 유기적인 민주주의 사회가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지금 주택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다. 대학이 많은 몬트리올의 지역 특성상 주거 비용이 높게 책정되어 있을 것 같은데, 그곳에서 사회적경제는 어떤 역할을 하나

몬트리올에는 4개의 큰 대학이 있어서 주택 수요가 높다. 아파트를 공유하는 학생들은 가족 단위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한다. 이는 가족을 위한 임대주택의 가용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때 임대주택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원가로 임대료를 부과하면서 시장 가격의 균형추 구실을 한다. 일부 국가에서처럼 캐나다에도 주택협동조합이 있고, 퀘벡에서는 기술을 지원하는 그룹이 조합 설립을 지원하면서 번성했다. 세입자는 모두 조합원이며 건물 운영비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내는데, 소규모 협동조합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관리하며 임대료를 낮추기도 한다. 한 조합원이 그곳을 떠나면 수입이 중하위 수준인 다른 가족에게 할당된다. 이 제도는 임대료를 시장보다 낮게 유지하는데 기여한다.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 연대 주택 협동조합에서는, 학생들이 협동조합과 건물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방식이 최근에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른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협동조합의 역할이 크겠다

협동조합은 경제 전반을 조정하는 중요한 행위자이다. 몬트리올의 경우 굉장히 다문화 사회이기 때문에 이민자들이 봉제협동조합을 결성해 노동시장에서 고립되었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민 가족의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어느 사회에서나 제한적임을 고려할 때) 이는 성평등 관점에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한국에서도 소비자 생협을 중심으로, 노동시장에서 자·타의적으로 배제된 여성들이 다양한 협동조합을 설립해 사회 경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들었다. ICA 행사 동안 아이쿱생협이 종이팩으로 된 물을 제공해서 환경보존과 사회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느꼈다. 이러한 행동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투자자 위주의 기업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다양한 요구들이 나오는데, 육아·다문화·교육·예술·주택 등 다양하고 새로운 협동조합과 경제 주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또한, 새로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경제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퀘벡은 사회적 금융 역할을 하는 기금이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을 바탕으로 설립되었다. 한국에서도 여러 주체가 협력하여 기금을 만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금이 잘 활용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조직이 제대로 된 사회적경제 조직인지에 대해 식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 (좌)성공회대 이상윤교수 (우) 마리 J. 부샤 교수
▲ (좌)성공회대 이상윤교수 (우) 마리 J. 부샤 교수

마지막으로 한국의 사회적경제 종사자와 연구진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먼저 퀘벡과 한국이 사회적경제에 대해 같은 관심을 가진다는 점을 알게 되어 기쁘다. 우리 조직의 특수성을 상호 인식하는 것은, 사회적경제의 본질과 정신에 기반해서 조직을 관리하는 데 중요하다. 주류 교육에 사회적경제가 포함되지 않기에, 이 분야의 지식을 공동으로 구성하고 협회와 대학 교육을 통해 공유함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이 영역의 실무자와 연구진은 정부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새로운 혁신을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퀘벡의 사회적경제도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해 오면서 여러 분야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정부가 사회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건 옛날 생각이고, 복지국가라고 해도 다양한 서비스를 민간에서 수행한다. 그러므로 이분법적인 생각보다는 시민사회와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서 사회 혁신을 이루고 정책이 개발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2023년 7월 사회적경제 주간에는 성공회대에서 CIRIEC 국제학회가 열린다.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성공회대 이상윤 교수와 프로그램을 논의 중인데, CIRIEC의 국제학술위원장으로서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앞으로 한국과 퀘벡이 더욱더 많은 교류와 협력을 통해 연대했으면 좋겠다. 내년에 이 교수가 퀘벡대학에 1년간 방문 예정이고, 현재 퀘벡에 한국인 연구진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 더욱 풍부한 가교역할을 기대해본다. 

감사합니다. Merci Beaucoup!

 

(마리 J. 부샤 약력) 퀘벡대학(몬트리올 캠퍼스) 인사조직 전공학과 교수이며 CIRIEC(공공경제와 사회적경제, 협동조합경제에 대한 국제연구센터)의 학술위원장이다. 현재 퀘벡사회경제투자네트워크(RISQ)의 이사로서, 지역의 사회 혁신과 공동사업체 연구 분야를 이끌고 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지역사회-대학 사회적경제 연구 동맹의 지역사회 주택 연구 파트너십의 공동 책임자로였고,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캐나다 사회적경제 연구소를 맡아 사회적경제와 사회 혁신, 평가를 개념적, 통계적으로 나타내는 데 헌신했다. 2015년에는 CIRIEC 인터내셔널의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경제' 학술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되었다. 2019년에는 「사회적경제의 힘: 통계방법론과 사례들」(The Weight of Social Economy: An International Perspective)이 한국에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통역 및 인터뷰 도움 : 이상윤) 성공회대학교 사회융합자율학부 경영학전공 및 일반대학원 협동조합경영학과 주임교수이다. 2019년 마리 교수의 「사회적경제의 힘: 통계방법론과 사례들」을 번역하였다. 현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사회적경제전문위원회 전문위원이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추진단 기획위원, 중소기업중앙회 공제운영심의위원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UNRISD(UN사회개발연구소) 및 퀘백대 사회혁신연구소와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으로, 2022년에는 퀘벡대 초청교수로 몬트리올 방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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