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의 작은 대안, 커먼즈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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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의 작은 대안, 커먼즈를 이야기하다
  • 2021.11.26 12:00
  • by 정화령 기자

1968년 생물학자 가렛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에서 공유자원이 어떤 규칙 없이 사용될 때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행동하여 결국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전부 사유화하여 시장원리에 맡기거나, 국가의 강력한 규제로 비극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은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커먼즈를 잘 아는 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라 분석했다. 이처럼 커먼즈는 공간 자체보다 그것을 누가,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한 변수이다.
 

 ▲ 영국 최초의 지역자산화 펍 The Ivy House. ⓒGOV.UK홈페이지
 ▲ 영국 최초의 지역자산화 펍 The Ivy House. ⓒGOV.UK홈페이지

지난 24일과 25일에 앤스페이스가 주관한 '커먼즈 포럼'에서 우리나라 커먼즈의 현황을 진단하고 상생하는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포럼에서는 '소유자'뿐 아니라 '운영자'와 '이용자'가 함께 공간 자원을 공유하여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하나의 대안으로 커먼즈의 역할을 조망했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첫날 발제를 맡은 이성영 희년함께 토지정의센터장은 "전통적인 공유자원의 의미를 넘어서 공동체와 규칙·규범이 어우러지며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라고 커먼즈를 정의했다. 

예전에는 공동으로 관리하던 바다나 숲도 상당 부분 사유화되면서 공유자원이 많이 사라졌다. 땅은 한정되어 있는데 개인들이 소유하면서 늦게 태어난 세대에게 돌아갈 몫이 없어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덧붙여 이를 해소할 방법으로 다음의 세 가지 커먼즈 방식의 사례를 소개했다.

▲ 민이 소유하고 민에서 운영 : 공동체 주택 일부를 지역주민의 공유공간으로 제공하고, 낮은 이율의 대출 등 경제적 혜택을 보는 경우가 해당한다.
▲ 관이 소유하고 민에서 운영 : 외국에서는 공동체 토지신탁으로 건물을 지어, 영구적으로 토지를 팔지 않고 저렴하게 임대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고 주거 불안정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으며, 민간이 운영하면서 입주자의 권익에 중점을 두고 커뮤니티가 활성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경의선 공유지 문화시설 공간화도 이런 사례로 볼 수 있는데, 서울의 경우 토지 비용이 너무 비싸 지속가능성이 불안하다는 게 단점이다. 또한, 민관 파트너십이 뛰어난 사회에서 시너지가 발생하는데,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변한다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정부와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 민이 소유하고 공익적 단체가 운영 : 노원 도시농업네트워크는 2만 8천 평 규모의 텃밭 부지를 연 400만 원의 낮은 금액으로 임대하고 있다. 130명의 회원이 함께 도시농업 교육과 혁신제품을 개발하고, 다양한 실험의 장으로 활용한다.

이어서 이 센터장은 "사회혁신기업 더함에서 YWCA 연합회관을 20년 장기 임대해서 커뮤니티 공간과 옥상정원을 무료 개방한 '페이지 명동 프로젝트'도 앞으로 공익적인 활동이 누적되면 커먼즈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개념과는 다르지만, 개인의 수익과 사회적 가치의 균형을 찾는 게 핵심"이라며 다양한 시도가 가능함을 시사했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온라인 화면 갈무리

포럼 2일 차에는 '시민 건물주의 등장과 함께 만드는 커먼즈'라는 제목으로 박영민 해빗투게더 이사가 마포구에 위치한 '누구나 꿈꾸는 모두의 놀이터'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인 Have it 프로젝트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다. 

2011년 주민 공유공간 '우리동네 나무그늘'을 만들고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의 관계망을 넓혔다. 5년간 주민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이어졌으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둥지에서 내몰렸고, 같은 지역의 홍우주 사회적협동조합과 36.5도씨의료생활협동조합과 TF를 꾸렸다. 런던에 자산화 연수를 다녀오면서 더욱 단단해진 팀워크로 18년 해빗투게더 협동조합을 창립, 여러 단위와 의견을 나누며 많은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19년 여름부터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으로 본격적인 모금을 시작하고, 행안부 융자지원사업,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 융자사업에 선정되어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에 건물을 매입해서 '모두의 놀이터'가 탄생했다. 

 ▲ 모두의 놀이터 전경. ⓒ해빗투게더 시민건물주 모집 크라우드 펀딩 홈페이지  
 ▲ 모두의 놀이터 전경. ⓒ해빗투게더 시민건물주 모집 크라우드 펀딩 홈페이지  

현재 개인 305명, 344개 단체가 함께하며, 조합원만 이용 가능한 코워킹 플레이스는 지역의 사회적경제나 스타트업 기업 위주로 배정한다. 공용 공간에서는 플리마켓이나 영화제를 진행하고 네트워킹 파티를 열어 지역의 호응을 얻고 있다. 

박 이사는 "커먼즈를 어떻게 계속 활성화하고 지역 안에서 연결해갈지가 앞으로의 고민이고 방향이다. 공간과 관계망의 선순환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이 함께 변화하고 있다. 임대 공간의 한계를 겪어봤기에 우리에게 맞는 건물을 직접 운영하면서 그에 걸맞은 역량도 키워가겠다"고 앞으로의 방향을 이야기했다. 

커먼즈가 부동산 문제의 해법은 아니지만, 양극화의 늪에 빠진 MZ세대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는 있다. 앞으로 단단한 지역 네트워크와 다양한 정책지원이 더해져 지속 가능한 커먼즈 사례가 늘어난다면, 효과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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