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점을 잇다, 우리의 '연결'이 만드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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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점을 잇다, 우리의 '연결'이 만드는 힘
씨닷(C.) 한선경 대표, 윤샘 이사 인터뷰
  • 2021.10.27 10:00
  • by 노윤정 기자
▲ 씨닷 한선경 대표(왼), 윤샘 이사. ⓒ라이프인
▲ 씨닷 한선경 대표(왼), 윤샘 이사. ⓒ라이프인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빠르게 변하는 만큼 새로운 사회문제가 생겨나는 속도도 빠르다. 해결책을 찾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이처럼 빠르고 다양하게 생겨나는 문제들은 개별 문제의 양상 자체도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개별 조직, 개인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연결'을 이야기한다. 연결함으로써 우리는 문제해결 역량의 총량을 늘릴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연결'을 통해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지지가 된다. 더불어, 경험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크다. 그렇기에 성공의 경험을 가진 사람과 연결되는 일은 내가 추구하는 사회혁신 또한 가능할 것이라는 응원이 된다.

이것이 바로 씨닷(C.)이 국경을 넘어 점처럼 존재하는 사회혁신가들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는 이유다. 씨닷은 2014년 국내외 소셜섹터 분야의 사람 및 기관을 연결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아 설립됐다. 이후 미래혁신포럼·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전환 콜렉티브(前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 등의 컨퍼런스 사업, 온랩 시스템 맵핑·제주시 문화도시리서치랩·글로벌 사회혁신 오픈 캠퍼스·지원주택 당사자 참여서사 연구 및 디지털 아카이빙 등과 같은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속해서 연결해왔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파트너십 프로젝트, 해외 혁신가들에게 국내 사회혁신 및 사회적경제 현장의 스터디투어를 제공하는 씨투어(C.Tour) 등의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연결됐을 때 사회혁신 현장에는 어떤 힘이 축적되고, 어떤 변화가 생길까? 씨닷의 한선경 대표와 윤샘 이사를 만나, 연결됨으로써 사회혁신의 힘을 확산해가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 ⓒ씨닷
▲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 ⓒ씨닷

컨퍼런스 진행, 교육 프로그램 운영, 연구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씨닷에서 최근 집중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선경: 2019년경부터 내부적으로 '포용적인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지원주택(주거약자를 대상으로 주택과 돌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주거모델)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 조금 더 포용적인 사회혁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서 문제해결책 마련에 도움이 되는 것 이상의 접근이 필요하겠다, 시스템적인 변화를 만들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시스템 전환을 하려면 우선 지금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 시스템을 한 사람만의 힘으로 바꾸기는 어렵지 않나. 그러니까, 공동의 필요를 느낀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의 이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전환 콜렉티브'처럼 혁신가들이 함께 만나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넘어 지식을 연결하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걸 통해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다.

씨닷이 사회혁신가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씨닷이 정의하는 사회혁신가는 누구인가?

한선경: 아쇼카라는 단체가 말하는 "Everyone a changemaker", 이 슬로건처럼 모두가 사회혁신에 참여해야 하고 모두가 혁신에 관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주체가 있다면, 바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를 운영하는 사람들, 비영리 섹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 영리기업 안에 있지만 사회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 이런 현장의 사람들을 혁신의 주체로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은 '당사자'들이다. 예전에는 솔루션을 만드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연결하고자 했다면, 지금은 하나의 솔루션 모델이 만들어졌을 때 그 안에서 자기 삶이 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지원주택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지원주택 사업 대상자들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보통 이런 분들을 혁신의 주체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사회혁신의 주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사회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는 구체적인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선경: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태국에서 온 활동가가 우리가 주최한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새로운 모멘텀을 만난 것 같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를 하지 않아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씨닷 행사에서는 개인의 이야기를 조명하려고 노력한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보여주지만, 그 사람이 왜 체인지 메이커가 됐고 왜 저런 문제를 고민하게 됐는지 등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그런 이야기가 혁신가들에게 새로운 에너지가 되기도 하고, 나도 저러한 변화들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회혁신에 있어서 '연결'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중에서도 특히 글로벌 네트워킹에 집중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윤샘: 우리는 국내외 활동가들이 모일 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 혹은 서로를 편하게 알아갈 수 있는 네트워킹의 자리를 항상 미리 만든다. 그리고 행사 안에서는 개인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내용적인 큐레이션을 하기도 하고, 행사가 끝난 다음에는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노는 분위기 속에서 비즈니스적으로 만났던 관계를 조금 더 친밀하게 만들 기회를 마련한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우리가 따로 다시 연결해주지 않아도 다른 프로젝트를 할 때 서로를 부르기도 하면서 인연을 이어간다. 이렇게 연결됐던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사안이 있을 때 기꺼이 다시 모일 수 있는 동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씨닷 역시 이러한 네트워크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씨닷은 식스(SIX: Social Innovation Exchange, 글로벌 사회혁신가 네트워크)와의 관계를 통해 글로벌한 사회혁신 논의 속에 우리의 사례와 관점을 소개하고 다른 이들과 교류할 기회를 얻고 있다. 지원주택 관련 사업을 할 때도 식스의 섬머스쿨(Summer School)에서 만난 캐나다의 사회혁신가와 연결되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나라의 관련 혁신가들을 소개받아 최근 진행한 '관계를 통한 돌봄 시스템 전환' 행사에서 쉐어드라이브즈 플러스라는 기관의 사례를 소개할 수 있었다.

한선경: 사회혁신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새롭게 정의할 때, 즉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때 가능하다. 씨닷이 말하는 '국경을 넘어선 연결'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점,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외부와 만나면서 '저렇게 볼 수 있는 방법도 있구나, 우리도 저렇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가능해진다. 이런 열린 태도가 생기기면 그때부터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훨씬 유의미한 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촉진'이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는 해결책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서로 만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떤 변화와 해결 모델을 만들려고 할 때, 그런 사례가 많지 않은 분야나 사회라면 너무 외로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럴 때 국제적인 자리에 가보면 관련 사례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 사람들로 하여금 힘을 얻을 수 있다. '너도 이렇게 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 이런 말들이 사실 혁신가들에게는 엄청 위로가 되는 말이다. 지금 내가 혼자인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구나,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구나, 이런 위안과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연결의 힘이기도 하다.

혁신가들이 연결되고 경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

윤샘: 개인의 마음가짐에 관련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열려 있어야 한다. 우리가 서로 만났을 때 동료, 친구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씨닷도 사업을 하면서 누군가를 만날 때, 비즈니스 관계에만 머무르지 않으려고 한다. '직위', '직책' 이런 데 갇히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더 쉽게 가까워지고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또, 지금의 이 관계가 앞으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연결되고, 새로운 기회나 만남을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의미 있는 연결이 더 많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선경: 국제 행사에 가보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1등이어야 하고, 세계에서도 1등이 되고 싶고, 혹은 1등 그룹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이 있으면 교류를 할 때도 더 나아 보이는 그룹에 있는 사람들 위주로 만나게 된다. 그런 방식이 유용한 자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씨닷이 이야기하는 사회혁신 영역에서의 연결과 교류는 변화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위계와도 상관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그 사람이 속한 그룹, 사회, 시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방식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음이 있을 때 우리는 만날 수 있다.
 

▲ 씨닷 윤샘 이사(왼), 한선경 대표. ⓒ라이프인
▲ 씨닷 윤샘 이사(왼), 한선경 대표. ⓒ라이프인

앞서 '전환'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를 맞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윤샘: 개인적으로는 회복탄력성, 리질리언스(Resilience)를 어떻게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너무 많이, 여러 측면에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이러한 격변이 언제든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러한 변화가 올 때 나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회복탄력성을 가지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선경: 변화와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전환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을까'이다. 모든 사람이 참여해서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전환을 이야기할 수 있는 플랫폼, 공간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다른 이야기들을 다 같이 들어보고 우리에게 정말 이로운 방향이 무엇인지 논의하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과거에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사람들 역시 이 공간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전환의 시대에 다 같이 전환의 방향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과 그 공간에서 배제되는 목소리가 없도록 하는 노력, 이것이 정의로운 전환과 포용사회를 위해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이러한 고민을 반영해서 씨닷이 지금 생각하는 사회혁신을 정의해본다면, 배제되는 사람이 없는 전환이 가능하도록 규칙, 과정, 자원 등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바꾸는 것이 사회혁신인 것 같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한선경: 일단, 시스템 변화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지식이 역량이 되도록 돕는 활동들을 해보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유스 리빙랩(Youth Living Lab)이라고 해서, 청년들이 리빙랩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는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 현장을 만들고 있다. 또, 사회혁신가들과 시민들이 전환의 시대에 필요한 문제해결 역량을 함께 기르는 '글로벌 사회혁신 오픈 캠퍼스'를 울산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원주택 사업과 관련하여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리는 장을 만들고 싶다. 더불어, 우리가 추구하는 연결과 연결을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태도가 씨닷 안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길 바란다. 그래서 씨닷은 조직 안에서의 실험도 중요하게 여겨왔는데, 지난해부터는 수평적인 조직에 대한 탐구에 더하여 '돌보는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런 논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조직에 대한 실험이 더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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